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통신케이블 손상 사건, 한국 국가안보에 적신호
대만·발트해 사건으로 드러난 해저 케이블 취약성, 한국의 대응 필요성 대두
최근 발생한 해저 통신케이블 손상 사건들이 한국의 국가안보에 잠재적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대만 북부 해안과 발트해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전체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4년 11월, 발트해에서 스웨덴과 에스토니아를 연결하는 두 개의 해저 케이블이 손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서 러시아와 중국 선박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며, NATO는 이에 대응해 발트해 지역의 해저 케이블 보호를 위한 군사적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어 대만 북부 지룽항 외해에서도 해저 통신케이블 손상 사건이 보고되었다. 대만 당국은 이 사건을 조사 중이며, 특정 선박이 관련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손상된 케이블이 한국의 KT를 포함한 국제 컨소시엄이 소유한 태평양 횡단 케이블(TPE)의 일부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해저 케이블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제 케이블 보호 위원회(ICPC)에 따르면, 매년 약 200건의 케이블 손상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은 우발적 사고지만, 최근의 사건들은 의도적인 파괴 행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해저 케이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95%가 해저 케이블을 통해 전송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국제 인터넷 트래픽의 99% 이상이 해저 케이블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통신 인프라가 해저 케이블 손상에 극도로 취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응하여 한국 정부는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해저 케이블 보호구역을 확대하고 관련 법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저 케이블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비상 시 대체 통신망 확보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한국 해양경찰청은 국제적인 공조 수사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국제적인 대응도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한국, 영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과 함께 해저 케이블의 안보와 회복 탄력성에 대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해저 케이블 보호가 단일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국제적인 협력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해저 케이블 보안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김OO 교수는 "해저 케이블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 인프라"라며 "물리적 보호뿐만 아니라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도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 LS전선을 통해 세계 5대 해저 케이블 생산 및 매설 기업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는 한국이 해저 케이블 보안 강화에 기술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에게 해저 케이블의 중요성과 취약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첨단 기술을 활용한 보안 체계를 구축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해저 케이블 보안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으며, 한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 안정을 위해 시급히 대처해야 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