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지향점 수립하기

많은 경영자와 조직문화팀, 또는 조직문화 담당자들이 조직문화를 개선한다, 개선한다 이야기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하고자 하는 것인가? 

여러분이 속한 조직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어디인가?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은가? 물론 절대적으로 완벽한 조직문화는 존재하지 않기에, 반드시 도달 가능한 목적지를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직문화의 '개선'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디'로 가기 위해 개선하고 있는 것인지를 정확히 알고, '현재' 그곳을 향해 가는 길목 어디 즈음에 와있는 것인지 확인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는 노력을 경주하기 전에, 그렇게 개선 작업을 추진해서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의 조직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한 것이다. 여러분이 속한 조직이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배라고 가정해 보자.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그저 아무 곳으로나 노를 저어 나아간다면 어찌 되겠는가? 게다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여러 군데이다 보니, 북쪽으로 노를 저었다가, 다시 남쪽으로 노를 저었다가, 다시 남서쪽, 남동쪽, 북서쪽...

그렇게 여러 군데로 노를 젓다 보면, 그저 망망대해에 표류하고 있는 선박으로 남게 될 뿐이다.

널따란 바다 위에서 엄청난 시간이 지나야 도달할 수 있는 위치라 하더라도, 그 목적지를 정해놓고 노를 저어야 한 발짝이라도 그 목적지를 향해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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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 지향점 수립하기"

조직문화팀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궁극적으로 조직문화를 어떤 모습으로 올려놓고 싶은지, 즉 '조직문화의 지향점'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 지향점은 물론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이나 의지가 많이 반영되겠지만, 그 조직을 이끌어가는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고 그들의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최고경영자가 혼자 좋다고 외치고 있는 지향점이라도,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고, 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와 상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고, 결국 조직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조직문화 지향점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성원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노력은 1회 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리고 치밀하게 알고자 해야 한다.

그 방법은 상시 실시하는 설문일 수도 있고, FGI(Focus Group Interview)일 수도 있고, 1:1 인터뷰일 수도 있고, 타운홀 미팅이나 워크숍과 같은 오프라인 미팅일 수도 있을 것이다.

유의해야 하는 것은, 직원들의 의견을 단편적으로 모아 데이터화하여 Output을 이끌어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라 생각한다.

단편적인 질문과 그 질문에 대답한 직원의 멘트를 그대로 키워드화할 경우, 직원들의 마음속에 있는 숨은 함의를 읽어낼 수가 없다.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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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직원에게 "당신이 일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을 하였고, 직원은 그 질문에 "특별 보너스를 받았을 때요"라고 대답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대로 질의응답이 종료될 경우, 여러분은 이 부분에서 어떤 키워드를 뽑을 것인가? 많은 경우에 '보너스', '성과급', '보상', '급여', '금전적 보상'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내고 이를 분석하겠다고 돌린다.

그런데 이런 대답을 한 직원의 마음속 깊숙이 자리한 욕구 내지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한다. 이런 대답을 한 직원들의 마음속을 알아보고자 한 단계, 두 단계 더 들어가 보았을 때 아래와 같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사례 1] "나는 내가 현재 맡고 있는 직무가 나의 적성에 맞지 않아요. 다른 일을 하고 싶지만 나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새로운 직무 수행의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죠. 이런 상황이다 보니 돈이라도 더 받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례 2] "돌이켜 생각해 보면, 특별 보너스를 받는 경우는 잠깐 기분 좋은 순간인 것 같아요. 그 잠시의 기쁨은 며칠 가지 않죠.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의미 있다고 느끼고, 내가 그 일을 통해 성장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인 것 같아요. 그런 경험들이 어느 날 일이 힘들고, 다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 시기를 이겨내는 힘을 주는 것 같아요."

시작은 '특별 보너스를 받았을 때'라는 대답이었지만, Depth를 더 깊게 들어갔을 때 얻을 수 있는 키워드는 어떤 것들인가? [사례 1]의 경우, '직무설계', '역량개발', '성장기회', '새로운 기회' 등의 키워드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사례 2]의 경우, '일의 의미', '성장 경험' 등의 키워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단편적인 질의응답으로 키워드를 뽑아냈을 때와 직원들의 마음속을 더 캐내어보기 위해 Depth 수준을 높였을 때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의 차이는 생각보다 많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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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 번거롭고, 담당자들의 노력이 많이 들어갈수록 구성원의 마음을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다. 기업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이는 더욱 크게 작용한다. 10명 내외의 스타트업보다, 300인 내외의 중견기업이, 그보다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이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마음속을 알기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끈질긴 노력 끝에 구성원들의 마음을 캐어본 결과로 얻어낸 주요 키워드들 중, 고객에게 제공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퀄리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인지, 우리 조직의 매출과 이익에 영향을 미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내는데 중요하게 작용할 요인은 무엇인지를 찾아보아야 한다.

그렇게 우리 조직문화의 지향점으로 삼을 수 있는 키워드 내지는 문장이 나온다면, 이 결과물에 대해 경영진과 합의하고, 전 임직원의 공감을 얻는 과정을 거쳐 구성원들에게 공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은 매우 힘들고 지난한 여정이 되겠지만, 그 어려운 과정을 겪고 나면, 당신이 속한 조직은 어떤 방향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해 나아가야 할지 명확한 목적지가 생기게 된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100여 가지의 과제를 하고 있고, 그에 대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분명한 목적지가 생기고, 과제의 수는 현격히 줄어들며, 무엇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지 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 즉 조직문화 지향점을 수립했다면, 이후에는 아래와 같은 변화 관리 선순환 사이클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조직문화팀의 업무 프로세스
글쓴이가 생각하는 조직문화팀의 업무 프로세스

(조직문화 진단부터 이어지는 이후의 과정은 다음 글에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조직문화팀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조직문화 지향점 수립하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이미 충분히 이런 과정을 잘 밟고 있는 담당자분들도 있을 것이고, 이런 이야기가 생소하게 다가오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조직문화를 처음 담당하면서 어떤 업무부터 해 나가야 할지 막막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시작했던 것이 조직개발을 전문적으로 하는 외부 컨설팅사의 대표님이나 컨설턴트 분들을 만나서 (다소 두서없더라도) 이것저것 마구 물어보며 배우고자 노력했던 일이었다. 당시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과 조언들을 주셨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이 있다.

조직문화 업무를 하면서 가장 유의해야 하는 것은, 조직문화팀이 이벤트(또는 캠페인) 전문 대행사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당시 조직문화 업무를 시작하며, '타운홀 미팅은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떤 캠페인을 열면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이벤트 경품을 무엇으로 정해야 하지?' 등의 고민에만 빠져있던 나는 당시 이 이야기를 듣고, 뒤통수를 강하게 때려 맞은 느낌이었다. 훨씬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께서 처한 상황이 조직문화 업무를 이제 처음 시작하거나, 조직문화 업무를 맡고 있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는 상황이거나, 조직문화 업무를 열심히 수행 중이지만 이벤트와 캠페인 개최에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상황은 아닌지 궁금하다. 혹시 그런 상황에 놓이신 분이라면, 잠시 시간을 내어 여러분이 속한 회사의 조직문화는 궁극적으로 어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목적지를 정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밟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시작과 과정은 어렵겠지만, 가장 중요하면서도 최우선 순위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사례뉴스 필진기자 KB손해보험 최준혁 과장이 쓴 컬럼입니다. KB손해보험 최준혁 과장은 KB금융지주와 KB손해보험에서 People & Culture 분야를 새롭게 하기 위해 노력해온 Worker이자, 브런치에서 글을 쓰며 고민하는 Thinker이기도 합니다.

*최준혁 과장의 브런치 바로가기 :  https://brunch.co.kr/@matigevi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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