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나]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세대, “90년생이 온다”

새 시도 주도할 90년대생의 ‘언어생활·소비성향·가치관’ 등 잘 이해해야 ‘인사이트’가 온다

2019-02-27     곽성규 기자
[책만나] "바쁜 경영자들이 시간을 아껴 매일 짧은 기사를 통해 쉽게 책을 만날수 있도록 돕습니다"

 

[자료=출판사 제공]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아리 활동을 잘 안하려고 해요. 워낙 바빠서 동아리 활동 자체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제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도 이런 분위기가 있었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아요.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동아리는 위기죠.”

 

서울의 한 사립대 동아리 회장이 한 말이다. 이 동아리는 2000년대 초반 붐을 일으키며 인기가 많았던 ‘마술 동아리’였다. 이 마술 동아리 회장은 “요즘 대학생들은 동아리에 관심이 없거나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취업에 도움이 되는 학술 동아리나 공모전 동아리 혹은 직접 창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창업동아리 정도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H대 영문과에 재학중인 1993년생 김모씨는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던 ‘공시족’ 이었다. 그녀가 준비하고 있는 부문은 세무 공무원 이었는데, 최종 목표는 7급이지만 9급에 붙어도 별 고민없이 다닐 의향이 있다고 한다. 김씨는 “원래는 삼성전자 같은 국내 대기업에서 마케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면서 “한 화학 대기업 입사후 2년간 야근을 밥 먹듯 하다 결국 퇴사하고 사울지방고용노동청의 9급 공무원이 된 언니의 삶을 보며 같은 길을 걷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기업 마케터로 82년생인 저자가 90년대 출생 신입 사원들과 소비자들을 마주하며 직접 받은 충격과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 임홍택의 2018년 저작 ‘90년대생이 온다’는 “산술적인 통계를 근거로 90년대생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변하는 세상에서 ‘꼰대’로 남는 지름길”이라며 “중요한 것은 공무원 시험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세대적 특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90년대생들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기업 조직에서는 신입사원이며, 시장에서는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자가 돼 우리 곁에 항상 더 많이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기성세대의 관점으로 그들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90년대생은 일아듣기 힘든 줄임말을 남발하고, 어설프고 맥락도 없는 이야기에 열광하며, 회사와 제품에는 솔직함을 요구하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든 소비자로서든 ‘호구’가 되기를 거부하는 세대다.

 

종이보다 모바일 더 익숙한 세대, “빠르지만 집중도는 낮아”…안정감·정의로운 예민함 중시해

 

“앱 네이티브인 90년대생들에게는 이젠 종이보다 모바일 화면이 더 익숙하다. 그들은 여가 시간뿐만 아니라, 학교 수업 시간 때부터 태블릿PC 등을 활용한 첫 번째 세대이다. 종이에서 스크린으로의 변화는 단순히 글이 담긴 문서를 살펴보는 방식만이 아니라 문서에 집중하는 정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료=출판사 제공]

책은 90년대 생들이 데스크톱이나 모바일을 통해 온라인 저작물 등을 쉽고 빠르게 검색하고, 그 디지털 문서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강점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이와 같은 일상 가운데 문서에 대한 유연하고 빠른 이동에는 익숙해졌지만 문서에 대한 집중력은 약해졌음도 함께 지적한다.

 

“검색엔진은 종종 우리가 찾는 내용과 연관이 있는 문서의 일부분이나 키워드를 보여주며 우리의 관심을 끌지만, 저작물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만한 근거는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니 웹에서 검색을 하면 숲을 보지 못한다. 심지어 나무조차도 보지 못한다. 잔가지와 나뭇잎을 볼 뿐이다.”

 

책은 또한 20대 초반의 젊은 밀레니얼 세대인 90년대생들은 항상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으려 노력하며 이 과정에서 정서적인 동요를 느끼지 않으려고 애쓰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조언한다. 저자는 “사호 부조리에 적극적으로 바른 소리를 내는 불편러들의 증가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며 이러한 정의로운 예민함은 지속적으로 늘어나야 한다”면서 “다만 특정 대상에대한 혐오를 강화하거나 타인에게 자신의 선호를 강요하거나 부동하게 참견한다면 꼰대질과 다를게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주체적인 ‘유희정신’ 중요시 하는 세대…자신들 충성도에 회사가 도움 줄 수 있느냐에 방점

 

책은 90년대생들이 기본적인 자아실현의 충족을 위해 힘쓰는 ‘유희정신’에 기울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앞선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적자생존의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실이 변함이 없지만, 이들에게는 이념적 세계보다 ‘연극적 세계’가 더 중요하다. 책은 “이전 세대들과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 유희를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점은 이들의 세계를 다르게 만든다”며 “이들은 스스로를 어떤 세대보다 자율적이고 주체적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출판사 제공]

책은 또한 기업들이 90년대생 직원을 다룰때도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함을 시적한다. 70년대생과 그 이전 세대에게 ‘충성심’이라는 것은 단연 회사에 대한 것이었음에 반해 90년대생에게 충성심은 단연 자기 자신과 본인의 미래에 대한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충성의 대상이 다르고 그 의미도 다르니 세대간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며 “90년대생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 방안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충성도에 회사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느냐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는 이런 재미있는 사례도 나온다. 한 부서에서 근무한 지 1년이 되는 사원이 임원에게 “상무님은 회의 시간에 본인의 의견만 말하고, 반대되는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답정너’ 스타일입니다. 부서 회의도 강압적이어서 부서원들이 솔직한 의견을 제시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솔직한 멘토링에 얼굴이 굳어진 임원이 관리자에게 신입 사원 교육을 똑바로 하라고 했고, 결국 소통을 강조하던 회사의 제도는 무색하게 됐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사단이 난 이유가 90년대생 직원들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 설계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몰려오는 90년대생과 공존하기 위해 어려워도 그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을 주장한다. 이를 통해 각 산업의 경영자들은 새로운 직원들과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우리 회사의 90년대 직원들과 고객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소통의 노력을 한걸음 나가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