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례를 만나다: ㈜남이디자인

20대 중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남이디자인을 창업한 조남이대표는 창업 당시를 떠올렸다. “제게는 마우스를 처음 잡고, 파리잡기라는 게임을 하면서 매킨토시를 익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4년간 한 직장에서 디자인을 배우고, 실전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런 기회를 만들어 준 선배이자 당시 대표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그러나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내 디자인에 대한 딜레마가 생겼습니다. 그 무렵,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처음에는 환경과 삶의 방식을 바꿔보려고 시도했었는데, 결국 지인들의 강력한 추천과, 후원으로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2000년도였습니다.”
 

창업 당시 사무실의 모습 (사진제공=남이디자인)


새로움에 대한 갈망으로 시작된 남이디자인은 현재 서울 중구에 자리잡고 있으며, 회사 브로셔, 포스터 등 인쇄 디자인 분야와 미술관 전시 디자인 및 설치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미술관 설치 분야는 2003년도에 서울시립미술관의 ‘물위를 걷는 사람들’ 전시에서 메인 디자인 및 전시설치홍보를 시작으로 이후 대림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아람미술관, 디뮤지엄, 연세대학교 박물관, 박노수미술관, 마포문화재단, 강동아트센터 등으로 확대되어 갔다. 그리고 한번 남이디자인과 작업한 거래처들은 고정 고객이 되었다.
 

남이디자인 직원들의 활기찬 모습 (사진제공=남이디자인)


고객이 또 다른 고객에게 강추하는 남이디자인

“남이디자인과 거래하는 미술관들이 점점 늘어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거래처가 되었네요. 고객들이 남이디자인에게 반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조 대표는 겸손한 말투였지만 확신있게 대답했다. “저와 모든 직원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합니다. 우리가 헌신적으로 일하므로 한번 거래가 성사되면 장기적으로 거래를 하게 됩니다. 최근에도 연세대학교박물관 전시 디자인과 도록(圖錄)을 진행하는데 납품 기간이 촉박해 무척 힘들었지만 밤샘도 불사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여 원하는 품질과 납기일을 맞추었습니다. 이러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고객들이 알아주셔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힘든 과정을 묵묵하게 함께해주는 우리 직원들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조 대표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어 갔다. “감사하게도 연세대학교박물관에서 이과대 100주년 사진전 작업에 남이디자인을 추천해주셨어요. ‘올해의 연세 인물’ 부조 만들기 프로젝트, 치과대 창립기념행사 전시까지 기존 고객의 추천으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여러 단과대와 학회의 행사에 필요한 책자, 사인물, 건물 리뉴얼 디자인 등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일하니 고객들이 우리를 진심으로 신뢰해 주는 것을 느꼈습니다.”
 

연세대학교 연세통합 60주년 전시전에서 남이디자인이 설치한 전시물 (사진제공=남이디자인)


“고객이 자원하여 다른 고객에게 남이디자인을 추천하는 모습이 놀랍고 멋집니다. 고객들이 얼마나 만족했는지 느껴집니다. 말씀하신 연세 대학교 박물관과는 어떻게 거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그리고 여러 미술관과의 거래도 어떻게 이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조 대표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남이디자인은 서울시립미술관과 오래도록 신뢰관계를 유지하며 거래하고 있습니다. 시립에 계시던 큐레이터 선생님이 연세대학교박물관에 남이디자인을 처음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박물관 전시를 시작하게 되었지요. 미술관과 박물관이 조금 다른 느낌이 있어 걱정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전시를 오픈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박물관 담당자께서 말씀 드린 여러 단과대학과 학회 사업에도 연이어 추천을 해주셨습니다.”

“또 아람미술관도 소개를 받게 되었고, 그곳에 계시던 선생님이 대림 미술관으로 이직하신 후에도 감사하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이후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까지 거래를 계속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아람 미술관, 대림 미술관에서도 전시홍보물을 설치했습니다. 간혹 미술관 설치할 때 만난 작가님이 다른 전시를 하실 때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기도 하시구요. 지금까지 남이디자인은 영업을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기존 고객들의 지속적인 거래와 다른 고객들에게 소개해 주셔서 거래처가 확장될 수 있었습니다.”
 

2017년 4월-10월, 대림 미술관 ‘The Selby House, 즐거운 나의 집’에서 남이디자인이 설치한 전시물 (사진제공=남이디자인)


“우리는 맞춤디자인으로 고객에게 감동을 선물합니다.”

조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이디자인이 무엇을 추구하기에 고객들이 이토록 신뢰를 하는지 궁금해졌다. “남이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조 대표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우리는 맞춤디자인으로 고객에게 감동을 선물한다’가 남이디자인의 존재 목적입니다. 우리는 고객에게서 요구사항을 받으면 상세하게 질문하고 확인하면서 고객이 예상하지 못했던 그 이상의 부분까지 찾아냅니다. 그리고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제안을 합니다. 고객의 요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면 고객들이 만족을 넘어 감동을 받습니다. 우리는 이 사명을 지속해 나가면서 비즈니스 영역에서 선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해 나갈 것입니다.”
 

남이디자인의 분명하고 독특한 비전하우스 (자료제공=남이디자인 & 가인지캠퍼스)


남이디자인은 고객 중심 마인드로 ‘퍼주는 디자인’을 한다.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남이의 직원들은 쉬지 않는다. 한번은 고객이 디자인 컨셉을 확정하지 못한 채 요구 사항을 계속 변경한 경우가 있었다. 이때에도 조 대표는 시안을 20회 이상 변경하면서까지 고객의 변화하는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했다. 결국 그 고객은 처음 제안한 디자인을 선택하였고, 조 대표가 초안을 보완하여 시안을 마무리하였다. 그 고객은 남이디자인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만족하였고, 지금은 단골 고객이 되었다.

조 대표는 좋은 디자인 결과물을 얻기 위하여 ‘퍼주는 디자인’을 넘어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홍보물이나 전시디자인 의뢰 경험이 없는 고객이 ‘무엇을 만들기를 원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가’를 알 수 있도록 프로세스 청사진과 CAC(Critical Action Checklist)를 구축하고 있다. 시안이 여러 차례 변경되는 경우, 제안하는 디자인이 고객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고객이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 고객의 마음이 바뀌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지만, 프로세스 청사진과 CAC를 통해서 원인을 빨리 파악하고 조치가 가능하다. (CAC는 업무 프로세스상 특정 시점에 담당자가 누락 없이 중요한 일을 점검하고 절차대로 일을 원활히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양식)이다.)
 

일의 순서와 단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도형으로 표현한 프로세스 청사진(자료제공=가인지캠퍼스)
CAC의 예시 (교육운영 CAC, 자료제공=가인지캠퍼스)


3년 전에 어느 지자체로부터 풍수해(風水害) 방지 홍보 자료를 주문 받았다. 냉장고에 붙이는 스티커, 부채, 포스터를 디자인하고 인쇄하여 납품하였다. 인쇄가 완료된 시점에 고객으로부터 한 글자가 오타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재’라고 써야 할 글자를 ‘제’자로 잘못 기재하였다고 했다. 재인쇄가 꼭 필요한 종류와 물량은 다시 인쇄를 하고, 나머지 제품은 하나하나 스티커로 붙였다. 불가피하게 사고가 났다면 당장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 보다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문제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였다. 물론 그 당시에는 손해를 보았지만, 해당 지자체에서는 만족하였고 이후 지금까지 동일 종류의 프로젝트를 수주 받게 되었다. 조 대표는 “우리가 하는 디자인은 ‘예술’을 하는 게 아닙니다. 고객과 소통하고 필요를 채우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남이디자인의 직원들은 소통하며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인재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하려면 대표님뿐만 아니라 직원의 역할과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남이디자인은 어떤 기준으로 인재를 채용하십니까?”

조 대표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저는 소통, 감사, 주도성, 문제해결능력을 중요하게 봅니다. 고객이나 동료들과 소통이 잘 되는 직원을 우선 뽑습니다. 디자인 능력이 탁월해도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은 뽑지 않습니다. 내가 A라고 말하는 데, B혹은 C라고 알아 듣는 사람은 곤란합니다. 디자인 작업을 하다보면 전화나 메일로 소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통화하거나 메일을 주고 받을 때 고객의 요청사항을 파악하지 못하면 일을 망치게 됩니다.”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감사한 일이 있는가?’입니다. 감사를 모르는 사람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남 탓만 하기 때문입니다. 남 탓만 하는 사람은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지요.”

조 대표는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주도적인 사람을 뽑습니다. 주도성이 있어야 문제가 생기더라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퍼주는 디자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손해 보면서 받아 주는 게 아닙니다. 설령 고객의 실수일지라도 어떤 부분까지는 손해 보더라도 재작업 해 주어야 하겠지만, 서로가 적당한 지점에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그렇게 사람을 뽑아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을 견학하고, 업무 관련 책은 100% 지원하며, 비전워크샵, 팀장스쿨 등을 통해 성장시킵니다.”
 

2017년 5월 남이디자인은 비전워크샵을 통해 회사의 비전하우스를 만들었다. (사진제공=남이디자인)


남이디자인은 기업의 역량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는 일에도 열심이 있다. 10년 가까이 수레바퀴,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중구길벗 등 기타 봉사 단체에 단체 소식지, 홍보물, 교내신문, 학교 운영 계획서, 독서노트, 학교 소개 리플렛 등의 작업에서 부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여러 작가들과 협업하여 아트 상품을 개발하려 합니다.”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조 대표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말했다. “2017년 12월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마리 로랑생展이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전시디자인과 인쇄관련 작업들을 진행했습니다. 동시에 전시와 관련된 달력, 노트, 아트포스터, 비누 등 아트 상품을 납품했습니다. 내년에는 이 프로젝트를 확장하여 지명도 있는 여러 작가들과 협업하여 아트 상품을 개발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이어리, 수첩, 엽서, 같은 상품들을 아티스트와 콜라보한 형태로 개발 예정입니다."

“그 외, 전시물 설치 기술을 차별화하기 위하여 독특한 소재와 방법을 연구하고 있구요. 또 전자책을 출간하는 저자들을 위해서 디자인 및 출판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차츰 남이디자인이 자체 제작하는 잡지와 책을 출판할 계획입니다.”
 

2017년 12월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마리 로랑생展과 아트 상품들 (사진제공=남이디자인)


다른 경영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 가지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사업을 하다 보면 다변화해야 할 때가 옵니다. 꾸준히 준비하여 끊기 있게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경영의 본질을 잊지 말고 즐겁게 일하시길 바랍니다. 과업이나 목표만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가지게 됩니다. 매출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사업을 시작했던 이유와 비전을 생각하세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추구해야 행복하게 경영할 수 있습니다. 경영자님들이 경영하면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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