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한 직원이 야단을 맞으면 팀은 점점 망해가는 이유,,,'잔물결 효과'
'잔물결 효과' 물결의 파장이 조용하지만 사방으로 퍼져나가듯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 전주 노송동 등 긍정적인 '잔물결 효과'사례 많아,,

상사의 짜증은 1등조직도 망하게 한다.

“이걸 기획안이라고 작성한거야?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놓고 다니는 거야!” 

박부장은 오늘도 짜증이 나 폭발하기 직전이다. 오늘 그의 화풀이 대상은 일 잘하기로 소문난 오 대리다. 보고가 거의 다 끝나서 마무리 단계인 기획안인데, 그걸 가지고 다른 직원들에게 다 들릴 정도로 호되게 야단을 맞은 오 대리는 어깨가 축 늘어진다. 다른 직원들이라고 편할 건 없다. 

숨을 죽이고 눈치만 보면서 좌불안석이다. '기껏 열심히 하면 뭐해, 매일 저렇게 욕만 먹으니 원. 그냥 조용히 시키는 일만, 욕먹지 않을 정도로 하면 되지.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가만히 있는게 상책이다.’ 

개미 발소리도 다 들릴 정도로 사무실에 적막이 흐르다가 오 대리를 위로하기 위한 번개 회식 자리에서 다른 직원들이 내린 결론이다. 

어떤 직장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상사가 별것도 아닌 일에 짜증을 부리고 화를 내면 순식간에 다른 구성원들에게 영향이 미친다. 잔잔한 연못에 물 한 방울이 떨어지면 사방으로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야단을 맞은 직원이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일수록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 ‘상사의 짜증은 1등조직도 망하게 한다’는 말은 잠깐의 유행어가 아니라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조직에 존재하는 이슈다.  

조용하게 사방을 퍼져나가는 '잔물결 효과'

한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물결의 파장이 사방으로 점점 퍼지듯이 영항이 퍼져가는 사회적 현상을 ‘잔물결 효과’라고 한다. 보통의 경우는 조직이나 경제 등의 영역에서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면, 2009년 시작된 그리스와 두바이의 경제위기가 유럽과 중동을 넘어 점차 세계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었는데, 그것도 이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1929년 10월 24일 뉴욕 증시의 폭락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른 경제적 파탄은 정치와 사회 불안정으로 이어졌고, 이는 서구 사회의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이 역시 잔물결 효과의 사례다.

1929년 10월 24일 뉴욕 증시의 폭락은 전세계에 영향을 미쳤고, 이는 '잔물결 효과'의 사례이다. 출처: 한겨례

주변에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에서는 ‘도미노 효과’와 비슷하지만 하나하나 넘어지면서 바로 다음 것만 넘어뜨리는 도미노와 달리 잔물결 효과는 더 넓고 조용하게 사방으로 퍼져간다는 점에서 더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잔물결 효과의 부정적 영향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최초 물결의 원인이 되는 지점을 찾아서 해결하거나 그보다 더 큰 물결을 만드는 맞불작전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맞불작전을 사용할 경우 자칫하면 두 물결이 만나 소용돌이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아예 물결이 일지 않도록 물을 모두 없애는 방법밖에 없다. 그만큼 그 영향력이 크고 무서운 것이다. 

그러나 이 효과를 꼭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잔물결 효과'의 긍정적 사례

1970년 12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폴란드를 방문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독일 나치 정권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비 앞에 섰다. 

그때 세계가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우산도 쓰지 않고 서있던 빌리 브란트 총리가 희생자 추모비 앞에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독일의 과거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한 것이다. 

서양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완전한 복종을 뜻하는 것이기에 더욱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독일 때문에 인구의 20퍼센트가 죽었을 만큼 큰 피해를 봤기에 독일을 증오해온 폴란드 사람들은 이때부터 미움을 조금씩 씻어내기 시작했다. 

전세계 언론도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라며 빌리 브란트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이후 세계적으로 독일에 대한 이미지도 점차 개선되기 시작했다.

폴란드를 방문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독일 나치 정권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출처: pasteve

한사람의 짜증이 조직을 망하게도 할 수 있지만 한사람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나라가 되 살아날 수도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전주 노송동이라는 한 작은 마을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온다. 자신을 밝히지 않는 ‘얼굴 없는 천사’의 소식이다. 

2013년에도 그는 어김없이 전화를 걸어와 ‘ 주민센터 옆 화단에 성금을 놓고 간다’는 메세지를 전했다. 거기에는 무려 5000만원이나 되는 돈이 들어 있었다. 

벌써 14년동안 15회에 걸쳐 기부했는데 그간 보내온 금액만 3억 5000만원에 육박한다. 이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이 이어지는 노송동은 전주시에서 세번째로 국민기초생활 보호대상자가 많은 동네라고 한다. 

자신들도 힘들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는 움직임이 일더니 많은 동네 사람이 기부에 동참하게 되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적으로 기부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잔물결 효과는 우리 마음을 따스하게 해준다. 

이처럼 긍정적 효과들이 잔물결처럼 퍼져나간 사례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한 개의 촛불이 몸을 기울여 다른 양초에 불을 옮겨 준다 해도 그 자신의 빛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두 개의 촛볼이 타오르니 오히려 더 밝아진다. 

그러니 좋은 일은 계속 펴져 나갔으면 좋겠다. ‘술 향기는 십리를 가고 꽃향기는 백리를 가는데 사람 향기는 천 년을 간다’는 말도 있듯이, 사람들의 선한 마음이 다른 나쁜 것들보다, 더 멀리 더빨리 전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글. 이주형 (후성그룹 HR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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