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지속 가능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메신저백, '프라이탁'

가방 속 스케치북이 젖지 않았으면 하는 자신의 필요에…'방수천 메신저백'의 탄생 연간 390만 톤의 트럭 방수천, 3만6천 개의 자전거 폐튜브, 그리고 22만 개의 자동차 안전벨트를 사용하는, 제작 과정자체가 '지속가능'

2020-11-18     이명철 기자

독일어로 ‘금요일’을 의미하는 프라이탁(Freitag)은 이제 한국에도 익숙한 단어다. 토요일(Samstag)과 일요일(Sontag)도 아니고, 유독 금요일(Freitag)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아는 이유가 따로 있다. 재활용 메신저 백 브랜드 프라이탁 때문이다.

프라이탁은 1994년 마르크스 프라이탁과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가 스위스 취리히에서 만든 가방 브랜드다. 최근에는 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 온라인 편집숍 29CM이 프라이탁과 공식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프라이탁이 우리나라에서도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직접 실감할 수 있다.

2020년 여름, 한국에서도 프라이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출처: 프라이탁

프라이탁의 탄생

프라이탁 창업자인 마르크스, 다니엘은 어린 시절 농가에서 자라 농가의 작업장에서 주변의 물품들을 가지고 작업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그 결과 그들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재미를 붙여 디자인의 진로를 정했다.

대학을 다니며 마르크스, 다니엘은 평소 자전거를 통해 외출했고 항상 스케치북을 가방에 넣고 다녀 비가 오는 날이면 자신들의 가방이 젖는 것을 걱정했다.

어느 날 트럭의 방수천, 자동차 안전벨트, 폐기된 자전거의 내부 튜브 등을 보며 ‘이거다!’ 싶었고, 30피트의 방수천을 가지고 당시 뉴욕에서 유행했던 메신저백 형태의 가방을 디자인했다.

튼튼하면서도 독특한, 또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가방을 고민했고, 그러한 고민으로부터 나온 가방들은 독특하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재활용품들이었다. 프라이탁의 메신저 백은 이렇게 단순하지만 매우 독창적인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프라이탁이 오늘날 큰 인기를 얻고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지속가능성’에 있다. 자신들의 주변 지인에게 팔던 가방은 점점 스위스 취리히 내 우체부들에게 팔려나갔고, 점점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가방에 자신들의 성 ‘프라이탁’을 붙여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것이 프라이탁의 시작이었다.

마르크스와 다니엘은 자신들의 필요로부터 '튼튼하면서도 독특한,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가방을 만들어냈다. 출처: 프라이탁

지속가능한 프라이탁

프라이탁 제작과정 자체가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프라이탁에서는 연간 30만 개 정도의 가방을 만든다. 이 가방들을 만들기 위해 연간 390만 톤의 트럭 방수천, 3만6천 개의 자전거 폐튜브, 그리고 22만 개의 자동차 안전벨트를 사용한다. 

버려지는 소재들을 재활용하는 첫 번째 과정에서부터 엄청난 재활용, 지속 가능한 환경 유지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프라이탁의 가방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제작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천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 자르고 조합해 만드는 작업까지 모든 과정이 만드는 사람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하나의 가방을 만들기까지는 보통 두 달여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는 싼 가격으로 대량생산해 수많은 재고를 남기는 SPA 브랜드와는 매우 다른 방식의 생산 과정이다. 재고를 남기는 또 다른 낭비를 막음으로써 프라이탁은 다시 한 번 더 지속가능성에 도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프라이탁 본사는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기 위해 그들의 가치와 철학을 잘 나타내고 있다. 프라이탁은 스위스 취리히 오리콘 지역의 북쪽 복합 산업지구에 본사를 두고 있다. 본사에 있는 판매 및 물류창고는 19개의 컨테이너를 세워 만든 빌딩이다.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재활용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에 성공하면 보통 더 크고 좋은 건물을 건축하기 마련인데 프라이탁은 19개의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26미터의 빌딩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허튼 돈을 쓰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프라이탁 본사 건물 자체가 그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즉 지속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소비자가 진정성을 느끼게 하고 있다.

그 밖에도 프라이탁은 공장에서 이용되는 에너지 중 50퍼센트를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작에 이용되는 물의 30퍼센트 이상을 빗물을 받아 사용한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그들의 기업 활동 모든 부분에 그들의 친환경적 사고, 지속가능성의 철학이 깃들여 있는 것이다.

프라이탁을 사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소비'에 동참하는 소비자

그러나 프라이탁 역시 그들이 하는 실천을 별도로 사회공헌이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그들이 ‘사회적 기업’이라 불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인 듯하다. 그들의 가치에 맞는 제품을 만들었고, 그들의 가치를 알아보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함께 이를 공유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프라이탁은 전체론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에 접근 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러한 접근이 우리가 사는 사회와 환경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기업활동 와중에 사회에 공헌할 방법을 모색한 것이 아니라,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가 삶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그들은 믿고 이를 실제로 실천해오고 있는 것이다.

트럭의 방수포, 자전거 바퀴 내부 튜브, 자동차 안전벨트 등을 재활용해 가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프라이탁은 멋진 제품을 선사하는 동시에 사용자 자신도 프라이탁이 추구하는 친환경 운동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한다. 이러한 참여는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한다.

프라이탁 가방을 메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메는 가방이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은 친환경 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이고, 남들과는 다른 개성 있는 자신을 프라이탁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 한다. 프라이탁은 친환경이라는 이슈를 제품으로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프라이탁 메신저백은 처음에는 주변 지인들이 주 고객이었으나 점점 비가 많이 오는 스위스 취리히 내 우체부들에게 팔려나갔다, 출처: 프라이탁

비가 많이 오는 스위스에서 늘 자전거만 타고 다니는 마르크스 프라이탁에게 필요했던, 물에 강하고 넘어졌을 때에도 안의 내용물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하면서도 편한 기능성을 갖춘 메신저백은 현재 지속가능성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프라이탁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사회공헌 활동이 되었다.

Z세대들은 작은 물건 하나를 사도 어떤 기업이 어떤 공정으로 제조한 제품인지를 따진다. 기왕이면 ‘착한 소비’를 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라이탁은 Z세대에게 착한 소비를 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소비의 의미를 부여해주고 있다. 또한 프라이탁의 지속가능성의 원칙이 지역사회의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환경보호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프로이탁의 사례에서 보듯 앞으로 지역사회의 환경보호와 지속가능성의 사회적 가치를 둔 기업들이 늘어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