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쳔 기업인의 양면성

편집 주간 칼럼 : 방선기 목사 (직장사역연합 대표)

2020-04-21     방선기 편집 주간

최근에 미국의 기업인이 쓴 책을 두 권을 비슷한 시기에 읽었다. 두 분다 정말 하나님을 사랑하는 크리스쳔이며 사업을 잘 해온 경영자였다. 그런데 두 책을 읽으면서 묘한 대조를 느낄 수 있었다.

첫 번째 사람은 ‘일의 즐거움’(Joy At Work)(상상북스 간)을 데니스 바케(Denis Bakke)이다. 그는 기업의 공유가치를 네가지로 정했다. 온전함(Integrity), 공정함(Fairness),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그리고 즐거움(Fun)이었다. 그 가치가 아주 좋았지만 내게 감동이 된 것은 그 가치가 아니다. 그보다 더 좋은 가치를 기업의 모토로 삼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가치를 실제 기업의 현장에서 지키도록 한다는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런 가치들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가치들이 옳기 때문에 이 가치들에 따라 살려고 한다는 점이다. 성경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손해를 감수한다는 신앙이 배어있다. 그리고 이 가치가 사무실의 벽 장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토론은 매월 매분기 업무 점검회의에서 계속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기업의 매출이나 수익에 대해서 점검하는 것 이상으로 가치가 현장에서 지켜지도록 점검을 하는 것이다. 톨스토이가 한 말이 생각난다. “철학서 열권을 쓰는 것보다 하나의 원칙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더 어렵다.”

나는 이 기업가의 정신을 보면서 바로 이것이 크리스쳔 경영인은 물론 크리스쳔들이 가져야할 삶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야고보 사도가 말했듯이 행함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하나님이 보여주신 가치를 행하지 못한다면 그 가치는 죽은 가치이고 그 믿음 죽은 믿음인 것이다.

두 번째 사람은 ‘비지니스 언리미티드’(Business Unlimited)(도서출판NCD)쓴 군나르 올슨(Gunnar Olson)이다. 그는 기업에서 기도의 능력을 통한 성령의 역사를 강조한다. 위기의 상황에서 정상적인 시장의 변동 상황과 무관하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다른 세력이 개입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 세력은 물론 성령의 역사이다. 기업활동 속에서 초자연적인 역사가를 일어날 것을 기대하고 또 체험도 했다. 공장을 시작하면서 공장을 깨끗하게 해달라고 기도할 뿐 아니라 기계들을 축복하기도 했다. 그래서 기계들이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에 쌓인 나무 더미를 보고 “버려진 나무들의 산이 일어나 제품이 될찌어다. 주님! 감사합니다.”라는 기도를 드렸을 때는 주변 사람들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바로 그 나무의 특성이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들어와서 그 기도가 그대로 응답되었다는 것이다. 사역을 끝내고 비행기를 타면서 너무 피곤해서 다리를 쭉 뻗을 자리를 하나님께 구했는데 공항직원이 그에게 찾아와서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1등석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험도 말한다. 그의 경험들을 들으면 자칫 미신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가 얼마나 성령의 능력을 기대하며 기도생활을 했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기도와 성령의 능력이 기업의 현장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정말 고무적이다.

 

이 두사람이 다 경건한 크리스쳔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강조점은 대조가 된다. 전자는 성경적인 원리를 기업현장에 실천하는데 초점을 맞춘 반면에 후자는 성령의 능력이 기업의 현장에서 초자연적인 역사를 이루게 하는 것을 강조했다. 이 둘은 크리스쳔들에게 공히 필요한 요소이다. 만일 전자가 성령의 능력을 기대하지 않거나 무시하면서 가치에만 충실하다면 자칫 윤리적인 기업은 될지 모르지만 정말 하나님의 기업이 되지 못한다. 반대로 후자가 성령의 능력은 강조하지만 성경적인 가치관을 실천하는데 관심이 없다면 이 기업은 종교적인 기업은 될지 모르지만 진정한 성경적, 기독교 기업이 되지는 못한다. 이 두가지 요소는 크리스쳔들이 기업을 경영하든 직장생활을 하든 공히 추구해야할 하나님의 뜻이 아닌가 생각한다.

좀더 넓게 적용하면 이 두가지는 크리스쳔들이 삶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할 요소이기도 하다. 말씀과 기도의 균형, 성경적 가치관과 성령의 능력의 균형, 윤리와 초자연적인 현상 사이의 균형 등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크리스쳔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종합해보면 아무래도 후자 쪽으로 기울어지기 쉬울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의 크리스쳔들에게 전자쪽으로 좀더 기울였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