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푸드마켓을 인수한 아마존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윤 추구를 넘어선 가치, '고객의 건강' 소비자와 지역 사회, 기업 모두가 윈윈하는 '동반성장'의 좋은 본보기

2020-09-16     한주원 기자

2017년,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미국 친환경 유기농 식료품점인 홀푸드마켓을 아마존 역대 최대 금액인 137억 달러 (한화 15조 원)에 인수했다. 더욱 이례적인 것은 보통 인수 발표 후 인수한 기업의 주가는 자금 부담 때문에 떨어지게 마련인데, 아마존의 주가는 오히려 급등해 아마존 기업가치 상승분이 홀푸 드마켓 인수가격을 넘어선 것이다. 금융시장이 홀푸드마켓의 인수가 아마존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홀푸드마켓에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런 이변을 낳은 것일까?

홀푸드마켓은 인공 첨가제가 포함되지 않은 유기농식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점이다.

우리나라에는 매장이 없기 때문에 국내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기업의 사업 범위는 유기농 유통, 콘셉트는 친환경이다. 홀푸드마켓은 인공 첨가제가 포함되지 않은 유기농식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점이다. 북아메리카와 영국에 479개 점포가 있으며 친환경 먹거리를 중시하는 수많은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1980년 텍사스 오스틴의 작은 식료품점으로 시작한 홀푸드마켓은 이제 미국 연방정부에 ‘GMO 표시제도’ 시행을 압박하는 영향력을 가진 업체가 되었다. 홀푸드마켓이 2018년까지 자체적으로 GMO 표시제를 전면 시행하기로 하자 다른 유통업체들도 이 흐름을 따라나서고 있을 정도다.

“GMO를 전혀 함유하고 있지 않다고 표시한 어떤 제품의 경우 매출이 15퍼센트 늘었다. GMO 표시는 고객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 는 것이 홀푸드마켓의 설명이다. 또한 홀푸드마켓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자연식품을 엄선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직원들과 지역 사회 구성원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회사가 추구하는 핵심가치다. 홀푸드마켓이 지역사회의 안전한 먹거리와 고객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증거다.

GMO를 전혀 함유하고 있지 않다고 표기한 어떤 제품은 그 매출이 15%까지 늘기도 했다.

홀푸드마켓은 아주 독특한 인사제도를 가지고 있다. 하나의 매장은 식료품, 건강식품, 베이커리, 어패류 등 8~10개의 팀으로 운영된다. 팀은 강력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는데, 이번 달에 어떤 물건을 팔지, 얼마에 팔지, 어디서 공급할지, 어떻게 홍보할지를 회사가 아닌 팀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결정한 상품은 본사의 철저한 품질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한 달 후 팀 성과에 따라 자동으로 다음 달 보너스가 결정되는데, 특이한 것은 직원들이 다른 매장, 다른 팀의 목표와 성과, 보너스 금액까지 모두 시스템에서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팀에 권한과 책임을 주고, 보상은 투명하게 결정하는 것이다.

팀 성과가 잘 나오려면 구성원과 팀워크가 매우 중요한데, 그래서 팀은 필요한 인재를 스스로 뽑고 결정할 수 있는 인사권도 가지고 있다. 신규 직원은 한 달간 팀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후 팀 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정식 직원이 될 수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며 팀의 인사권을 존중하고 있다. 우리와 함께 일할 사람은 우리가 뽑겠다는 말이다.

홀푸드마켓은 팀에 권한과 책임을 주고 보상은 투명하게 한다.

실제로 홀푸드마켓 매장에는 비건, 글루텐프리, 유제품이 함유되지 않은 제품 등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친환경제품이 다양하다. 심지어 홀푸드마켓에 진열된 제품들은 철저하게 동물 학대를 하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 닭, 돼지, 소 등 모든 육류는 ‘우리나 새장 등에 갇혀 있지 않아야 하고 다리를 뻗을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지켜야만 홀푸드마켓에 납품할 수 있다.

홀푸드마켓의 ‘착한 기업’ 이미지는 미국 청년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조금 비싸지만, 더 건강하게, 더 윤리적인 구매를 하고 있다.”는 의식을 가진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금 홀푸드마켓은 세계 각국에 470여개 매장을 갖춘 대형기업이다. 그 배경에는 ‘완전한 식품, 완전한 인간, 완전한 지구’라는 독특한 철학이 있다. 창업자 존 맥키는 홀푸드마켓만의 경영 이론을 이렇게 설명했다.

홀푸드마켓은 무조건적인 이윤 추구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익금 중 일부를 지역경제로 환원한다. 도시 인근 농장에서 지역 농부들이 기른 제품을 따로 팔기도 한다. 이민자나 소수 민족의 채용 비율은 유난히 높다. 깐깐한 품질관리로 소비자의 신뢰도 얻었다.

홀푸드마켓이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소비자와 지역 사회, 기업 모두가 윈윈하는 ‘동반성장’을 강조할 수 있어서다. 이는 그간 수많은 대형 기업들이 매출이나 주가와 같은 숫자에만 매달리다가 시장에서 도태된 것과는 다른 행보다.

지역 사회를 위해 회사 에너지 소비 전체를 커버하는 재생에너지를 풍력발전소에서 구매해 사용하며, 자체 생산물 처리 공장을 두고 친환경기업으로의 몫도 다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홀푸드마켓은 업계 평균의 약 10퍼센트 정도만 마케팅 비용에 투자하더라도 매년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일반 식품들보다 약 1.5배에서 두 배 비싼 가격의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어도 고객들이 서로 자신의 동네에 유치하고 싶어하는 마켓이 되었다.

홀푸드마켓은 고객들이 브랜드에서 철학부터 실행까지 생각과 말, 행동의 일관성을 발견했을 때 어떤 사랑으로 보답하는지를 잘 알 수 있는 사례다.

최근 국내 여러 브랜드들도 롤모델로 홀푸드마켓을 꼽고 있는데, 진정 홀푸드마켓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유기농 제품 콘셉트나 독특한 매장 분위기만은 아니라는 점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 진심으로 고객들의 건강을 생각하고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 이것이 홀푸드마켓을 인수한 아마존 주가 급등의 숨겨진 이유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