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불신 속 위축된 ‘기부 문화’ ‘디지털 기부’로 살아날 수 있을까?

기부 경험자 10명 중 6명 ‘정기적으로 기부 중’ ‘심리적 만족감’ ‘사회적 의무감’에 기부하는 편

2025-01-15     이예지 기자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4 기부 경험 및 기부 문화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반면 최근 고물가로 인해 기부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기부 방식’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선,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76.7%)이 기부 경험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그중 70.9%가 올해(2024년)도 기부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 경험자의 상당수는 정기적으로 기부 중인 모습을 보여(정기적 기부 중 59.0%, 비정기적 기부 중 41.0%), 기부 활동이 단발적인 행위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책임감을 실천하는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기부 경험자의 경우 기부 활동이 자신의 신념에 맞는 행동이란 인식이 뚜렷하고(기부 경험자 59.8%, 기부 非경험 자 41.6%), 기부를 해야 하는 의무감이 있다(기부 경험자 35.7%, 기부 非경험자 15.5%)는 응답이 두드러진 특징을 보였다. 

아울러 기부 활동에 참여한 이유로도 심리적인 만족감이 크고(37.2%, 중복응답), 왠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35.3%)는 점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 기부 활동이 강요나 의무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개인의 가치관과 내적 동기에 의해 이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때문인지 기부 활동은 자발적 의지(80.1%)로 참여한 응답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기부금 수준은 대체로 이전과 비슷한 경우가 많았고(이전과 비슷함 55.1%, 이전 대비 감소 32.5%, 이전 대비 증가 10.5%), 주로 1~2만 원 미만(25.9%), 5천 원~1만 원 미만(16.3%)의 소액 기부 경험이 두드러진 특징을 보였는데, 이는 적은 금액일지라도 경제적 상황에 맞춰 부담 없이 기부 활동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기부 단체’ 및 ‘기부금 운용’에 대한 불신도 높아
그럼에도 10명 중 7명, 향후 기부 의향 밝혀

전반적으로 기부 경험이 많고, 기부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기부 문화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기부 문화 수준이 다른 선진국 대비 낮은 편(64.6%) 이라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기부금 횡령 및 유용(54.0%, 중복응답), 기부를 받는 기관의 낮은 신뢰도(50.8%)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기부금 유용, 횡령 뉴스를 접하면 선량하고 정당한 기부까지 피해 갈까 염려가 된다는 인식이 높고(80.6%, 동의율), 기부금 유용, 횡령 뉴스는 곧 기부자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란 응답이 74.8%에 달한 결과를 보일 정도로 기부 기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까지도 엿볼 수 있었다. 

이 때문인지 전체 응답자의 상당수가 자신이 낸 기부금의 사용 내역을 알 권리가 있다는 데에 높은 공감을 내비쳤으며(79.1%, 동의율),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한다는 응답(83.6%)도 매우 높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기부 경험자의 상당수가 자신의 기부금 사용 내역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66.8%), 기부 문화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부금 운용 내역을 명확히 공개하고 기부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해 볼 수 있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도 향후 기부 의향(66.3%)이 높게 평가된 점은 고무적인 결과였다. 주로 소년·소녀 가장(61.6%, 중복응답), 저소득층(36.3%), 불치병, 희귀병 환우(35.5%)에 대한 기부 의사가 높게 나타났고, 선호하는 기부 방식으로는 자동이체 등을 통한 정기 기부(34.4%, 중복응답), 온라인 비정기적 직접 기부(31.1%), 마일리지 포인트 기부(28.7%)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기부 의향을 갖게 하는 방식으로 구매 금액 일부를 기부금으로 전환하는 방식(34.0%, 중복응답)이나 체험 활동을 통한 기부(29.9%), 마일리지 포인트 기부(28.9%)를 주로 꼽아, 간접적인 기부 방식을 보다 선호하고 있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기부 문화 활성화’ 전망, 대체로 회의적인 편
66.9% “IT 기술, 기부 활성화에 도움될 것”

한편, 최근 고물가로 인해 경제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기부 활동이 다소 위축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기부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68.0%, 동의율)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경기불황 때문에 모금 행렬이 줄어들까 염려된다(46.6%)는 인식도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나아가 올해 기부단체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54.6%, 동의율), 기부금 수익은 예전만 못할 것(54.4%)이란 응답이 과반으로 평가되는 등 우려가 되는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에서 기부 문화가 더 확대될 것이란 기대는 이전 조사 대비 한층 낮아진 모습을 보였고(34.4%(2022) → 29.1%(2023) → 27.5%(2024)), 한국의 기부 문화는 지금과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 많은 편이었다(우측 그래프 참조). 

이른 시일 내에 경제적 안정을 되찾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한국 사회에서 기부 문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단, 이러한 회의적인 전망 속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기부 활성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디지털 기부 방식은 QR코드, 후불교통카드 등을 활용한 비대면 모금 방식으로, 인지도(12.9%) 대비 필요성이 높게 평가된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었다. 

IT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기부 방법이 기부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66.9%, 동의율)는 인식이 높고, 기부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는 효과가 있다는 응답이 62.7%에 달한 결과를 보인 것으로, 마음에 드는 기부 방법은 아니지만 필요는 하다(50.2%)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아울러 전체 응답자의 상당수가 요즘은 일상생활 석에서도 어렵지 않게 소액으로 기부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고(70.9%, 동의율), 기부도 좀 더 디지털화될 필요가 있다(67.3%)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만큼,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을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