[김호이의 시선] ‘흑백요리사’ 에드워드 리 셰프의 요리철학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준우승을 하며 큰 주목을 받은 에드워드 리 셰프. 그는 흑백요리사 출연 이후 방송과 광고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그의 요리책 겸 에세이인 ‘스모크&피클스(Smoke&Pickles)가 출간됐다.
지난 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자택에서 출간 기념 화상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그는 “책에 제 이름이 한글로 적힌 것에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 표지를 보고 눈물이 흘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책에는 그의 어린 시절 미국에 이민을 통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미국 남부와 한국의 음식을 보면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인간은 저마다 사는 세상이 다르고, 먹는 재료가 다르지만, 먹는 방식은 대개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서로 연결돼 있죠. 미국 남부 사람들은 고기, 콘 브레드, 피클, 채소를 먹습니다. 코스 요리를 먹듯 차례로 먹는 게 아니라 한국처럼 한꺼번에 먹죠. 우리가 갈비, 밥, 김치, 나물을 한 상에 먹는 것과 비슷해요. 이렇게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어린시절 할머니와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의 기억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셰프가 된 지금, 자신의 요리에 적용시켰다.
“된장찌개, 깍두기, 그리고, 장조림 등 특별한 날에는 갈비를 먹었어요. 대체로 미역국이나 죽 같은 단순하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요리를 먹었습니다. 할머니는 레시피를 따르는 분이 아니넜어요. 손맛으로 요리하셨죠. 할머니께 레시피를 전수받지는 않았지만 기억에서 그 요리를 꺼내서 제 요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에게 있어 요리는 “최고의 예술”이자 영혼을 담아내는 과정이다. 정해진 레시피도 필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걸 뛰어넘는 독창성도 필요하다. 그런 창의성은 종종 기억과 감정, 맛과 같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30년 넘게 요리를 해온 에드워드 리 셰프는 여전히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기억, 감정, 맛과 같은 것을 통해 손님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리는 요리사의 개인적인 성향을 반영해요. 저라는 존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뀝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떻게 바뀌는지가 음식에 그대로 투영되죠. 그런 점에서 저는 계속해서 도전한다는 원칙을 자기고 있어요. 영원히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현재는 오미자를 활용한 요리를 개발 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흑백요리사‘를 통해 큰 인기를 얻은 그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사람들이 다가와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건네는 건 감동적인 일”이지만 한국에서 당분간 식당을 열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현재 미국에서의 삶을 너무 바빠 한국에 체류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런 상태에선 식당을 낼 수 없습니다. 전력을 다할 시간이 생긴다면 그땐 가능하겠죠.“라고 말했다.
그는 요리에 대해 ”물론 맛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셰프라면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면서 ”음식에는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며 음식에는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와 삶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셰프는 일하는 시간이 길고 성공이 보장되지 않으며 뒤에서 일하고 개인 시간도 적은 직업”라면서 “셰프라는 꿈을 좇는 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 여정이 정말 어렵지만, 여정의 끝에 상이 기다리는 게 아니라 여정 자체가 상이라는 걸 기억해야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