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수익 체인 모델과 함께 본 직원경험

'Permacrisis'로 대변되는 현재의 지속적인 불안정 속에 많은 기업들이 이 위기를 돌파할 방안을 모색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지속되는 저성장 국면, 산업 분야를 불문하고 포화상태가 되어 버린 시장환경, 계속되는 고금리 상황 등으로 인하여, 과거에는 시장 안에서의 주도권이 '기업'에 있었지만, 이제는 그 주도권이 '고객'에 넘어가게 되었다. 

 

※ Permacrisis : 영어 permanent(영속)와 crisis(위기)의 합성어로 '긴 기간 지속되는 불안과 불안정'을 의미한다. 1970년대에 학계에 처음 사용되었으며, 2022년 11월 1일에 영국의 콜린스 사전 발행사가 올해의 단어로 꼽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퇴사 시대(Great Resignation)', '조용한 퇴사(Quite Quitting)' 등의 키워드 트렌드로 볼 수 있듯이, 기업 내부적으로도 힘의 축 역시 기업(Employer)에서 직원(Employee)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조직이라는 거대한 기계를 움직이는 하나의 톱니바퀴(Cog in a machine)처럼 여겨졌던 직원이 이제는 '고객'과 함께 가장 심혈을 기울여 관심을 가져야 하는 대상이 된 것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계속되는 불안정한 경영 환경과 초개인화 되어가는 사회 현상 등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깊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고, 이를 극복할 돌파구를 찾고 있다. 즉 어떤 것이 어둠 속의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Key가 되는 핵심 요소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되는지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Service Profit Chain 모델을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그림을 보며 직접 한 번 찾아보시길 바란다.)

Service Profit Chain (출처 : Putting the Service-Profit Chain to Work, HBR, 2008)
Service Profit Chain (출처 : Putting the Service-Profit Chain to Work, HBR, 2008)

위기의 경영환경을 타개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려면, 훌륭한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훌륭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려면 기업이 생산해 내는 각종 상품과 서비스의 퀄리티가 경쟁사들에 비해 탁월하게 높아야 할 것이다.

또한 어떤 기업으로부터 만족스러운 경험(Customer Satisfaction)을 지속적으로 느껴본 바 있는 고객이라면, 그 기업의 충성고객(Customer Loyalty)이 되어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지속해서 이용(Retention & Repeat business)하는 것뿐만 아니라, 본인과 인적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많은 이들에게 해당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권하기도 할 것(Referral)이다.

이렇게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사슬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고객 경험을 만들어주는 인공물인 '품질 높은 상품과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것들은 기업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기업 안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만드는 것이다.

상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하여 생산하고, 유통하며, 고객에게 판매하고 응대하는 그 모든 것을 하는 주체, 바로 '직원' 말이다. 

품질 높은 상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제공되려면, 그것을 만들어내는 직원들의 마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즉, 직원들 스스로 고객에게 제공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최고의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해 마음을 모으고 행동에 옮기며, 본인과 팀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성장의 노력을 해 나아가야 한다. 

위의 서비스 수익 체인 모델에서는 직원 유지(Employee Retention), 직원 생산성(Employee Productivity)으로 표현해 놓았지만, 이런 표현보다는 '직원 몰입(Emplyee Engagement)', '직원 주도성(Employee Initiative)'등의 개념으로 바꾸어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기업은 직원들의 마음을 어떤 방법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서비스 수익 체인 모델에서는 기업에서 제공하는 각종 인공물들(내부 서비스 품질, Internal Service Quality)이 직원 만족도(Employee Satisfaction)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으로 표현하였는데, 나는 이것을 직원들이 스스로 내적동기를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긍정적인 직원경험(EX, Employee eXperience)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바꾸어 이야기하고 싶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럼 여기에서 추가적인 질문이 생긴다. '내적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인 직원경험이란 무엇인가?'이다. 

그에 대한 해답은 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가 쓴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Primed to Perform)'라는 책에서 설명하는 '총 동기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에서 말하는 총 동기이론 (해당 내용을 참고해 글쓴이가 재구성함)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에서 말하는 총 동기이론 (해당 내용을 참고해 글쓴이가 재구성함)

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의 총 동기이론에 따르면, 직원들은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또는 일 처리를 잘못했을 때 돌아올 부정적 피드백에 대한 걱정)이나 금전적인 보상 등이 직원들의 주된 동기가 되는 것보다 일하는 과정의 즐거움을 느끼거나, 일이 의미 있다고 느끼거나, 일을 통해 본인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 즉 '직접동기'가 주된 동기가 되었을 때, 훨씬 더 높은 퍼포먼스를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한편 간접동기가 주된 동기가 되어 일을 할 때에도 물론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지만, 단기간에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하더라도, 그런 종류의 동기는 금세 익숙해지기 마련이라, 더 큰 자극(더 높은 보상 등)이 있지 않으면 그 효과를 계속해서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내가 속한 직원들과 1:1 인터뷰를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 중에도 다음과 같은 말을 해준 분도 있었다. (비슷한 취지의 말씀을 해준 분들도 굉장히 많았다.)

회사 생활 중 기분 좋은 순간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보너스 많이 나오고 돈 많이 받았을 때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성취감이나 보람을 주었냐거나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제공해 주었냐고 한다면 그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오히려 매 순간순간 느끼는 작은 성공 경험이나 동료들로부터 듣는 긍정적인 피드백, 내가 만들어낸 무언가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 나아가 회사나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볼 때 큰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끼는 것 같고, 그런 느낌들이 나를 계속해서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원천인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미지 출처 : Pixabay

직원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듣는데, 위의 서비스 수익 체인 모델에서 설명하는대로 직원경험이 고객경험에 이어 재무적인 성과에까지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아래는 이와 관련한 두 가지 연구 사례이다. 하나는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컨설턴트인 Jacob Morgan의 연구 결과이고, 또 하나는 글로벌 컨설팅사 Qualtrics에서 여러 연구자료를 종합한 자료이다.

상기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글쓴이가 재구성함(출처는 상기 이미지 안의 주석 참조)
상기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글쓴이가 재구성함(출처는 상기 이미지 안의 주석 참조)

정리하자면, 

일의 즐거움, 일의 의미, 성장의 느낌 등의 직접동기를 이끌어내는 기업이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직원경험을 제공해 주게 되고, 직원들의 마인드와 행동을 변화시켜 그들의 역량을 성장하게 만들며, 고객에게 높은 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이루어낼 수 있게 된다.

또한 위와 같이 긍정적인 직원경험 제공을 통해 서비스 수익 체인의 선순환을 이루어내게 되면 기업의 대외적인 브랜딩 효과가 자연스레 따라와 회사 밖의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회사 안의 핵심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근래 들어 많은 학자나 컨설팅사들이 '직원경험'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음에도, 많은 기업들은 아직도 그것이 진짜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거나, 투자를 적극적으로 시작하기를 머뭇거리고 있는 듯하다. 

단기적으로 눈앞의 성과만을 바라보며 '좋은 상품', '좋은 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만들어내는 원천인 '직원'들의 '경험'에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 주길 바란다.


*본 기사는 사례뉴스 필진기자 KB손해보험 최준혁 과장이 쓴 컬럼입니다. KB손해보험 최준혁 과장은 KB금융지주와 KB손해보험에서 People & Culture 분야를 새롭게 하기 위해 노력해온 Worker이자, 브런치에서 글을 쓰며 고민하는 Thinker이기도 합니다. ​​​​​​​

*본 기사는 Service Profit Chain 관련 원문을 참고해서 작성했습니다.

*최준혁 과장의 브런치 바로가기 :  https://brunch.co.kr/@matigevi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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