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리더십의 대명사, 축구 감독 알렉스 퍼거슨과 거스 히딩크
퍼거슨의 냉철한 리더십...장기적 인재 육성, 과감한 팀 리빌딩, 높은 기준 설정, 강력한 통제권
히딩크의 세심한 리더십...설득과 합의, 맞춤형 동기부여, 소통과 몰입 강조

알렉스 퍼거슨과 거스 히딩크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유명한 축구 감독들이다. 퍼거슨과 히딩크의 리더십은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이들은 선수들의 존경과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반면 두 감독의 리더십 스타일에는 큰 차이가 있다.

축구 감독 퍼거슨과 히딩크는 다른 스타일의 리더십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사진=unsplash)
축구 감독 퍼거슨과 히딩크는 다른 스타일의 리더십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사진=unsplash)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2013년 5월 은퇴 전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으로 26 시즌을 보냈다. 그가 감독으로 있는 동안 맨유는 13번의 잉글랜드 리그 우승과 25번의 국내∙국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퍼거슨 감독의 완고한 축구 철학에 대해 여러 논란이 존재하지만, 대중들은 그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코치’라고 평가한다.

2013년 퍼거슨 감독 은퇴 당시,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은 “그는 내 인생 최고의 감독”이라며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사진=)
최고의 코치로 평가받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퍼거슨 리더십 : (1) 단기적 영입 대신 장기적 인재 육성

게임에서의 승리는 단기간의 이득이다. 다음 게임에서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팀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위해 퍼거슨 감독은 기초를 다지는 것부터 출발했다.

내가 맨체스터에 도착한 순간부터 나는 오직 한 가지만을 생각했다.

바로 축구 클럽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바닥에서부터 팀을 만들고 싶었다.

그것은 팀의 유연성과 연속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은 모두 함께 성장하며 팀 스피릿을 만들어 내는 유대감을 형성한다.

1986년 퍼거슨은 맨체스터에 도착하자마자 당시 유명했던 선수들을 영입하는 대신 맨체스터의 유소년 프로그램을 현대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9세 이하 유망주들을 위해 센터를 설립하여 재능있는 젊은 선수를 영입∙육성했다.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게리 네빌, 데이비드 베컴이 바로 이 유소년 프로그램 출신이다.

퍼거슨 감독은 맨체스터 유소년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을 양육했다. (사진=unsplash)
퍼거슨 감독은 맨체스터 유소년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을 양육했다. (사진=unsplash)

이들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에 맨유의 위대한 업적 달성에 크게 기여했다. 퍼거슨 감독은 이들을 통해 팀의 정체성을 형성했다.

퍼거슨 리더십 : (2) 과감한 팀 리빌딩

퍼거슨 감독은 예리한 감각, 선수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대한 고민을 통해 팀 리빌딩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는 항상 팀이 정상에 올랐을 때 그 팀을 해체하고 새로운 팀을 만들었다.

팀의 가치 상승과 연속성을 위해서라면 개인적으로 아끼는 베테랑 선수들을 내보내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라이언 긱스는 “퍼거슨 감독은 절대 현재 순간만을 보지 않는다. 그는 항상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그는 무엇을 강화해야 하고, 무엇을 새로 바꿔야 하는지 알아내는 요령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퍼거슨 감독은 늘 과감한 팀 리빌딩을 시행했다. (사진=unsplash)
퍼거슨 감독은 늘 과감한 팀 리빌딩을 시행했다. (사진=unsplash)

퍼거슨의 리더십을 연구한 애니타 엘버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퍼거슨의 독선적인 스타일은 논란의 대상이지만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맨유에는 특색 있는 다른 4~5개 팀이 있었다”며 그의 팀 빌딩 능력과 빠른 변화 대응력을 높이 평가했다.

퍼거슨 리더십 : (3) 높은 기준 설정

퍼거슨 감독은 항상 선수들에게 높은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훈련에서 보는 것이 그대로 실전에서 나타난다”며 모든 훈련 세션에서도 높은 수준의 집중력, 속도, 퍼포먼스를 요구했다. 동시에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강조했다.

퍼거슨 감독은 “낮은 수준을 생각하고 그에 맞춰 행동한다면 그 집단은 더 이상 발전이 없을 것이다.”

“보다 높은 수준의 기준을 설정하여 내면에 존재하는 강렬한 열망을 끌어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구성원들은 더욱 노력할 것이고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퍼거슨 감독은 높은 목표를 제시했다. (사진=unsplash)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에게 높은 목표를 제시했다. (사진=unsplash)

퍼거슨 리더십 : (4) 강력한 통제권

퍼거슨 감독은 규율과 통제권을 중시했다. 그는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선수들의 사생활까지 통제했다.

선수가 기준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거나 자신의 통제력에 도전하면 강력하게 대응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팀워크를 해치거나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면 가차없이 내쫓았다.

퍼거슨 감독은 “클럽의 장기적인 관점은 그 어떤 개인보다 더 중요하며, 관리자는 클럽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기 전에 신속히 반응하여 통제력을 유지했다. 이를 통해 그는 맨유를 장기적으로 이끌고 명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퍼거슨 감독은 규율과 통제를 중시했다. (사진=flickr)
퍼거슨 감독은 규율과 통제를 중시했다. (사진=flickr)

퍼거슨 감독이 냉철하고 과감한 결단력으로 팀을 이끌었다면, 히딩크 감독은 공감과 분석을 통해 세심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히딩크 리더십 : (1) 설득과 합의

2001년 5월 프랑스와의 경기, 8월 체코 평가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연이어 5:0으로 패배하자 히딩크 감독은 ‘오대영 감독’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체력훈련에만 집중하는 히딩크식 훈련방식에 기자, 축구팬들, 협회 관계자들, 국민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힘든 체력 훈련에 대해 불만을 갖는 선수들도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이에 대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제시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의 BOI(경영성과지표, Business Outcome Indicator)를 측정하고 세계적인 팀 선수들의 BOI와 비교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대중과의 소통과 합의를 중시했다. (사진=연합뉴스)
히딩크 감독은 선수∙대중과의 소통과 합의를 중시했다. (사진=연합뉴스)

히딩크 감독은 “유럽 일류 선수들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 축구는 기술 85, 전술 60, 스피드 80, 자신감 60, 성취동기 100, 국가와 축구에 대한 사명감이 99에 달한다. 반면 힘과 지구력 50, 경험과 불안 억제력 30, 경기 중 의사소통 및 책임감 20이라는 약점을 갖고 있다.”

“체력 없이는 정신력도 없다. 한 경기에 약 180번의 순간동작이 나온다. 그리고 정상 맥박 평균 회복 속도는 30초다. 그런데 현재 한국 선수들은 정상 맥박으로 돌아오는 데 4분이 걸린다. 회복력이 받쳐주지 않고는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하며 체력훈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은 맥박 회복 속도를 ‘4분’에서 ‘30초’로 줄이겠다는 성과 목표를 명확히 제시했다. 기자, 협회, 축구팬과 국민들은 이 목표에 대해 모두 동의했다. 히딩크 감독은 체력 훈련 방식에 대한 압력과 비난받지 않게 되었다.

히딩크는 명확한 지표와 성과목표를 제시하여 당시 선수들의 기초 체력 훈련에 대한 논란을 잠재웠다. (사진=unsplash)
히딩크는 명확한 지표와 성과목표를 제시하여 당시 선수들의 기초 체력 훈련에 대한 논란을 잠재웠다. (사진=unsplash)

히딩크 리더십 : (2) 맞춤형 동기부여

히딩크 감독은 선수의 심리를 이용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특히 구성원들의 개성과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동기부여를 했다.

내성적인 성격이던 박지성 선수는 일본에서 활동하다가 월드컵 평가전에 발탁되었다. 그는 새로운 동료 선수들과 히딩크 감독의 작전 지시 방식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어느 날 박지성 선수는 왼쪽 다리에 부상을 입어 시합에 나가지 못했다. 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낙담하던 박지성 선수에게 히딩크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지성 씨는 정신력이 훌륭합니다. 그런 정신력이면 반드시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 선수가 '원더풀골'을 넣고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는 모습 (사진=중앙일보)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 선수가 '원더풀골'을 넣고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는 모습 (사진=중앙일보)

박지성 선수는 월드컵 내내 히딩크 감독의 이 한 마디를 기억하며 경기에 임했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결승골을 넣어 한국의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이 골은 2018년에 FIFA가 발표한 ‘원더풀 골’ 중 하나다. ‘원더풀 골’은 FIFA가 선정한 1930년 우루과이월드컵부터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나온 약 2,400골 중 아름답거나 큰 의미가 있는 골을 말한다.

한 편,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 선수에게는 다른 방식의 동기부여를 사용했다.

당시 안정환 선수는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과 해외 경험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선수였다. 히딩크 감독에게는 안정환 선수가 운동 선수보다는 연예 스타처럼 보였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 개인의 뛰어난 플레이보다 팀워크를 중요시했다. 그는 안정환 선수를 팀의 일원으로 성장시키고자 했다.

당시 안정환 선수는 각종 CF를 휩쓸었지만 축구 선수로서의 성과는 좋지 않았다.
당시 안정환 선수는 각종 CF를 휩쓸었지만 축구 선수로서의 성과는 좋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 선수가 자존심이 매우 강해서 자극을 받으면 즉각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히딩크 감독은 속으로는 안정환 선수를 훌륭한 공격수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에서는 스타일지 모르나, 당신의 소속팀인 페루자에서는 후보 선수에 불과하다. 소속팀에서 벤치에 있는 선수를 한국대표팀 주전으로 쓸 수 없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을 1년 앞둔 시점에 열린 2001 컨페더레이션컵 대표팀에서 안정환 선수를 제외시키며 그를 자극했다.

안정환 선수는 히딩크 감독의 말에 반응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그는 전성기 기량을 회복했고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는 안정환 선수 (사진=대한축구협회)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는 안정환 선수 (사진=대한축구협회)

히딩크 리더십 : (3) 불필요한 위계는 제거! 효율적 소통과 몰입

히딩크 감독은 불필요한 선후배 문화나 제도를 모두 없앴다. 

그는 선수들에게 경기 중에는 반말로 의사소통 하도록 요구했다.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는 선수들 간의 소통 수준이 창조적 플레이를 결정한다. 존댓말 문화는 선수들로 하여금 위계를 의식하고 경직된 플레이를 하게 한다. ‘선배님’이라는 긴 호칭은 찰나의 순간에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의사결정을 하는데 방해가 된다.

또한 히딩크 감독은 선배 선수가 후배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을 경계시켰다. 그는 젊은 선수들과 고참 선수들이 더 자주 소통하며 훈련을 받게 했고, 선후배가 모두 섞여 앉아 밥을 먹게 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 간의 소통 수준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위계를 제거했다. (사진=unsplash)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 간의 소통 수준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위계를 제거했다. (사진=unsplash)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과 전략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4강에 진출하는데 결정적이었다.

이영표 선수는 “그라운드 위에서 히딩크를 위해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얼마나 지도자가 선수의 마음을 얻어서 매 경기 100%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지도자의 핵심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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