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끝 로컬라이저 구조물, 국제 기준 위배 논란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이 지목되고 있다.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고는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 이후 27년 만의 대형 항공 참사로 기록됐다. 사고 당시 여객기는 활주로를 벗어나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안전시설)와 충돌했는데, 이 시설이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로 되어 있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국제 기준 위배 논란

영국의 항공 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활주로에서 200m 떨어진 곳에 단단한 물체가 있다는 건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연방항공청(FAA) 기준에 따르면 항행안전구역에 부러지지 않는 탑을 쌓아선 안 되며,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위한 시설은 부러지거나 저항이 작은 구조물로 설치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여수공항 등을 예로 들며 구조물처럼 둔덕에 설치된 형태도 있다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비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 파일럿 데니스 다비도프는 "일반적으로 로컬라이저 안테나는 지상에 설치되며, 높이를 올리고 싶어도 콘크리트 벽이 아닌 금속 타워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 전문기자 제프리 토마스도 "활주로 근처 어디에도 벽이 있어서는 안 되며, 이는 국제 기준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로컬라이저 위치 문제

로컬라이저의 위치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FAA는 로컬라이저를 활주로 시단으로부터 약 300m 지점에 설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에서 약 251m에 불과했으며, 이는 다른 국내 주요 공항들과 비교해도 짧은 거리였다. 전문가들은 활주로가 더 길었다면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안공항의 근본적 문제점

한편, 일각에서는 무안공항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무안공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으로 건설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조류 집중 서식지에 위치해 있고 활주로도 비정상적으로 짧아 이용률이 매우 낮다는 지적도 있다.

무안공항은 2007년 11월 8일에 개항하여 광주공항과 목포공항을 대체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무안국제공항의 명칭을 '김대중공항'으로 변경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개칭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논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업적과 호남 지역 경제에 대한 기여를 기리기 위한 의도로 시작되었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한, 무안공항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착공해 2007년 개항했다. 인근에 공항이 있는데도 선심성 공약으로 추진돼 당시 사업을 주도한 한화갑 국회의원의 이름을 따 ‘한화갑 공항’으로 불리기도 했다. 개항 전 연간 992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작년 이용객은 24만 6,000명에 그쳤다. 이용객이 없어 활주로에서 주민들이 고추 말리는 장면이 목격돼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도 불렸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내 공항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무안공항의 건설 배경과 운영 실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 참사는 공항 시설의 안전성 문제와 정치적 목적으로 건설된 공항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사례뉴스=최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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