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헬스케어 CEO 브라이언 톰슨 지난 4일 뉴욕서 피살
그에 대한 여론은 오히려 냉소적
조직 내외에서 고객과 팀원을 사랑으로 대해야
지난 12월 4일, 미국 전역에 큰 파장을 몰고 온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산하 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CEO 브라이언 톰슨이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피살당한 것이다.
그런데 범인은 부유층 가문의 사회 엘리트였고, 미국의 의료보험 정책을 겨냥한 정치적 목적으로 계획 살인을 저지르고 현장에 메시지를 남겨 논란이 된다. 이에 더해 대중들의 여론마저 피해자에게 일말의 동정 없이 오히려 냉소와 조롱을 퍼붓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히 CEO에 대한 반감뿐만 아니라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불신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은 미국 사회의 대표적 병폐로 꼽히는데, 의료 민영화로 인한 천문학적 의료비가 미국 시민으로 하여금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렵도록 한다. 이는 마약 중독과 같은 여타 문제로 번지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유나이티드헬스케어는 미국 내에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로 악명이 높은데, 피해자인 브라이언 톰슨이 2021년 CEO 자리에 오른 후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보험금 지급 거절 비율은 2020년 10.9%에서 2022년 22.7%, 작년에는 무려 30%를 넘겼다고 한다.
이를 반영한 듯 11일 ‘Center for Strategic Politics’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라이언 톰슨과 유나이티드헬스케어에 대한 긍정 여론은 각각 19%, 24%에 그친 반면, 부정 여론은 35%, 48%를 기록했다.
더 문제는 유나이티드헬스케어가 미국 의료보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의아할 수 있는데, 미국은 병원과 의사별로 연계된 보험사가 달라 환자가 가입한 보험을 의사나 병원이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최대한 많은 병원에서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거대 보험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브라이언 톰슨 개인도 조직 내외에서 문제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그를 포함한 사내 주요 경영진이 올해 5월 조직 내 불법 거래와 사기 혐의로 기소당했다. 조직 내 평판도 좋지 않았다고 추측 가능한데, 그의 사망을 알린 사내 인트라넷 글의 조회수가 16,000에 달하는 반면 달린 댓글은 28개에 불과했다고 한다. 또 톰슨이 보험금 지급 여부 심사에 AI를 투입하여 성과를 내고, 그에 따른 보상을 누리는 동안 팀원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시달려 왔다고 11일 회사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물론 폭력과 살인은 그 어떤 측면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사건의 정황과 배경,피해자의 행적을 살펴 보면 이는 보험사를 포함해 조직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경영자 및 리더에 대한 경고로 보이기도 한다.
엘리자베스 워렌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 사건은 미국 의료보험 회사들의 역겨운 수법으로 고통받은 미국인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폭력은 정답이 아니지만 사람들이 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구성원과 고객에게 사랑을 보이지 않는 리더의 행태가 계속된다면, 폭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그들이 지지를 철회하고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를 사랑이다”라는 말이 더 와닿는 사건의 일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