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자신만의 콘텐츠가 답이다

[사례뉴스=김우찬 기자] 작년 국내 스타벅스 매장수는 2000호 점을 돌파했다. 미국, 중국에 이어서 세계 3번째로 매장이 가장 많게 되었다. 1999년 이대앞에 1호점을 오픈한지 25년 만에 빠른 속도로 매장이 확대되었다. 매장이 확대된 만큼 매출도 가파르게 올라서 작년 3조원을 넘어섰다. 

북한산을 품은 스타벅스 더북한산점(@유통쟁이)
북한산을 품은 스타벅스 더북한산점(@유통쟁이)

그런데 스타벅스는 최근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매장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만큼 매장의 차별성 감소 및 중저가 커피 매장과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제3의 공간'을 넘어서 오프라인 공간 경험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 100년이 넘은 고택을 리뉴얼(대구종로 고택점)해서 새로운 감성을 담고, 오랜 전통시장에 극장식 컨셉을 적용(경동1960)하여 일 방문객 2천명을 불러모으고 있다. 북한산 자연의 풍광을 하나의 화폭처럼 담아내면서 고객들에게 단순히 커피를 넘어선 경험(더북한산점)을 제공하고 있다.

모로코 감성의 바샤커피(@바샤커피)
모로코 감성의 바샤커피(@바샤커피)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마트가 지분 67.5%를 소유한 자회사이다. 즉 신세계 계열사이다. 신세계와 항상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롯데는 스타벅스와는 다른 감성의 커피 브랜드를 전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바로 모로코 감성의 바샤커피이다. 모로코풍의 공간적 디자인과 감성을 담고, 커피 한잔에 고객에 대한 정성과 가치를 담아낸 브랜드로 유명하다. 그래서 롯데는 로드샵으로 1호점을 오픈한 이후 국내 대형 백화점 중심으로 바샤 커피 매장을 확대하면서 고객을 유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세계(스타벅스)와 롯데(바샤커피)는 새로운 컨셉의 공간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일까? 

바로 고객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꺼리, 즉 컨텐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수는 지속적으로 신곡을 발표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가수는 자신의 이름이 브랜드이고, 그 브랜드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새로운 컨텐츠인 노래를 발표한다. 오프라인 공간 역시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 

국내 저명한 경영학 그루인 홍성태 교수는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세 가지 요소를 강조한다. 

첫째는 '최고(the best)'가 되어야 한다. 가장 안정한 자동차라고 물으면 볼보(Volvo)가 떠오르듯이 말이다. 둘째는 '가장 먼저(the first)'이다. 삼성전자가 엘지전자보다 휴대폰을 먼저 출시한 것은 단지 6개월 먼저다. 그래서 초기 진입자의 우위는 막강했다. 결국 엘지전자는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했다.

셋째는 '유일(the only)한 존재'여야 한다. 일본의 돈키호테 매장은 '세상에 편리하고 값싼 매장은 있어도 돈키호테만은 즐거움을 제공하는 곳은 없다'고 강조한다. 그 즐거움을 찾아서 돈키호테로 사람들은 몰려든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프라인 공간은 차별화된 컨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서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관점으로 고객에게 접근해야 선택받고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난도 교수는 책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어가는 것은 오프라인 공간이 아니라, 고정관념이다. 지루한 공간은 죽고, 가슴 설레는 공간은 산다"

백화점 MD 고정관념 중 하나는 절대적인 매출을 차지하는 1층은 무조건 명품과 럭셔리 화장품으로 채운다 였다. 하지만 그것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신세계 강남점의 1층 메인 공간은 전용 팝업 공간으로 채워져 있고, 롯데 역시도 잠심점과 같은 메인 점포 중심으로 팝업스토어를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단기적이지만 이슈성 있는 유일한 컨텐츠(the only)를 경험하기 위해서 고객은 백화점에 와야할 이유가 생겼다. 

쿠팡,컬리와 같은 플랫폼의 등장은 대형 공간을 경쟁력으로 내세운 마트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트가 경쟁할 수 있는 핵심 분야는 결국 그로서리(grocery,식료품)이다. 롯데 은평점의 경우에는 2개 층의 대형 마트 공간을 1개 층으로 축소하는 대신에 그로서리 특화매장으로 변신했다. 면적은 절반으로 줄어었으나 도리어 매출은 신장하고 있다. 신세계 역시도 예상대비 온라인 실적인 부진하고, 오프라인 역시도 역신장을 하자 그로서리 매장 리뉴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편의점은 24년 기준 5만 5천개가 넘어서면서 주요 3사게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급증한 점포 수만큼 편의점 매장은 밀집해 있는 형국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동일 제품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 그래서 전략적인 컨텐츠로 활용하는 것이 PB제품이다. PB제품 특성상 이익률도 높지만 무엇보다 그곳에서만이 살 수 있는 제품이 있다는 것은 큰 무기다. 비록 흑당 열풍이나 두바이 초콜릿처럼 단기적인 유행으로 끝나는 제품이 대다수일지라도 방문 목적을 만들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오프라인 공간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국내 자영업자의 경우 평균적인 생존기간은 3.4년으로 집계 되었다. 막대한 돈을 들여서 매장을 구하고 인테리어를 해도 3년 남짓하면 망해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3년 남짓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지속하는 오프라인 공간의 비밀은 무엇일까? 사장의 의지, 운영철학도 중요하겠지만 결국에는 고객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고객이 오고 싶은 컨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음식과 같은 제품이든 제공하는 서비스 혹은 공간적 경험이든 상관없다. 그곳에서만이 고객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가치(value)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 결국 고객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컨텐츠가 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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