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즐 진준화 대표가 말하는 아트 IP 비즈니스의 확장 가능성
그림 정기 구독 서비스에서 글로벌 아티스트 에이전시로의 성장
[사례뉴스=오세은 인턴기자]
"예술은 고가의 소장품이 아닌,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콘텐츠가 되어야 합니다."
예술은 늘 어렵고 비싼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아트 스타트업 '핀즐'의 진준화 대표는 미술 작품을 '소장'의 대상이 아닌 '일상 속 콘텐츠'로 재정의했다. 2016년 그림 정기 구독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는 전 세계 약 100여 명의 아티스트와 전속 계약을 맺고 있는 글로벌 아티스트 에이전시로 성장한 핀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핀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십시오.
핀즐은 2016년에 설립된 아트 스타트업으로 초창기에는 그림 정기 구독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까지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후 글로벌 아티스트 에이전시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현재는 전 세계 약 100여 명의 아티스트들과 전속 계약을 맺고 있으며 연예 기획사처럼 아티스트 중심의 IP 기반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예술의 일상화'에 대한 철학이 인상깊습니다. 어떻게 핀즐을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사업을 하셔서 자연스럽게 저도 장사나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경영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첫 직장에서 약 5년간 일하면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그즈음 이사를 하면서 처음으로 집에 그림을 걸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시장에는 제 취향과 예산에 맞는 그림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림은 고가의 소장품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했고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미술 초심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기 구독 서비스를 기획하게 되었고, 저는 그 서비스의 페르소나였기 때문에 제 니즈를 해결할 수 있는 형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정기 구독 모델을 차용해, 그림을 콘텐츠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Q. 창업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초기에는 친한 지인들과 공동 창업을 했고, 제가 대표를 맡았습니다. 그러나 창업이라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 런칭 이후 공동 창업자들이 퇴사하면서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있었고, 제가 지분 매입을 시도했지만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약 1~2년간 힘든 시간이 지속되었습니다.
이 시기를 극복하기보다는, 묵묵히 견디며 운동, 업무 등에 집중하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냈습니다. 결국 폐업을 고려하게 되었고, 폐업 선언 이후 상대측에서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하여 겨우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는 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Q. 핀즐은 아티스트 IP 기반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데요. 가장 어려운 지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일반적인 미술 기업들은 대부분 그림 유통에 집중하지만, 그러한 방식만으로는 예술의 대중화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미술도 IP 사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전제를 세웠고, 현재까지도 IP 기반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아티스트의 IP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회사 규모도 작고 레퍼런스도 부족했기 때문에, 직접 해외에 방문해 작가들을 설득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회사의 규모와 신뢰도가 쌓이고, 우수한 아티스트들이 소속되면서 이러한 초기 어려움은 점차 해소되었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여전히 아트 IP를 일상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그래서 현재는 대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아트 IP를 결합하는 협업을 다수 진행하며 활용처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협업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뉴욕에서 활동하는 소속 일러스트 작가의 국내 대규모 전시와 연계해 서명 판화를 출시했던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일주일 만에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현대백화점과 함께 진행한 '그린 오아시스' 프로젝트도 기억에 남습니다. 폐자재를 활용하는 공예 작가들과 백화점 세 지점을 연결해 각각의 공간에 작품을 설치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프로젝트였으며, 설치물은 현재도 고객 쉼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LG전자의 갤러리 모드 기능을 통해 전 세계 사용자들이 핀즐의 아트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의미 있는 협업 사례입니다.
Q. 구독자 유지(Retention)를 위한 전략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습니까?
구독자 수 확대를 위해서는 신규 고객 유치와 리텐션 모두에 전략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마케팅 비용을 크게 투입하지 않는 대신, SKT 우즈, 현대카드 등 대기업 구독 플랫폼에 입점하여 ‘거인의 어깨’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홈쇼핑과 같은 채널을 활용해 단기간 내에 구독자를 확보하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리텐션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림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선정된 작가와 그 작품에 대한 설명, 큐레이션 이유 등을 담은 책자를 함께 제공합니다. 또한 해당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 플레이리스트도 유튜브에 정기적으로 공개하여, 그림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의 확장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Q. B2C와 B2B 수익 모델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고 있습니까?
초기에는 B2C 시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기획하였지만, 그림 정기 구독 서비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었기에 IP를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B2B 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B2B 매출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술 시장과 소비 시장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B2C 매출만으로는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두 부문 모두를 유기적으로 운영하며 자원을 균형 있게 배분하고 있습니다.
Q. 위기를 겪고 있는 스타트업 리더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현재는 스타트업에 특히 어려운 시기입니다. 투자 유치가 거의 중단되었고 많은 기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폐업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위기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핀즐 또한 이러한 위기 속에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버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업에는 개인의 능력 외에도 시대적 운과 타이밍이 크게 작용하기에 좋은 시기가 올 때까지 묵묵히 지속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