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평 폐교 리모델링한 정읍 카페&풀빌라 ‘라하트’
‘배민 배달 불가 지역’에 고객 발걸음 끊이지 않는 이유는?
서빙 로봇, 키오스크 등 스마트 기술 활용으로 매출 10배 늘어
정읍 특산물 귀리 활용한 ‘오트라이스 칩’ 개발…”지역 농가·청년과 상생 원해요”

[사례뉴스=김주연 인턴기자] 전북 정읍에서 3천 평 폐교를 리모델링해 카페와 풀빌라를 운영하고 있는 라하트 이선율 대표와 만났다.

‘편안하다'를 표현하는 터키어 '라핫'과 '마음'을 표현하는 '하트'의 합성어인 라하트는 카페와 풀빌라 공간을 통해 고객에게 ‘온전한 쉼’을 선물한다.

고객 편의를 위해 서빙 로봇과 키오스크 등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면서 10배 이상의 매출 상승을 이뤄낸 그는 정읍 지역의 특산물인 귀리를 활용한 ‘오트라이스 칩’ 개발해 지역 농가 살리기에도 힘쓰고 있다.

폐교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공간으로 탈바꿈에 성공해 고객에게 특별한 쉼을 선물하는 이 대표와 대화 나눴다.

라하트 이선율 대표[출처:라하트]
라하트 이선율 대표[출처:라하트]

내 아이가 ‘자유롭게 뛰노는 공간’

이선율 대표는 라하트 사업을 시작하기 전,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남편이 했던 “아이가 좀 넓은 공간에서 성장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이 대표를 사업 전선에 뛰어들게 했다. 어린이집 운영이 육아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남편의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았던 이 대표는 아이가 태어난 후, 남편의 말을 다시 되새기게 됐다.

코로나 시국에 아이와 함께 갈 곳이 없고,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이 대표는 아이들이 타인의 불편한 시선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특히 분교를 리모델링한 ‘춘천 오월 학교’가 이 대표의 폐교 리모델링 꿈에 불을 지폈다. 이 대표는 “오월 학교 대표님의 긍정적 에너지를 통해 ‘우리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3개월 동안 혼자 조용히 폐교를 알아봤어요. 남원, 진안, 정읍 세 군데 후보 중 지리적 특징과 건물 위치 등을 고려해 정읍을 선택했죠.”라고 말했다.

라하트가 위치한 정읍 지역[출처:라하트]
라하트가 위치한 정읍 지역[출처:라하트]

이선율 대표는 라하트를 통해 가족 중심의 공간 개념을 확립하고자 했다. 하지만 인수 당시, 이미 여러 차례 땅의 주인이 바뀌면서 학교의 이미지가 많이 훼손되어 있어 복원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학교 본관 정문이 벽돌로 다 막아져 있는 상태여서 문을 개방하고 학교 운동장을 볼 수 있도록 큰 통창을 설계했어요. 또, 밭으로 사용되었던 흙을 잔디가 살 수 있는 흙으로 바꿔 푸르고 넓은 운동장을 만들었죠.라고 전했다. 단순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토목과 전기, 배관을 포함해 모든 걸 새롭게 구성한, 이른바 대수선의 현장이었다.

정읍에서 풀빌라와 카페를 운영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걱정 어린 시선이 많았다고 밝힌 이 대표는 “솔직히 요즘에도 정읍에서 사업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걱정하세요. 그런데 저는 물건을 살 때도 흔하지 않은 걸 구매하는 편이라서, 라하트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쉼’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흔하게 한 번 들르고 마는 똑같은 공간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라하트를 열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정읍의 보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대표는 “주변 분들은 제가 황무지에서 일궈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제 성격이 불도저 같아서 밀고 나갔을 뿐이에요. 저 혼자 해낸 게 아니라 가족을 포함한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가능했어요.”라고 전했다.

폐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라하트 카페에서 바라본 외부 모습[출처:라하트]
폐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라하트 카페에서 바라본 외부 모습[출처:라하트]

베일에 싸인 라하트, 고객의 궁금증을 자아내다

“제가 가장 취약한 분야가 마케팅이에요.” 어린이집 운영을 할 때 ‘홍보’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던 이 대표에게 마케팅은 새로운 도전의 영역이었다. 어린이집과 라하트 사업은 운영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는 고객 유입을 위한 전략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선율 대표는 ‘있는 그대로’를 전략으로 선택했다. 홍보에 초점을 맞추지 않다 보니 고객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왜 홍보를 안 하세요?”였다. 라하트 주소에서 배달의 민족 앱을 켜면 ‘텅’이라는 화면이 뜬다. 산 중턱까지도 찾아가는 배달의 민족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 위치한 라하트. 이곳으로 고객이 직접 찾아오게 만든 전략은 ‘궁금증’이었다. 그는 “특별한 것보다 부족한 게 더 많지만 그러한 부족함과 미숙함이 오히려 진정성으로 다가간 것 같아요. 아무것도 없으니까, 베일에 싸여 있다는 호기심 때문에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라고 설명했다.

라하트 잔디정원에서 노을지는 풍경을 바라본 모습[출처:라하트]
라하트 잔디정원에서 노을지는 풍경을 바라본 모습[출처:라하트]

디지털 혁신 활용한 라하트…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면 성장한다

부부 사업으로 시작한 라하트 카페와 풀빌라. 초창기만 해도 이선율 대표는 어린이집 운영을 함께하고 있었기에 남편 혼자 카페 운영을 전담했다. 혼자서 넓은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키오스크와 서빙 로봇 등 기술의 도움이 절실했다. 특히 학교 공간을 개조한 카페답게 긴 복도형 구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고객 편의를 위해 ‘서빙 로봇’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편의를 위해 도입한 디지털 시스템은 ‘홍보의 역할’까지 톡톡히 했다. 이 대표는 풀빌라에 대한 정보를 미리 찾아보았거나 예약한 고객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풀빌라에 대한 정보를 카페만 방문한 고객에게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카페 사이니지를 보고 바로 예약해 주시는 고객들도 계세요.” 카페 공간에 도입한 사이니지를 통해 직원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방문 고객들이 공간의 쓰임새와 가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라하트 카페에서 사용하고 있는 서빙로봇[출처:라하트]
라하트 카페에서 사용하고 있는 서빙로봇[출처:라하트]

이 대표는 스마트 기술을 도입한 후로 10배 정도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며 디지털 기술에 따른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이 매일 발전하는 시대에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을 따라가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시대의 변화에 적응했을 때 성장하게 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부모의 마음으로 설계한 ‘쉼’의 공간

라하트 운영 초기, 키즈 풀빌라가 유행하고 있었다. 이에 이 대표도 홍보를 위해 ‘키즈 풀빌라’로 운영을 시작했지만, 1년간의 운영을 통해 키즈보다 가족 중심 고객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그는 “할머니·할아버지를 모시고 풀빌라에 방문한 가족 고객이 계셨어요. 할머님이 여기를 너무 좋아하셔서 세 번이나 방문하셨어요. 아이 중심으로 운영했을 때 만족도가 더 높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50~60대 이상의 분들이 더 만족하시더라고요.”라고 언급했다. 풀빌라 공간에서 가족끼리 편안한 쉼을 누렸으면 하는 이 대표의 진심이 전해진 것이다.

라하트 풀빌라 공간[출처:라하트]
라하트 풀빌라 공간[출처:라하트]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제공받는 게 복지다.”라는 주변의 조언은 고객을 바라보는 이선율 대표의 시선을 확장하게 했다. 그는 “키즈 풀빌라 운영을 통해 사업 방향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이제는 제가 처음에 이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진심’이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에요.”라고 전했다.

그릇 하나 식기 하나도 대충 선택하는 법이 없는 이 대표는 고객이 가치 있는 공간에서 값어치가 있는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받음으로써 존중과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쉼과 숨을 통한 힐링을 추구하는 이 대표가 핵심으로 삼는 가치는 ‘돈’보다 ‘고객 만족도’였다.

라하트 풀빌라 수영장 모습[출처:라하트]
라하트 풀빌라 수영장 모습[출처:라하트]

특별함보다 ‘진심’을 담은 공간

라하트는 외관과 내부 모두 흰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대표는 도화지처럼 하얀 공간에 누군가의 의미 있는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공간을 설계했다고 언급했다. 라하트 공간은 결혼식과 돌잔치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이 대표는 “제 결혼식이 너무 정신없이 진행됐거든요. 그래서 시간에 쫓기는 식이 아니라 여유로운 시간과 공간에서 하객 모두에게 정성껏 인사를 표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설계할 때부터 그런 공간을 꿈꾸면서 카페 내부를 웨딩홀처럼 라운드 형식으로 만들었어요.”라며 공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흔한 미끄럼틀 하나 없는 잔디 정원이 아이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유아교육을 전공한 이 대표는 “물건이나 체험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건 아이들에게 너무 익숙해요. 자연 속에서 돌과 솔방울을 줍고, 나무와 대화 나누면서 사계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게 라하트의 매력이죠. 무엇보다 눈치 보지 않고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을 가장 만족해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라하트 외관 모습[출처:라하트]
라하트 외관 모습[출처:라하트]

지역과 상생하다

이선율 대표는 정읍 지역의 건강한 원물인 귀리가 ‘원물 자체’로만 판매되는 시스템을 보완해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농가 소득 증대 방안을 고민하던 이 대표는 숙명여대 주남미 교수와 함께 2024년에 ‘오트라이스 칩’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귀리와 유기농 쌀, 현미 등의 질 좋은 원물을 통해 다양한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율 대표가 개발한 '오트라이스칩'[출처:라하트]
이선율 대표가 개발한 '오트라이스칩'[출처:라하트]

카페, 풀빌라 운영과 함께 제품 개발을 진행했던 이 대표는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도전 의식이 있는 청년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그는 “’청년들이 모인다면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하트 사외 이사님도 청년 아카데미 운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셔서, 투자해서라도 꼭 운영해 보고 싶어요.”라며 지역 청년 지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SNS에서 ‘시골은 블루오션이다’라는 글을 본 경험을 언급하면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떠나시는 분들도 많은데, 열정과 의지를 가진 분들을 돕고 싶고 그 기회를 통해서 저도 성장하고 싶어요”라며 “2025년에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청년들과 함께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출처:라하트]
[출처:라하트]

젊은 청년들의 열정과 기존 사업자들의 노련함이 합쳐진다면 반드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선율 대표는 본인이 지역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듯이 라하트가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어려운 경기 속에서 서로 도우면서 힘냈으면 좋겠어요.”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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