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반(反)기업·반(反)인재’ 시그널, 계속 이대로 괜찮은가
[사례뉴스=고도환 필진기자] 최근 5년간 서울대 교수 56명이 미국과 홍콩, 중국, 싱가포르 등으로 떠났다. 이들이 선택한 해외 대학은 국내 연봉보다 최대 4배 높은 연봉을 제안하며 한국 인재들을 유혹하고 있다. 국내 최고 대학마저 막지 못하는 '두뇌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해외 대학이 연봉 약 4억 5천만 원(33만 달러)을 제안하며 국내 대학의 1억 원 수준 연봉을 압도하면서 인재 이탈이 더욱 심화됐다.
서울대뿐 아니라 KAIST, GIST, DGIST, UNIST에서도 교수들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이동했으나 이들 중 상당수는 다시 해외로 떠나거나 수도권 대학으로 이동해, 국내 대학 간에도 빈번한 '도미노 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인한 대학의 재정 악화와 성과보상 체계 부재가 겹치면서 국내 학계의 위기가 본격화된 것이다.
자산 유출과 상속세 부담
두뇌뿐 아니라 자산도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떠난 자산가의 약 80%가 "높은 상속·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이주했으며, 세금 문제만 해결되면 돌아올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세계 최고 수준 상속·증여세율이 자산가의 해외 이주를 촉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자산가들은 싱가포르, 홍콩, UAE 등 세제 혜택이 풍부한 국가로 거처를 옮기고 있으며, 일정 기간 거주 후 한국의 상속세 부과 대상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상황은 중산층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3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서울의 중산층마저 '상속세 폭탄'의 타격을 받고 있다. 중산층이 보유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상속세 공제한도 조정과 현실적인 세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한국의 투자이민제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글로벌 국가들이 부자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은 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빈번한 변경으로 인해 투자이민제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그 결과, 국내 자산은 유출되고 해외 자산 유입은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반(反)기업·반(反)인재 정책의 그림자
여기에 더해, 최근 추진되는 정책들도 인재와 자본 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합법 파업 손해배상 제한과 원청 사용자성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어 기업 활동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소규모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며 스타트업과 연구 현장의 부담을 크게 늘리고 있다. 또한 상법 개정에 따른 '3% 룰' 등 지배구조 규제 강화는 기업의 장기투자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최저임금의 연속 인상(2025년 1만30원 확정)도 생산성과 괴리될 경우 청년·연구 인력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금융투자소득세·법인세 등 세제 정책의 잦은 변화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ESG 공시 의무화도 방향성은 글로벌 흐름에 맞지만, 제도의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이 기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정책 기조는 자칫 '반(反)기업·반(反)인재'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며 "두뇌와 자본의 이중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연봉 및 성과보상 체계 개편, 상속세제 현실화, 투자이민제 개혁과 함께 규제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는 전방위적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한국의 국가 경쟁력 손실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