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비즈니스, 잘 나가는 ‘미디어 커머스’ 기업들의 성공 비결은?

R&D로 차별화한 브랜드엑스?매출 100%가 자사몰에서 나오는 아이비엘?아시아 시장 개척하는 블랭크

2020-03-03     곽성규 기자
[이미지=유튜브 화면 캡쳐]

지난 2018년 티켓몬스터는 자체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인 '티비온(TVON)' 생방송을 통해 '정형돈 도니도니 돈까스'를 판매한 적이 있다. 방송인 정형돈이 직접 출연해 진행자와 농담을 주고 받으며 진행된 방송은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그리고 돈까스는 판매 당일 전량 매진됐고, 방송 영상은 닷새만에 조회수 200만을 넘겼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미디어 커머스'는 이제 새로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유니콘 기업들을 양산하며 트렌드를 주도 하고 있다. 미디어 커머스란 미디어(Media)와 상업을 뜻하는 커머스(Commerce)의 합성어로,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의 전자상거래, 혹은 콘텐츠를 자체를 판매 채널로 활용하는 사업을 뜻한다.

 

현 시대는 마케팅과 판매가 모바일로 통합되며 ‘디지털 커머스’가 대세가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미디어 커머스를 통해 ‘콘텐츠를 보는 곳’이 ‘상품을 사는 곳’이 돼 버렸다. 또한 마케팅 공간의 역할도 한다. 미디어 커머스는 기존의 대세이던 TV홈쇼핑을 이미 뛰어넘는 주요 판매채널이 돼 버렸다.

[이미지 출처=아이보스]

미디어 커머스의 주요 강점 중 하나는 주요 플랫폼인 모바일이 홈쇼핑 채널처럼 수수료를 내거나, 대단한 인프라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진입장벽이 낮다. 아이디어와 기술, 스토리만 있으면 소비자들이 얼마든지 접근이 가능한 형태인 것이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중소 유통기업들이 대형 유통업체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미디어 커머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플랫폼 사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제품 구매 과정에서 고객들이 단계별로 느끼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마찰(friction)'을 최소화하고 있는 흐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R(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하거나, 구매 경로를 단축시키는 등 개선 작업을 시도해 나가고 있다. 소규모 기업들이 미디어 커머스 생태계에 더욱 많이 편입될 수 있도록 ‘광고후불제’와 같은 상생형 제도 검토도 논의되고 있다.

 

마케팅만 잘 하면 통하는 미디어 커머스? 노노! R&D 등으로 승부하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미디어 커머스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사업 분야나 비즈니스와 잘 융합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국내에서 미디어 커머스에 연구개발(R&D)을 접목해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라는 기업이 있다. 이곳은 제품을 자사 상표로 개발해 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판매하는 모델로 지난해 회사가 8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영업이익률도 25% 정도가 나올 정도로 재무 구조도 탄탄하다.

이수연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대표. [사진=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지난 2010년대부터 쇼핑몰들은 사입 외에도 의상 디자이너를 채용해서 자체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다 2015년부터는 패션의류 외에도 코스메틱, 식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커머스 판매업자가 생겼다. 대부분은 온라인 마케팅에 강점을 가진 회사인 경우가 많았고, 제조사와 협력이 필요했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판매업자는 제조에 대한 지식이 없어 모든 상품을 제조사에만 의지하게 됐다. 물론 온라인 판매자들이 손쉽게 국내 제조사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의뢰를 할 수 있는 구조는 만들어졌으나, 제품 판매의 기본인 사후 문제 조치 문제 등이 생겨 소비자들의 온라인 자체브랜드(PB) 상품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판매 제품에 대한 제품연구원(인력)과 개발연구소(샘플실)를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OEM 의뢰 이전 단계까지 온라인 판매사가 최종 제품 샘플을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공정 과정은 미디어커머스 기업 중 브랜드엑스가 최초다. 이렇게 탄생한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젝시믹스`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젝시믹스를 통해 운동복으로만 여겨지던 레깅스 시장을 `패션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이미지 출처=젤시믹스 홈페이지]

젝시믹스는 사내 제품 부설 연구소 설립을 통해 패턴실과 샘플실을 구축하고 이 안에서 마지막 공정 전 모든 과정을 진행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높은 고객 만족도로 이어져 젝시믹스가 ‘국민 레깅스’ 타이틀을 달게 됐다. 젝시믹스를 총괄 중인 회사의 담당자는 제품 체험을 위해 24시간 자사 레깅스 상품을 입고 생활했다고 한다. 일반적인 미디어커머스 기업들이 대부분 마케팅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할애하는 것과 달리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R&D에 최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회사도 성장했다.

 

케이블TV 편성PD가 미디어 커머스 회사를 만든 사연?…“같은 제품도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더 잘 팔 수 있다!”

 

지난해 10월 사모펀드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전자상거래 업체 ‘아이비엘’의 경영권을 40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그때까지 무명이었던 한 쇼핑몰을 업체를 왜 사모펀드가 왜 인수했을까. 아이비엘은 산하에 미용 전문 `아이뷰티랩`과 건강기능식품 전문 `헬스24`, 생활용품 전문 `리빙픽`, 자동차 용품 전문 `오토커넥트` 등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매출이 거의 100% 자사몰(자체 제작 쇼핑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흔히 유통력이 약하면 오픈마켓이나 다른 쇼핑몰에 입점해 수수료를 내면서 제품을 팔게 된다. 그런데 이 회사는 자사몰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다 보니 수수료 나갈 일이 없어 이익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자사 브랜드(PB) 제품 비율이 30%다. 나머지는 다른 회사 제품인데 오히려 이들에게 수수료를 받으니 부가 수익이 발생했다.

아이비엘의 브랜드들. [출처=아아비엘 홈페이지]

그 덕에 프리미어가 인수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 아이비엘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58억원, 3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누적 예상 매출액은 500억원을 돌파했다. 대형 e커머스 업체 중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이비엘 400억원 엑시트의 주인공인 창업자는 박창원 대표는 원래 지역 케이블TV 편성PD 출신이다. 작은 방송국이다 보니 채널 편성 뿐 아니라 시청률이 잘 나올 만한 프로그램도 사와야 하고 또 방영일자가 잡히면 보도자료도 내야 하는 등 각종 잡무를 해야 했단다. 또 작은 매체다 보니 대기업 광고가 자주 들어오는 것도 아니라 홈쇼핑처럼 설명형 광고를 틀어야 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하루는 그 설명형 광고가 하루는 눈에 들어왔다. 어찌 보면 유치한 광고인데 시청률도 안 나오는 채널에 왜 이런 광고를 꾸준히 내는 건지 유심히 보니 실생활에서 불편했던 걸 개선해주는 제품이 주류 였단다. 자기처럼 공감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 광고 보고 물건을 사긴 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미디어를 활용한 광고가 어떻게 구매전환이 되는지 관심을 갖게 됐다.

박창원 아이비엘 대표. [이미지 출처=www.coworktimes.co.kr]

당시 박 대표는 마침 지인 회사에 우연히 들를 일이 있었다. 그 회사는 소형 안마기를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오픈마켓 입점 후 하루에 한두 개씩은 꾸준히 팔리는 제품력을 가진 안마기였다. 그러다가 지난 2009년 당시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초기 화면에서 뉴스캐스트란 새로운 뉴스 서비스 실험을 했다. 지면은 네이버가, 편집권은 언론사가 갖고 네이버 메인 화면에 기사를 제목만 노출하는 방식인데, 뉴스를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방식이 핵심이다.

 

박 대표는 안마기 사장에게 기사형 광고를 내서 구매로 얼마나 이어지는지 실험해 보자고 제안했다. 일정금액을 내고 지인의 미니 안마기 관련 기사와 해당 사이트 링크를 붙여 네이버 메인화면에 노출되도록 했다. 조회수는 7만건, 구매전환율도 꽤 높았다. 이를 통해 하루 한두 개 팔던 업체는 순식간에 기사 한 건으로 수백 건 이상의 주문을 받게 됐다.

 

물론 지금은 포털사이트 뉴스 정책이 바뀌어 더 이상 이런 성과는 올릴 수 없지만, 당시 박 대표가 깨달은 건 `미디어 커머스` 사업모델이었다. 쉽게 말해 기사형 광고 혹은 제품 설명을 재밌고 공감되게 만든 설명형 콘텐츠 혹은 영상으로 고객의 구매를 유도하는 미디어 커머스는 콘텐츠가 10만명에게 전파됐을 때 이 중 1%만 보고 사도 1000개가 팔려 나가는 해 볼만한 비즈니스다. 박창원 대표는 “미디어커머스 사업은 어찌 보면 숨은 수요를 찾는 일”이라며 “같은 제품도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더 잘 팔 수 있다”고 말했다.

 

나도 한번 해볼까? 헉, 국내 미디어 커머스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 동남아 시장으로 국내 중소기업들과 함께 개척하러 가세!

남대광 블랭크 대표. [사진제공=블랭크]

국내 미디어 커머스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미디어 커머스 스타트업인 블랭크는 창업 3년만인 지난해 해외 매출만 2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매출이 1000억원임을 감안하면 결코 작은 비중이 아니다. 국내 시장서 미디어 커머스 업체간 과열경쟁으로 인한 비용 부담 때문에 미리 해외 시장을 개척해 둔 것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6년 창업한 블랭크는 생활용품이나 힐링제품 등 국내 제조 기반 중소기업과 손잡고 기획해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재미있고 신선한 콘텐츠와 함께 올려 판매하고 있는 미디어 커머스 기업이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약베개’, ‘퓨어썸 샤워기’ 등이 블랭크의 대표작 들이다. 남대광 블랭크 대표는 과거 카카오스토리 단일 채널 중 최고 인기계정 중 하나 ‘세상에서 가장 웃긴 동영상(세웃동)’의 채널 운영자였다.

[이미지 출처=블랭크 홈페이지]

블랭크의 현재 주력 시장은 대만, 홍콩, 싱가포르다. 최근 대만에 콘텐츠팩토리를 세우고 현지 제작도 진행중이다. 3개국에서 높은 인기를 끈만큼 올해는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들 진출도 노리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 제품들도 모두 국내 중소기업 제품들이다. 또한 국내 물류회사를 이용해 해외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블랭크의 이런 움직임은 국내 미디어 커머스 시장이 업체간 과열 경쟁으로 다소 정체되고 있는 흐름과 관계가 크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과 페이스북 등 SNS 업체의 광고 콘텐츠 규제가 지난해부터 부각되면서 부정적인 요소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미디어 커머스 경쟁사가 우후죽순 늘어나며 광고비는 증가하고 노출도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