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챈들러"로 한국에서도 유명했던 메튜 페리(Matthew Perry)가 향년 54세로 세상을 떠났다. 아래 사진에서 챈들러는 가운데 있는 남성이다.

40대인 나는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보면서 영어를 배웠다. 지금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영어로 된 콘텐츠를 볼 수 있지만 2000년대에는 영어로 된 콘텐츠를 접하기 어려웠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불법 복제한 '프렌즈' DVD를 사서 '프랜즈'를 시청했다. 영어를 잘 못해서 처음엔 내용의 20%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 n 번 시청을 했고 덕분에 듣기 실력이 좋아졌다.

대학생 시절에 '프렌즈'를 시청했기 때문에 제니퍼 애니스톤(레이첼), 데이비드 슈의머(로스), 맷 르블랑(조이), 리사 코드로(피비), 코트니 콕스(모니카) 등 프렌즈의 출연자는 나에게 여전히 청춘으로 기억된다. 6명의 캐릭터 모두 좋아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한 사람은 "챈들러"였다.

소심하고 자신감 없으면서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모습이 20대의 저를 닮아서 "챈들러"가 좋았다. 챈들러는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하지만 의지 부족이었고 몸은 어른이지만 생각은 아이 같은 남자였다. 

"프렌즈"의 챈들러는 자기 비하적인 농담을 즐겨 하곤 했다. 

“저는 챈들러예요. 저는 불편할 때 농담을 합니다.” 

20대에 봤을 때는 그저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40대가 되고 나니 챈들러가 한 말이 웃프(웃기면서 슬프)다.

40대인 나는 챈들러처럼 자기비하적인 농담을 자주한다.

챈들러는 다른 인물 대비 비중이 그리 크진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명대사를 많이 남겼다. 기억에 남는 대사 Top 3를 나열해보겠다.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지?"

"오, 그 문을 열어서는 안돼..."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종일 말하는 것보다 오전 9시 이전에 더 많은 멍청한 말을 해..."

"오늘은 일요일이야... 나는 일요일에는 움직이지 않아."


MZ 세대가 보면 어떤 점이 웃긴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챈들러가 무표정한 얼굴로 냉소적으로 내뱉은 말들이 재미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나의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챈들러를 좋아했다.

​메튜 페리의 사망을 추모하는 사람들은 니리니치 빌리지의 베드포드 스트리트와 그로브 스트리트 모퉁이를 방문했다. 이곳은 '프렌즈'에서 챈들러와 친구들이 살았던 아파트 건물의 외관 역할을 했던 장소이다. 거리가 가까웠더라면 나도 그곳에 가서 추모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사람들은 비를 맞으며 우산 아래 조용히 서서 사진을 찍고, 꽃다발과 손수 만든 팻말을 쌓아 올렸다. 챈들러의 팬답게 페리를 추모하는 메시지도 냉소적이고 유머러스하다. 

​"작별 인사가 더 이상 어려울 수 있습니다."

​페리는 2022년 회고록 'Friends, Lovers, and the Big Terrible Thing'에서  "시트콤 프렌즈 대본을 읽었을 때 마치 누군가가 1년 동안 나를 따라다니면서 내 농담을 훔치고 베끼는 것 같았습니다. 매너리즘을 통해 세상은 재치 있게 표현하는 것... 내가 챈들러 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챈들러였습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메튜 페리는 챈들러가 아니었다. 프렌즈 속 챈들러는 소심하지만 낙관적이고 유쾌한 사람이었지만 메튜 페리는 프렌즈 이후 급격히 어두워졌다. 약물 중독과 싸우며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2021년 HBO에서 방송된 ‘프렌즈-더 리유니언’ 특별 방송에서 "‘프렌즈’ 출연 당시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고통을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2022년 11월, 그는 ‘친구, 연인, 그리고 크고 끔찍한 것: 회고록’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해 인생의 절반을 약물 치료센터나 알코올 재활 시설에서 보냈다고 고백했다. 마약성 진통제인 바이코딘을 하루 55알씩 복용할 정도로 약물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 페리는 49살에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대장이 파열된 적이 있고, 당시 의사들이 그에게 “생존 가능성이 2%” 라고 진단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차례 재활시설에 들어가기도 했다. 약물을 끊었다고 밝혔지만 끝내 건강은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나한테 큰 웃음을 주었던 챌들러...

배우 메튜 페리가 부디 하늘 나라에서는 평온을 찾길 바란다. 

Rest in Peace. 

*본 기사는  사례뉴스 부국증권 유세종 필진기자가 쓴 칼럼입니다. 유세종 필진기자는 경제, 재무, 부동산에 대한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13년 차 직장인입니다. '배우고, 가르치고, 기여하라.'는 인생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겪는 경험과 일상에서 마주하는 질문을 더 넓은 사회 문제와 연결 지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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