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비 주체, ‘요즘 애들’을 움직이는 비밀은?

90년생을 ‘아는 것’과 그들에게 ‘파는 것’은 다른 문제다! [책만나] '요즘 애들에게 팝니다'

2020-03-02     곽성규 기자
[이미지 출처=책, '90년대생이 온다']

“디지털 광고의 타깃은 더 이상 나와 같은 세대가 아니었다. 예전에 하던 방식은 도통 통하지 않았다. 망했다는 생각만 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요즘 감성’이란 게 과연 공부하고 연구한다고 알 수 있는 건가? 감의 문제, 태생의 문제 아닐까?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망할 때 망하더라도 할 건 제대로 해보고 그만두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무엇을? 관찰을. 누구를? 내 타깃, 밀레니얼 세대들을.”

 

18년 차 컨셉 디렉터이자 40대 ‘아재’ 마케터인 김동욱 대한민국 공익광고협회 위원은 2020년 출간된 그의 저서 [요즘 애들에게 팝니다]를 통해 이같이 전하며 “밀레니얼 세대의 남다른 마케팅 코드를 답답해서 연구했다”고 말한다. 그는 책을 통해 ‘새로운 소비 주체, 요즘 애들을 움직이는 비밀’을 밝히고 있다.

 

바야흐로 향후 10년 경제 전반의 영역에서 주축이 될 밀레니얼 세대에게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비즈니스 관계자들은 이제 이들이 참여할 새로운 시장의 흐름을 예측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영 한국 유통학회장은 “밀레니얼 못 잡으면 10년 내 사라질 한국 기업 많다”고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아야 할지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세대 간의 분석이 아닌, ‘실질적인 전략’이다.

 

“하나의 파이를 수천수만이 나눠 먹어야 하는 치열한 경쟁에서는 속도를 무시할 수 없다!”

[이미지 출처=김포사랑 전류리교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얘기가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방향이 잘못되면 아무리 빨리 간다 한들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으니까. 하지만 요즘같이 하나의 파이를 수천수만이 나눠 먹어야 하는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는 속도를 무시할 수 없다. 새로운 파이, 그 누구도 베어 먹지 않은 파이를 가장 먼저 굽는 게 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설사 타버리거나 맛없는 파이가 된다 하더라도 시도부터 해야 할 때가 있다.”

 

김동욱 위원은 90년대생을 공략하기 위한 실질적인 전략 중 하나로 우선 ‘속도’에 대해 강조하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려면 속도는 기본이고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한 발자국 내딛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그 길에 내 이름을 붙이고 나면 이후의 싸움은 좀 더 수월해진다”며 “수많은 싸움에서 승리한 ‘1등’보다 단 한 번의 ‘최초’라는 타이틀의 힘이 더 세다”고 설명한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하는 것이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낫다’는 지론이다.

 

“‘가슴을 치면 머리는 저절로 따라온다.’ 무패 신화를 기록한 전설의 복서 로키 마르시아노가 한 말이다. 상대적으로 치기 어려운 머리를 겨냥하기보다 가까운 가슴을 쳐서 KO시켰다는 얘기다. 머리보다 가슴을 건드리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권투나 마케팅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뉴스에 등장하는 AI나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겁도 나고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나도 최근 5년 사이 국내 은행의 영업 점포 수가 660곳 넘게 사라졌다는 기사를 보고 입맛이 썼다. 비용 절감 및 효율화를 위해서라는데, 그중 한 원인은 모바일 뱅킹 활성화로 더 이상 점포 수가 영업 경쟁력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지 출처=위클리 오늘]

김동욱 위원은 또한 점차 오프라인의 자리를 온라인이 채우고 사람의 자리를 기술이 채우는 현실에 주목하며 “그래서인지 반대급부로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뉴트로 트렌드가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결국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감성적인 것들은 시대가 발전하고 세대가 변할수록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고 역설적으로 설명한다.

 

“‘가장 창의적인 볼펜을 만드는 방법은 뭘까?’ 이 질문을 받은 카카오의 조수용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1.세계 여행을 떠난다. 2.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볼펜이란 볼펜은 있는 대로 다 수집한다. 3.수집한 볼펜들 중 최적의 조합을 찾아낸다. 즉, 가장 창의적인 제품은 여러 가지 경험이 만들어낸다는 말이다.”

 

김 위원은 이어 “우리 세대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느냐’는 말이 감이 없다는 비하의 뜻이었지만 요즘은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본 그 경험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직접 먹어봐야 제맛을 알 수 있고, 그래야 다른 것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밀레니얼 움직이는 ‘핵심 소비 코드’ 읽을 수 있다면 어떤 기획?마케팅도 성공한다!“

[이미지 출처=모바일 한경]

“혹시 당신이 밀레니얼 세대에 속한다면 ‘내 윗세대는 이렇게도 볼 수 있겠구나’ 하고 깨달음이 있었다면 좋겠다. 다른 관점이 더해지면 내 관점은 더욱 단단해지고 넓어진다. 또 좀 더 자신감을 가지라고도 말하고 싶다. 분명 요즘의 주 소비자는 밀레니얼 세대다. 이들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유혹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세대에 속하는 당신이다.”

 

[요즘 애들에게 팝니다]의 저자 김동욱 위원은 18년간 마케팅 최전선에서 새로운 주 소비자 세대에 대해 고민했다. 그는 광고업계에서 잘나가던 기성세대의 대표주자로서 창업을 한 이후에도 이전의 성공 전략을 그대로 답습한 결과 ‘요즘 감성’이 아니라는 피드백을 받기 시작하며 마케터 인생 최고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결국 생존을 위해 ‘요즘 애들’을 연구했고, 그때부터 모든 전략을 바꿨다고 한다.

 

김 위원은 “최근 이슈가 된 매일유업의 ‘우유속에 한 글자’ 캠페인은 기존의 방식을 내려놓고 요즘 애들의 코드에 맞추어 세운 전략이 적중했던 대표 사례”라고 소개하며 “이런 경험을 통해 밀레니얼을 움직이는 핵심 소비 코드를 읽을 수 있다면 어떤 기획이나 마케팅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는(live) 재미가 없어서 사는(Buy) 재미라도 추구하는 요즘 애들이 진짜 타깃이다!”

볼링은 1번핀을 쓰러뜨려야 다른 모든 핀을 함께 쓰러뜨릴 수 있다. [이미지 출처=네이버 블로그 '플레이 위드']

요즘 애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구매로 연결시키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제 광고나 마케팅을 통해 다수의 대중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주입하는 시대는 끝났다. 김 위원은 “‘타깃은 좁게 설정하고, 공감은 깊게 울리도록 하라’”고 말한다. 타깃이 더 좁고 정밀할수록 더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게 요즘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마치 볼링의 1번 핀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다른 모든 핀을 쓰러뜨릴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핵심 타깃을 찾아내고 그 타깃의 공감을 일으키는 마케팅을 해야 그 주변을 둘러싼 더 많은 타깃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김 위원은 이외에도 ‘어설픈 동기부여는 독이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브랜드의 철학, 허세를 버리면 사람이 모인다’, ‘우리 편을 먼저 챙긴다’, ‘핑계는 곧 죽음이다’ 등등 어딘가 분명히 다른 요즘 애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소개한다.

 

자영업자이던 현장의 마케터이던 혹은 CEO이던, 어떤 입장이든 모두 돈 버는 일과 무관하지 않은 자리에 있다면 앞으로 10년 시장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세대의 소비 코드에 집중해야만 한다. 수많은 가게나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때에, ‘요즘 애들에게 잘 파는 방법’을 깨닫는 순간, 생존을 넘어 오래 사랑받는 기업으로 단번에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