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회계를 넘어선 디지털 ESG 전략의 진화...하이지노 김하율 대표

“기술은 수단일 뿐"…탄소 감축을 행동으로 바꾸는 ESG 실천가 김하율 대표 디지털 탄소 크레딧, 인센티브 설계로 행동을 유도하다 PoC와 기술 내재화로 실증 중심 성장…외부 투자보다 신념 우선

2025-07-11     김주연 인턴기자

기후 위기의 문턱에서 탄소 감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과제가 되었다. 하이지노는 제조업의 복잡한 현실에 맞는 감축 솔루션을 설계하며, 시장에서 실질적 변화와 구조적 전환을 이끌고 있다. 창업 7년 차 김하율 대표는 문제 해결 중심의 기술 개발과 ESG 본질에 충실한 전략을 통해 탄소 관리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하이지노의 맞춤형 탄소 감축 구조, 글로벌 확장 전략, 그리고 ESG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김 대표의 통찰을 들어봤다.

하이지노 김하율 대표가 2024 탄소중립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하이지노 제공]

■ 제조 현장에서 출발한 기술 솔루션

김하율 대표는 원래 스타트업을 염두에 둔 창업가는 아니었다.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창업을 선택했고, 제조업 현장에서 환경 관리의 실태를 직접 보면서 문제의식을 키웠다. 그 결과 탄소 배출 전 과정을 계량화할 수 있는 ISO 인증 기반의 LCA(Life Cycle Assessment, 환경전과정평가) 솔루션을 개발했다. 하이지노는 원자재 채굴부터 운송, 공정, 재활용까지 전 주기의 탄소 배출을 측정하고, 배출이 집중된 '핫스팟'을 식별하여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다.

김 대표는 "SCOPE 3(협력사 발생 탄소 배출량)에 대한 요구는 커지는데, 기업은 제조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길 꺼립니다.”라며 제조 데이터를 둘러싼 국가 전략의 공백을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은 이를 위해 보안 중심 플랫폼을 구축했지만, 한국은 국가 차원의 탄소 배출량 DB 구축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ESG 교육, 내부 팀 육성, 녹색 금융 연계가 산업 차원에서 필요하며, 국가 차원에서도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감축을 위한 명확한 기준과 데이터 기반의 분석 도구가 없다면, 기업들은 ESG를 단순 보고서 작업으로 오해하게 됩니다." ESG의 본질에 대해 “많은 기업이 ESG를 마케팅 도구나 보여주기식 경영으로 활용하지만, 진정한 경쟁력은 내부 공정의 투명성과 지속 가능한 운영 역량에서 나와요.”라고 말했다.

CES2025[하이지노 제공]

■ 외부 자본보다 실증 중심

하이지노는 창업 초기 외부 자본 유치 없이 PoC(개념 검증)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매출이 바로 나왔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의 돈을 받는 건 철학에 어긋난다고 생각했죠." 다양한 국책 과제를 통해 실증과 산학 협력을 병행하며 성장한 배경에는, 탄탄한 기술력과 산업과의 밀착이 있었다.

최근에는 미국 UCF 교수진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AI 기반 환경 데이터 분석 모델도 고도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는 기술을 팔지 않습니다. 문제를 해결하죠.”라는 철학을 강조했다. 단순한 소프트웨어 공급이 아니라 실제 탄소 감축을 위한 실질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통해 시장에서 신뢰를 쌓아왔다.

■ 대기업-중소기업을 아우르는 맞춤형 플랫폼 전략

하이지노는 대기업용 PCF 산출 플랫폼 'alLCAno.1'과 중소기업용 종합탄소관리솔루션 'BBAEM(Better and Balanced Assessment for Environmental Management)’을 구분해 운영한다. 대기업에는 보안성을 높인 SCOPE 3 대응 솔루션을, 중소기업에는 공정 내 탄소 배출의 불균형을 자동 검증하고, 핫스팟을 식별할 수 있는 밸런스 기반의 경량 LCA 솔루션을 제공한다.

LCA툴[하이지노 제공]

감축 방법론과 크레딧 거래 구조를 모두 갖춘 하이지노는 국내 유일의 디지털탄소관리및감축·ESG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단순한 배출량 산출을 넘어, 실시간 절감량을 측정하는 원천 특허 기술과 감축 효과를 입증한 하드웨어 기술력까지 보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철강 및 고온 공정 산업처럼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 전력 효율화는 탄소 배출량의 30~40%를 줄일 수 있는 핵심 과제로, 하이지노는 이 분야에서 직접적인 절감 효과와 인센티브 설계를 연계한 구조를 제공하고 있다.

탄소감축 솔루션[하이지노 제공]

■ 디지털 탄소 크레딧: 감축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구조

“규제만으로는 기업의 행동을 유도하기 어렵습니다. 자발적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구조가 필요합니다.” 김하율 대표는 파리기후협약의 탄소 감축 목표(NDC)를 언급하며 “정부가 8조 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규제 시장만으로는 현실적으로 목표 달성이 어렵습니다. 결국 이 자금은 민간 주도의 자발적 탄소 시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이지노 기업부설연구소 앞[하이지노 제공]

하이지노는 디지털 전력 감축 솔루션을 통해 8~14% 수준의 실질 감축 결과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고객사가 탄소세를 줄이거나 탄소 크레딧 거래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했다. 국내 디지털 ESG 솔루션 연합인 (사)i-ESG의 솔루션 본부 리더로서, 데이터 수집 및 산정 절차 및 표준을 체계화하고, 절차를 체계화하고, 디지털 인증서 형태의 크레딧을 발급해 실질적 혜택으로 연결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탄소 감축은 의무가 아닌,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어야 합니다.” 김 대표는 기술 공급을 넘어 고객의 동기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구조 설계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LCA전문가과정 교육[하이지노 제공]

■ 글로벌 ESG 시장 진출 전략

김하율 대표는 유럽, 미국, 멕시코 세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 특성과 준비 수준에 따라 맞춤형 진출 전략을 설명했다.

유럽은 이미 디지털 제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등 탄소 관련 제도가 정교하게 구축된 시장이다. ESG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가 높고, 이를 핵심 산업으로 발전시켜 온 역사가 깊다. 김 대표는 “유럽은 이 분야를 오랜 기간 전략 산업으로 발전시켜 온 만큼, 개념 설명 없이도 높은 수준의 이해와 소통이 가능합니다.”라고 전했다.

미국은 환경 규제 자체에는 비교적 소극적이지만, 산업적 인센티브가 작동하는 영역에서는 정책과 투자가 집중된다. 그는 “현 미국 정부는 환경청 인력을 대폭 줄였지만, 관세 형태로 적용되는 청정경쟁법(CCA)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라며 탄소 규제가 수익과 직결되는 구조에서는 민간과 정부 모두 적극적으로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하이지노는 미국 델라웨어 주에 AI 기반 건축 탄소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현지화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푸에블라시에 소개되는 하이지노 솔루션[하이지노 제공]

멕시코는 미개척 시장이지만, 직접적인 환경 재해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인만큼 ESG 영역이 정쟁화되지 않아 대응 필요성 인식과 수용도가 높다. "김 대표는 “하이지노는 한국, 미국, 멕시코 3국이 공동으로 ESG 환경 모델을 표준화하는 국제 협력을 논의 중”이라며 “국내에서 시스템을 정비한 후 멕시코 시장으로 확장한다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ESG 산업의 지속성과 철학

김 대표는 ESG 산업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이 산업은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단언했다. "이미 기후위기의 티핑 포인트는 지났고, 지금 할 수 있는 건 더 나빠지지 않게 만드는 일입니다." AI 시대에 ESG는 철학적 사고와 세대 간 지속 가능성을 연결하는 지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표라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단 한 가지 CSR 실천을 포함해 본다면 그 철학이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든다고 믿습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