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대기업'을 꺾으면 왜 묘한 쾌감이 느껴질까.

시장 속 약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언더독 효과'를 알아야 해 영화 '쿨러닝','도어 투 도어' 등 '언더독 효과' 실사례 일상 속 '언더독 효과' 사례를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변환하기

2020-11-03     이명철 기자

약자가 강자를 꺾는다, '언더독 효과'

EPL 경기가 열리고 있다. 한 팀은 강력한 우승후보인데 이에 맞서는 팀은 강등권이어서 이 경기에 패하면 다음 시즌에는 2부 리그에서 뛰어야 한다. 

이런 경기를 관람할 때면, 원래 우승후보 팀의 팬이 아니라면 대부분이 약자인 강등권 팀을 응원하게 된다. 사람들에게는 매번 이기는 강자보다는 약자를 동정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절대적인 강자가 존재할 때 약자가 콧대를 꺾어주기를 바라는 심리 현상을 ‘언더독 효과’라고 한다. 이 용어는 개싸움에서 유래했는데, 두 마리의 개가 싸움을 할 때 구경꾼들은 밑에 깔린 개가 위에서 짓누르는 개를 이겨주기를 바란다. 

이를 빗대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어 경쟁에서 뒤지는 사람에게 동정표를 몰리는 현상을 지칭하게 됐다. 이 용어가 언론에 등장한 것은 1948년 미국 대선 때다. 

당시 토머스 듀이가 우세했고 해리 트루먼이 열세이던 상황이었는데 막판 동정표가 쏟아져 4.4퍼센트의 득표 차이로 트루먼이 역전을 거뒀다. 이처럼 언더독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분야가 정치판이다. 

선거에서는 보통 약자가 강자에게 도전하는 형태가 일반적인데, 선거에서 매번 이기는 절대적인 강자보다는 약자가 선전할 때 그 약자를 응원하고 뭔가 반전을 기대하는 심리가 존재한다. 

전설의 언더독들 

2009년 8월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따낸 프로골퍼 양용은. 그는 대회 시작 전에는 다크호스에도 끼지 못하는 전형적인 언더독이었다. 

세계 랭킹 100위권 밖의 무명 골퍼인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세계는커녕 한국에서조차 지명도가 그다지 높지 않으며 나이도 37세로 적지 않았다. 다른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유소년 시절부터 체계적인 영재교육을 받은 것에 비해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골프채를 잡은 늦깎이였다. 

그의 우승을 놓고 해외 언론은 ‘세계 스포츠 역사랑 3대 이변’이라는 등의 표현을 했는데 그것이 완전히 호들갑은 아닌 이유다. 

세계인은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언론들은 언더독이 탑독을 눌러 이긴 대표적인 사례라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긴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양용은은 2009년 8월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따냈다.출처: PGA 홈페이지

스포츠에서는 이런 사례가 매우 많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미터 경이에서 적도 기니 출신의 애릭 무삼바니는 해수욕장에서나 입는 헐렁한 트렁크 차림으로 ‘개헤엄’을 쳐 화제가 됐다. 그는 1분 52초 73를 기록해, 예선 1위로 골인한 피터 호헨반트의 48초 64보다 무려 1분 04초 08이나 뒤졌다. 

하지만 ‘물에 빠져 죽지 않으려고 완주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대회 최고의 스타가 됐다. 그가 골인 지점에 들어온 것은 모든 선수가 들어오고도 한참 후였는데, 관중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보냈다. 

겨울이 없는 나라에서 갖은 고생 끝에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봅슬레이팀 이야기도 비슷하다. 이들은 전 세계인의 박수를 받았고, 그 신화적인 스토리는 <쿨 러닝>이라는 영화로 소개되기도 했다.  

언더독 효과 사례를 영화에서 찾자면 <도어 투 도어>를 빼놓을 수 없다. 왓킨스 사의 전설적인 판매왕 빌 포터의 이야기다. 뇌성마비 지체장애자인 그는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었다. 말을 할 때면 안면이 비정상적으로 뒤틀렸고 오른손으로 쓸 수 없었으며 다리도 절었다. 

누구도 맡으려 하지 않는 어려운 지역으로 보내달라는 각오를 드러내며 어렵게 어렵게 영업사원에 채용이 되긴 했지만, 그가 방문한 가정에서 인사말조차 끝까지 들어주는 집은 몇 되지 않았다. 

면전에서 문을 쾅 닫거나 심지어는 걸인 취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하루도 쉬지 않고 자신이 맡은 지역을 돌며 화사 제품을 홍보했다. 수십 킬로미터 거리에 달하는 지역을 날마다 방문하는 것은 정상인에게도 벅찬 일이었다. 

그는 거절을 당할 때마다 ‘다음에 더 좋은 제품으로 방문해달라’는 요청이라 생각하고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꼬박꼬박 다시 찾아갔다. 그런 그의 성실함이 점차 고객들에게 전달되면서 주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판매원이 아니라 집집마다 다니면서 집과 집을 연결해 주는 고리가 되고 마을의 소식을 전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아픈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깊은 속내 얘기도 진심으로 들어주었다. 마침내 그는 회사 안에서도 모든 이가 존경하는 판매왕이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그의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은 이 전형적인 언더독 빌 포터의 스토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왓킨스 사의 전설적인 판매왕 빌 포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도어 투 도어>는 언더독 효과의 좋은 사례이다. 

일상 속 '언더독 효과'를 비즈니스에 적용하라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길을 가는데 구청 직원들이 트럭을 타고 나타나 노점에서 장사를 하는 할머니의 가판대를 뒤엎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는 바닥에 나뒹구는 물건들을 바라모며 넋이 나간 채 망연자실 서 있을 뿐이었다.

그때 정장 차림의 신사 한 분이 물건 하나를 집어 들고는 값을 지불하고 갔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땅바닥에 널려 있던 물건들은 어느새 다 팔리고 할머니의 주머니에는 꼬깃꼬깃한 지폐들이 채워졌다. 

그 일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난다. 사회가 아무리 각박해졌다 해도 여전히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퇴근길 골목 어귀에 현대식으로 오픈한 멋진 야식집보다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아주머니의 소박한  떡볶이집에 들러 간식거리를 사들고 가는 당신, 길 건너 마트에는 깨끗하고 질 좋은 상품이 끝없이 진열되어 있지만 아파트 입구에 자리 깔고 앉은 할머니의 푸성귀를 사 들고 가는 당신, 법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지하철에서 신문지를 수거하는 노인이나 잡상인을 몰아내는 공익 요원에게 조금 살살 하라고 핀잔을 주는 당신. 당신이 바로 이런 심리효과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힘을 가진 사람은 항상 틀리고 약한 사람이 늘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약한 사람들이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언더백 기업과 스타트업이 계속해서 도전하고 성장하며 비즈니스 현장에서 언더독 역할을 톡톡히 해주길 바란다.

글. 이주형 (후성그룹 HR Dire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