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는 '어떻게 입사했는가'보다 어떻게 퇴사했는가'를 기억한다
좋은 이별의 중요성
채용은 시작일 뿐, 이별도 전략이다
많은 기업이 ‘인재 확보’를 경영의 핵심 과제로 꼽는다. 특히 노동법과 인사관리에 정통한 전문가를 영입하면,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법적 리스크 관리가 한층 탄탄해진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또 다른 과제가 간과되고 있다. 바로 인재와의 이별, 즉 ‘퇴사’의 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이다.
‘입사’는 조직이 인재를 선택하는 과정이지만, ‘퇴사’는 조직이 얼마나 성숙하고 윤리적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절차적 정당성, 심리적 배려, 사후 관리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제는 채용 못지않게, 이별도 전략이 필요하다.
현실 속 퇴사: ‘잘못된 이별’은 독이 된다
2022년, 국내 중견 IT기업 A사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개발 인력 30여 명을 갑작스럽게 해고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방식이었다. 사전 통보 없이 이메일 한 통으로 계약 종료 사실을 알렸고, 일부 직원에게는 퇴직금 지급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구직자들 사이에서 ‘이 회사는 들어가도 나올 때 고생한다’는 부정적 평판이 퍼졌다.
결국 A사는 이후 우수 인재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고, 기업 이미지 회복을 위해 막대한 PR 비용을 들여야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불통’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의 예고)를 위반했다는 점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최소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법적 책임이 따른다.
‘좋은 이별’을 실천한 B사
반면, 국내 제약기업 B사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모범적인 오프보딩 절차를 보여주었다. 이 회사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투명하게 공지하고, 해당 인력과 1:1 상담을 거쳐 희망퇴직 혹은 전환배치의 기회를 먼저 제공했다.
퇴직이 결정된 직원들에게는 근로기준법 제27조(해고의 서면 통지)를 철저히 준수하며 정식 서면 통지를 제공했고, 퇴직일 이후에도 3개월간의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과 심리 상담을 제공했다. 이 회사는 퇴직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다”는 응답률이 80%를 넘겼다.
해당 사례는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 ‘가장 이상적인 퇴사 관리 프로세스’로 회자되었고, 이 기업은 이후 채용 공고에 꾸준히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HR 정책’이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었다.
법적 기준은 ‘최소선’, 문화는 ‘선택의 영역’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은 퇴직에 대해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 제26조: 해고 예고 의무
- 제27조: 해고의 서면 통지 의무
- 제28조: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 절차
- 제34조: 퇴직금의 지급 기준
그러나 ‘좋은 이별’은 단순히 법을 지키는 것을 넘어선다. 오프보딩은 결국 기업 문화의 일부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퇴직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항목들을 점검표처럼 운영하고 있다.
- 퇴사자와의 마지막 인터뷰 진행
- 업무 인수인계 문서화
- 퇴사 후 1년간 추천서 제공
- 알럼나이(퇴사자 네트워크) 운영
이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조직에 대한 기억을 긍정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한 전략이다. 그리고 이런 조직에는 다시 돌아오고 싶은 이들이 생긴다.
결론: 이별의 방식이 조직의 미래를 만든다
많은 인재는 “입사할 때는 화려했지만, 나갈 때는 너무 초라했다”는 기억을 안고 떠난다. 이별은 사람뿐 아니라 조직에도 상처를 남긴다. 반대로, 존중과 합법성, 그리고 배려가 담긴 오프보딩은 조직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거울이 된다.
오늘날 구직자들은 단지 급여나 복지제도만이 아니라 “이 회사는 어떻게 이별하는가?”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좋은 인재는 ‘어떻게 입사했는가’보다 ‘어떻게 퇴사했는가’를 더 오래 기억한다.
이제는 ‘입사’보다 ‘퇴사’에 더 전략적인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