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이] #2 중국에 있어도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2021-06-02     정효령 객원기자

중국 상해로 편입부터 취업을 하며

느끼고 배운 경험으로 더 큰 꿈을 꾸게 되다

나는 중국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

한국에서 대학교 1학년 때 웨이하이로 교환학생 한 학기, 2학년 때에는 쑤저우로 해외인턴십 한 번, 이렇게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총 2번 중국에 갈 기회가 있었다. 두 차례 중국에 와 보니, 한국에서 중국을 공부하는 것보다 중국에 직접 와서 중국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 나는 2019년 9월 상해에 있는 화동정법대학교로 3학년 편입을 하게 된다. 그렇게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늘 그렇듯 겨울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코로나19가 터져버린 것이다.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대학생활

2020년 초 비교적 감염자가 적었던 한국이었던 지라 한국 유학생에게는 학교 복귀를 허락할 것이라는 희망과는 달리 학교에서는 모든 유학생의 학교 복귀를 전면 거부했다. 한국인 유학생 수가 많은 다른 유명한 학교들은 한국인 유학생 학생회를 통해 학교에 건의라도 해 볼 수 있었지만, 한국 유학생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우리 학교는 그것마저 시도해 볼 수 없었기 때문에 학교 복귀가 더더욱 힘들었다.

 

코로나 이후 우선 많은 학교들이 그렇듯 모든 수업이 비대면 수업방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한 학기 정도만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면 되겠지’라는 예상과는 달리 코로나가 점점 심해지면서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을 한국에 갇혀 살았다. 그렇게 모든 걸 온라인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가 이렇게 온라인 수업을 들으려고 학교에 입학한 것은 아닌데…’라는 어떠한 허탈하고 허무한 감정의 연속이었던 1년이 지났다.

졸업까지 겨우 한 학기만 남은 시점에서 중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매일같이 인터넷에서 중국 한인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며 중국으로 입국한 사람들의 후기와 여러 정보를 알아본 결과, 마침내 11월 말 중국으로 올 수 있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마지막 학기라 수업도 없는데, 편하게 한국에서 보내면 좋지 않냐고 반문했을 때,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야, 나 중국 돌아가야 해.”

 

블루아이에서 대학생 인턴생활을 시작하다.

중국에 와서 2주간의 격리가 끝나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대학교 졸업요건 중 하나인 졸업 실습이었다. 그러던 중 10월 무렵 예전 상총련(상하이 한국인 유학생 총연합회) 스트리밍 경연 대회에서 만났던 (지금의 나의 직속 상사인) 정이사님께서 당신이 아는 기업에서 미디어팀 인턴을 구한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얼핏 떠올라서 연락을 드렸다가 운이 좋게 지금의 회사의 입사하게 되었다.

미디어 팀이기는 하나, 처음에는 부동산 회사에 입사한다는 것에 대한 왠지 모를 부담감이 있었다. 입사 당시에는 부동산을 잘 모르기도 하고 크게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중국 부동산 시장에 흥미가 생겼고, 처음 접해보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즐기며 일할 수 있는 관심 분야를 찾게 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나를 부동산에 흥미를 갖게 만든 시장조사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시장조사를 통해 중국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다.

인턴으로 있던 3개월 동안은 미디어팀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다른 부서의 업무도 체험해 볼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2월부터는 우리 회사 시장팀의 현장답사에도 따라다닐 수 있게 되었다.

 

상해 5대 신도시 중 막내, 펑시엔

상해는 2017년부터 2035년까지 5대 신도시를 중심으로 인구를 유입시키고 활발한 개발을 하겠다는 “상해 2035 마스터플랜”을 기반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5대 신도시에는 쟈딩, 칭푸, 송쟝, 펑시엔, 난후이(린강)이 포함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는 아무래도 첫 시장조사지인 펑시엔이다. 블루아이에 입사해서 ‘펑시엔 매물’, ‘펑시엔 투어’ 등 영업팀 매니저님들로부터 펑시엔에 관한 언급은 많이 들었었는데, 직접 가서 보니 ‘이곳이 펑시엔이구나!’ 라는 생각과 상해의 도심지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하나하나 감탄하기 바빴던 것 같다.

처음 가본 펑시엔은 나에게 힐링/여가/문화 도시라는 느낌을 주었다. 예술의전당과 큰 호수, 조각공원이 있고, 산책로와 광활한 잔디밭이 많아서 가족단위 거주자들이 많이 선호할 지역으로 생각된다. 도로가 넓고 깨끗하여 자율 주행 차로 시험 시범도로가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도로에 설치된 가로등은 Y자 모양이었는데 마치 펑시엔으로 가는 5호선이 Y자 모양으로 갈라지는 데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상해와 인근 도시를 연결해주는, 칭푸와 쟈딩

칭푸는 상해의 북서쪽에 위치한 도시이다. 칭푸를 지나는 지하철로는 17호선이 있는데, 17호선의 종점인 동방녹선 역을 나오면 버스터미널이 있다. 그곳에서 장삼각 시범 운행 버스를 탈 수가 있는데 그 버스를 타면 신기하게도 인근 도시까지 갈 수 있는 버스 노선이 이미 개통이 되어 운행되고 있다. 상해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고속철이나 비행기를 타야만 갈 수 있다는 생각과 달리 버스를 타고도 다른 지역으로 상해가 아닌 다른 도시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그 당시 나에게 정말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쟈딩 신도시는 지하철 11호선을 타고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상해의 5대 신도시 중 하나이다. 소룡포가 맛있기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하다. 쟈딩 신도시에 속해 있는 11호선에는 ‘안팅’이라는 역이 있는데, 재미있는 점은 그 역을 기준으로 더 넘어가면 상해가 아닌 장쑤성의 ‘쿤샨’이라는 도시라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거리가 얼마 차이 안 나는 데도 상해와 상해가 아닌 지역이라는 이유 때문에 집값이 많이 차이 난다.

시장조사를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가장 큰 변화는 익숙해진 일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매번 출퇴근할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다니던 길, 지하철과 버스를 탈 때 바깥 풍경보다는 핸드폰을 더 들여다보았던 나였다. 그런데 이젠 단순히 이동 수단의 한 부분으로만 인지했던 주변 환경들이 시장조사 업무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하나하나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되는, 어떻게 보면 ‘직업병’이 생긴 것 같다.

 

큰 나라에서 큰 꿈을 꾸고 싶은 사회 초년생

6개월 전, 같은 시기에 한국에 있는 것보다 중국에 있으면 뭐라도 하나 더 배우고 느끼는 게 있을 거란 믿음을 가지고 중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대학생 신분으로 블루아이 인턴으로 시작해, 지금은 어엿한 정직원이 되었지만, 아직은 배울 점도, 궁금한 것도 많은 병아리 사회 초년생이다.

부동산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건 누구에게나 흔히 찾아오는 기회는 아니다. 그것도 중국에 있는 부동산 회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중국, 그리고 블루아이에서 일하는 동안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더 큰 미래를 그려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