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마케팅을 생각하기 어려운 현실
우리에게 어떤 찐이 있는가?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무신사는 어떻게 백화점도 손잡고 싶어하는 쇼핑 플랫폼이 된 걸까?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 자체 디자인이 가능한 회사(브랜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판매 및 유통)을 아끼지 않는 곳. 이 모두 무신사를 수식하는 말이다.

프리챌 커뮤니티에서 출발해서 무신사닷컴을 열고 스트리트 패피들의 사진인 ‘스트릿 스냅’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인기가 얻어 지금의 무신사 스토어가 만들어졌다. 창업자 조만호 의장이 국내 독립 패션 브랜드들의 어려움(Pain Point, 페인 포인트) 해결하기 위해 직접 상품 홍보를 시작한 것이 무신사 출발의 계기였다.[1] 

처음 무신사를 접했을 때 웹 사이트가 뭔가 일반적인 쇼핑몰과 달라 인상적이었다. 그러다 무신사의 탄생 스토리를 알게 되면서 왜 이런 UI와 디자인을 가진 사이트가 나왔는지 알게 되었다(무신사 사이트는 최근 PC 대응의 웹사이트를 버리고 모바일에 최적화 된 웨사이트만 유지중이다).

무신사는 처음부터 유명 브랜드 제품 등을 사입해서(상거래를 목적으로 물건을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쇼핑몰에서 외부 물건을 구매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팔거나 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디자인과 패션에 진심인 작은 회사를 찾아 이들의 옷들이 더 팔릴 수 있도록 쇼핑몰 운영을 했다. 이후 자연스레 이들 작은 회사들의 개성있는 제품을 좋아하는 고객이 모여들었고, 우리가 스트릿 패션이라고 부르는 지금의 문화가 만들어졌다. 특히 10대와 20대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처럼 처음 무엇인가를(사업이든 커뮤니티든) 시작할 때 우리만의 “찐”(브랜드, 나아가 브랜드 컨셉)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은 무신사 이외에도 수많은 브랜드의 시작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초기 자본의 힘만 믿고 분명한 자기 찐이 없이 런칭했다가 소리없이 사라진 브랜드도 많다(대기업에서 출발한 브랜드 중 이런게 많다). 

분명한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있어야 고객 또한 이 브랜드에 관심을 가져야 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팬이 된 고객은 결국 찐 팬이 되고 나아가 다른 고객까지도 끌어온다.

요즘은 이런 런칭 방식에 대해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공식처럼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실제 하나씩 해보는 것은 무척 다르다. 

 

처음부터 마케팅을 생각하기는 어려운 현실

창업을 하는 모든 대표는 꿈을 꾼다. 우리 회사가 3년 뒤 혹은 5년 뒤 로켓 성장을 하며, 또 몇 년 뒤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아는 브랜드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창업을 한 번이라도 해본 분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듯 시작하는 순간 ‘생각과는 다르다’라는 것을 실감한다. 

처음부터 많은 투자를 받고서 느긋하게 창업하는 사람은 드물다. 투자를 받는 게 능력이라 부를 정도로 특별한 사업 모델이나 커리어가 화려한 팀 구성이 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은 자기 자본으로 또는 아주 작은 투자를 받아서 시작한다. 한마디로 쌈짓돈 모아서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내놓는 게 현실이다. 

작은 회사는 대표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실행하거나, 2~3명의 소수가 움직여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나간다. 그래서 초기에는 마케팅보다 이용자와 고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상품) 만들기에 온 힘을 쏟는다. 일단 매력적인 상품이 있어야 캐시(현금)가 생기고, 캐시가 있어야 그 다음 생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굴레에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생산과 판매에만 신경 쓰고, 정작 중요한 누구를 위한 제품, 누구를 위한 마케팅인지는 고민하지 못한 채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하기만 바쁜 회사, 바쁜 대표가 된다. 

큰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는 고객을 찾고 모으는 마케팅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회사 자금으로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해 가면서 성과를 만들어 가면 된다. 후광 효과도 있는 만큼 성공한 하나의 제품에 이어서 나오는 제품이라면 좀 더 적은 비용으로 마케팅을 해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반 없이 시작해야 하는 것이 작은 회사의 운명이다. 

어쩌면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일단 뭐라도 돈이 벌려야 다음이 있고, 지속 가능성의 벽돌을 한장씩 쌓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온다. 비전 없이, 로드맵 없이 일하는 것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혹은 할 수 있나 하는 두려움 같은 것이 엄습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작은 시도라도 해야 하고 어떻게든 바위에 흔적이라도 남겨야 다음 고객의 이정표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은 있다. 쉽게 얘기해 흔적을 남기되, 아무 바위에나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꼭 봐야 할 사람이 보도록 그 사람이 다니는 길목을 노리는 방법 말이다. 

 

우리에게 어떤 찐이 있는가?

이 책을 읽고 있는 분 중에서도 혼자서 끙끙대며 홍보 방안을 만드는 대표가 있을 거고, 동료 없이 모든 마케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마케터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비용은 당연히 넉넉할 수가 없고 제한적이다. 과연 이 예산으로 뭘 할 수 있나 싶다. 설령 자금이 충분해 미디어 노출량을 과감히 늘였다고 생각해보자. 내가 올린 광고를 보고서 우리 제품을 구입하거나 우리 가게로 들어올 고객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분들이 다시 재방문할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 

우리가 하루에 보는 수많은 광고와 배너들 그리고 쇼핑몰 안에서의 유사 상품들. 그 속에서 경쟁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그게 그거 같고, 딱 돈 값 정도의 효용 가치만 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우리가 여러 상품들 중 우리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통해 철저히 고객 분석을 거쳐 광고매체에 노출시켰다면 어땠을까? 분명 조금은 더 나았을 것이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조금은 더 효과성을 발휘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회사들이 바쁘고 인원이 없다는 이유로 무작정 광고를 만들어서 무작정 송출하는 일을 반복한다. 혹은 어떻게 분석하고 효과적인 노출을 집행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컨설팅으로 만나본 작은 회사들 상당수는 고객에 대한 분석도 시장에 대한 분석도 없이 그냥 우리 제품 이름 하나를 알리는 데 돈을 쓰고 있었다.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그들의 그런 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만은 할 수 없다. 아마 이책도 그런 문제 의식에서 집었을 것이리라. 

컨설팅을 시작하기 전에는 여러 가지 질문을 한다. 현재 타겟 고객, 고객에게 주요 소구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타사 대비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무엇인지, 현재 마케팅을 하면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이다. 하지만 눈코뜰새 없이 일하는 회사일수록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열심히는 하지만 전략적 고민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이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작은 회사는 당연히 자원이 넉넉하지 않다. 인원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가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야 소중한 작은 돈 한 푼도 요긴하게 써야 하다.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어떤 고객을 만나고 싶어하나?” “어떤 고객이 우리를 좋아할까?” “왜 고객들은 우리를 선택해야 하나?” 이런 질문을 던지며 우리의 조준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활 시위를 당겨야 정확히 타겟에 적중이 된다. 곧, 우리의 찐을 정의하는 과정이며, 찐팬을 찾는 과정이다. 이 일에 충분히 시간을 갖고 숙고할 수 있어야 다음 스텝이 의미가 있다. 

 

찐팬은 특별하다

찐팬을 만들고 만나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가진 것을 좋아하고 알아봐 줄 고객을 많이 만드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흔히 마케팅에서는 충성 고객이라고 많이 얘기한다. 하지만 찐팬과 충성 고객은 다르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아이돌 그룹의 팬덤을 생각해보자. 아이돌을 지지하는 팬들은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감동을 줄까를 고민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돈을 쓴다. 이점이 차이점이다. 

충성 고객은 돈을 내고 물건을 사서 그만큼의 효용 가치를 얻으면 그만이다. 그러면 그 다음 제품도 큰 망설임 없이 구매한다. 하지만 아이돌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제품의 실제 사용 목적을 뛰어넘는 소비 목적을 만들고 이를 실행한다. 찐팬들 중에서는 특정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같은 CD를 여러 장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경우도 많다. 

아이돌 팬뿐만이 아니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게임이나 기타) 혹은 오프라인 공간(가게 등)이 너무 좋아 모임을 만들고, 이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행사에 참여하거나 IT 서비스라면 버그를 잡는 일 조차도 마다하지 않는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본래 목적을 뛰어넘는 관심과 사랑을 보낸다. 이들은 제품을 사는 거 이상으로 자기 돈을 쓰며 자신의 애정을 브랜드에 쏟는다. 

지하철 역사 안이나 환승 구간 통로에서 스타의 생일 축하 광고도 많이 볼 수 있다. 좋아하는 스타의 스케줄을 체크해서 해외 일정이 있을 때 플랭카드를 들고 공항에서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초기 버전 제품부터 최신 버전까지 년도별로 출시된 상품을 모으는 분도 있다.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더 좋아졌는지 브랜드의 역사를 위키로 만들어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 분도 있다. 이정도라면 담당자인 우리보다도 제품이나 서비스에 더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의 가치를 지지하며 브랜드의 행보에 강력한 응원을 보내는 지지자, 이런 팬이 찐팬이다. 이들은 구매 경험을 한 고객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브랜드의 자연스러운 바이럴을 일으키고, 자신의 주변으로부터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흘려보낼 수 있는 집단이다.

내가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그들과 연결될 필요가 있고, 우리가 가진 어떤 특별함으로 그런 팬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초기 브랜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브랜드라면 향후 연결되어야만 하는 고객을 생각하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여러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보다 우리를 좋아해줄 고객과 접점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이 때문이다. 찐팬은 이럴 때 탄생하고, 브랜드는 이럴 때 성장한다. 

지금 우리에게 찐팬이 필요한 이유는 갖고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고객을 확장해야만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하지만 고객이 단골이 되고, 나아가 우리가 얘기하는 가치에 공감하고 지지를 보내주는 찐팬이 된다면, 작은 브랜드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탄탄한 뿌리가 된다. 팬은 우리와 함께 성장한다. 여러 사람이 아닌 우리 브랜드의 찐팬과 만날 준비를 해야 한다.

*본 기사는 사례뉴스 필진기자 봄앤비 박선미 대표가 작성한 글입니다. 봄앤비 박선미 대표는 데이콤 천리안 시절부터 그래텍(곰앤컴퍼니), 네오위즈, 네이버 등 인터넷 초창기 시절부터 다양한 서비스 기반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 사업기획 등의 일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중소기업, 공공기관,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마케팅 컨설팅, 강의, 자문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찐팬을 만드는 마케팅에 대한 글을 전합니다. 

[1] “DBR case study 유니콘 기업 무신사의 성장전략”,<DBR>, (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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