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아동 3만 명에게 6만 번의 따뜻한 식사 선물한 서울대생…”아이들의 미소는 저희가 일하는 이유예요”
3년간 총 35억 원 자금 조달, 누적 거래액 5억 원 비결은?
“수혜자가 아니라 이용자라고 불러요” 퀴즈·캠페인 통해 적절한 보상 차원 디지털 식권 제공
배민 관계자 울린 마라탕 처음 먹어 본 아이의 후기 “동생한테 어디 가서 마라탕 먹어봤다고 꼭 말하라고 했어요”
SK E&S, POSCO, 우아한형제들, 현대차정몽구재단 등 30여 개 사 협업 통해 기부 허들 낮춰

[한 잔의 사례]는 업계의 흐름을 바꾼 ‘결정과 실행의 순간’을 기록합니다.

이 시리즈는 인물 중심이 아닌, 현장의 사례와 선택에 주목합니다.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처럼 가볍지만 그 안엔 사업의 맥락과 도전, 시행착오 그리고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창업, 성장, 전환의 갈림길에서 실제로 어떤 판단이 내려졌고 그 결과가 어떤 인사이트를 남겼는지. ‘어떻게 성공했는가’보다. ‘무엇을 선택했는가’에 집중합니다.

실무자의 시선에서 배우고 싶은 진짜 사례, [한 잔의 사례]에서 만나보세요.

기부 패러다임의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딥러닝 AI 기술 기반 소셜 벤처 기업 ‘나눔비타민’ 김하연 대표를 만났다.

연간 16조 원 규모의 기부 시장에서 ‘기부의 불투명성’을 해결하기 위해 SK E&S, POSCO, 한국건강관리협회, 우아한형제들, 현대차정몽구재단 등 30여 개의 협업사와 활발히 협업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나눔비타민은 누적 거래액 5억 원, 누적 투자 8억 원을 기반으로 총 35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기부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써내려 가고 있다.

“기부는 연결이고, 나눔비타민은 그 연결의 매개체예요.”

기부자와 취약계층 이용자 간 ‘실시간 양방향 연결’이라는 다소 엉뚱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나눔비타민은 ‘나비얌’ 서비스를 기반으로 연결의 매개체로서 지속 가능한 기부 사이클을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기부자에겐 효용을, 이용자에겐 자존감을 선물하며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키다리 언니’ 김하연 대표와 대화 나눠봤다.

인터뷰 진행 중인 나눔비타민 김하연 대표[출처:나눔비타민]
인터뷰 진행 중인 나눔비타민 김하연 대표[출처:나눔비타민]

□ 기부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김 기자: 기존 기부 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나눔비타민의 전반적 운영 과정이 궁금한데요.

김 대표: 기존 기부는 기부자와 취약계층 이용자 사이에 항상 비영리 단체(NGO)처럼 중간 지원 조직이 있어요. 사실 이렇게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신 덕분에 기부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거지만, ‘직접적으로 전달되면 어떨까’하고 좀 엉뚱한 생각을 해본 거죠.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거에 대해선 효능감을 느끼는데, 중간 지원 조직을 거쳐서 기금으로 들어가는 거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기부자랑 취약계층 이용자를 다이렉트로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본질적으로 취약계층 이용자분들이 단순히 받는 것뿐만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원할 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상한 거죠. 

서비스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나눔비타민 팀원들[출처:나눔비타민]
서비스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나눔비타민 팀원들[출처:나눔비타민]

저희는 딥러닝 AI 기반 알고리즘을 통해서 매칭하고 있고, 기부한 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투명하게 기부자분들께 공개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부자들의 효능감이 높아지더라고요. 개인, 기업, 기관으로부터 사회 공헌 예산이 들어오면 디지털 쿠폰 혹은 식권으로 이 취약 계층 이용자분들께 바로 쿠폰이 전달되는 선순환 프로세스로 운영되고 있어요.

전국 6만 곳의 이용처에서 디지털 쿠폰이나 식권을 가지고 취약계층 분들이 원할 때 쓸 수 있게끔 하는 방식이에요. 일종의 식권 대장의 어떤 기부 사회 공헌 버전인 거죠. 디지털로 제공함으로써 기존 바우처 카드 디자인이 주는 심리적 낙인감까지 보완했습니다.

김 기자: ‘수혜자’가 아닌 ‘이용자’라는 단어를 사용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김 대표: ‘수혜자’는 혜택을 받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저희는 ‘적절한 보상’이라는 인식을 주고 싶어서 ‘이용자’라고 불러요.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2가지에 마음을 쏟았어요. 첫 번째로 심리적 낙인감과 부담 없이 식권을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전국에 착한 가게는 많지만 막상 가서 결식아동이라고 말하기가 어렵고, 오프라인 행사에서도 취약 계층인 걸 드러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나눔비타민을 시작했거든요. 저희가 디지털인 만큼 직접적으로 1차적 보완을 하지만, 낙인감을 느끼지 않도록 섬세한 UX라이팅에 신경 쓰고 있어요.

나눔비타민 '나비얌' 서비스[출처:나눔비타민]
나눔비타민 '나비얌' 서비스[출처:나눔비타민]

두 번째는 디지털 식권이나 쿠폰 주는 과정에서 ‘단순히 형편이 어렵거나 불쌍해서 주는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었어요. 물론 명확한 이용자 관리를 위해서 취약 계층인지 인증을 거치는데 인증한다고 해서 다 주는 게 아니라 캠페인이나 미션에 참여해야 해요. ‘캠페인 참여에 대한 리워드’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이용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김 기자: 나눔비타민의 경쟁력은 기부 시장의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비롯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기존 기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나눔비타민의 차별화 전략이 궁금합니다.

김 대표: 먼저 기존 기부 프로세스를 설명해 드릴게요. 모금한 다음에 대상자를 모집, 선정한 후에 제품이나 서비스로 전달해 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서 전달하고, 이후에 후기 수합까지 해야 해요.

저희의 디커플링은 중간 단계를 줄이고, 기부자와 이용자가 직접 연결되는 방식인데요. ‘모든 단계가 연결성 있게 이루어지면서, 비용까지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기존 기부 시장에서 중간 지원 조직이 하던 일을 우리 이용자분들 직접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거예요. 절차가 훨씬 간결해지는데, 비용까지 최소화하는 방식인 거죠. 이용자들이 후기를 남기기 전에도 이용 여부를 시스템 DB 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으니까, 투명성이 높아져서 디커플링이 가능하게 됐어요.

[출처:나눔비타민]
[출처:나눔비타민]

김 기자: 전국 6만 개 가게와 함께하고 계시는데 영업 과정에서 사장님들을 설득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던 전략은 무엇입니까?

김 대표: 처음에는 착한 가게로 들어간 가게들이나 이미 기부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이미 선의를 갖고 있는 분들이 더 잘하실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어요. 그런데 기부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선의가 없는 사람들도 기꺼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관점에서 봤을 때 여전히 감성적 호소에 집중하는 기부를 시스템화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됐죠.

세액 공제, 선한영향력·착한 가게를 통한 홍보, 지역 상권 활성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가게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가게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당장 고정 매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착한 소비를 통해 얻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설명하려고 노력했죠. 특히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급식 바우처’를 활용하는 전략을 활용했습니다.

착한 가게에서 1~2천 원 할인 쿠폰을 발행하면 지역 상권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 주목한 거죠. 사장님 입장에서 일종의 식권 이용처가 되면 식권을 통해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을 말씀드렸더니 긍정적으로 봐주셨어요.

출시 7개월 만에 4000개 지역가게 돌파[출처:나눔비타민]
출시 7개월 만에 4000개 지역가게 돌파[출처:나눔비타민]

□ 기부와 복지의 문턱을 낮추다

김 기자: 우아한형제들, SK E&S이노베이션, 건강나눔협회, SK행복나눔재단 등과의 활발한 협업을 진행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계십니다. 

김 대표: 영향력 있는 기업들과 캠페인 협업은 나눔비타민의 시스템 순환에 촉매제가 됐죠. 

저희 시스템은 캠페인이 마련되면 그 캠페인을 보고 취약계층 이용자분들이 외부 바이럴을 통해서 유입되어서 나눔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용자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요. 높은 만족도는 캠페인 운영 기업에게 좋은 리포트가 되고, 미디어를 통해서 기업의 선한 영향력이 알려지면 이용자들의 유입이 더 늘어나게 되죠. 이후에 다른 기업에서 캠페인 요청이 왔을 때 더 잘 운영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PR이 되면서 선순환이 많이 일어났던 것 같아요.

대기업·중견기업처럼 상장사는 ESG 공시 의무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해 본질적으로 많이 고민하시잖아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더 많이 협업하게 됐어요.

나눔비타민이 진행한 다양한 캠페인 협업 사례[출처:나눔비타민]
나눔비타민이 진행한 다양한 캠페인 협업 사례[출처:나눔비타민]

김 기자: 최근 EO채널, 미미미누 등 온라인 매체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온라인 진출을 통해 얻으신 성과가 있으실까요?

김 대표: 미미미누 님은 제가 예전에 ‘스튜디오 샤’ 유튜브 채널을 1년 반 정도 했었는데 그때 4번 정도 같이 촬영하면서 인연이 됐어요. 그때 맺어진 인연을 통해서 ‘대학 졸업 후 진로 테마’로 미미미누 채널에 나갈 수 있게 된 거죠. 유튜브 EO채널은 브라이언 임팩트 재단이랑 협업해서 영상에 출연하게 됐는데, 그 두 영상을 통해서 나눔비타민을 널리 알릴 좋은 기회가 돼서 감사하죠. 저희를 응원해 주시는 글과 생각해 볼 지점에 대한 댓글을 많이 남겨 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적극적으로 기회를 발굴한 건 아니었지만 굉장히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두 영상 출연을 통한 경험이 너무 좋아서 이제는 ‘미디어 채널 기회를 먼저 발굴해야 하나’하는 고민도 하게 될 정도예요.

미미미누 채널에 출연한 김하연 대표를 응원하는 구독자 반응들[출처:유튜브 '미미미누' 채널 댓글 갈무리]
미미미누 채널에 출연한 김하연 대표를 응원하는 구독자 반응들[출처:유튜브 '미미미누' 채널 댓글 갈무리]

□ 기부, 마음을 전하는 일

김 기자: 많은 캠페인 협업 과정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김 대표: 배달의 민족 브랜딩 캠페인에서 받은 한 후기가 기억나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라탕은 실제로 아동 급식카드로 결제되지 않는 곳들이 많은데요. 친구들은 다 마라탕을 먹어봤는데 본인은 마라탕이 비싸서 못 먹어봤다는 한 이용자의 후기였어요

마라탕을 먹어봤다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끼지 못해서 속상하고 소외감을 느꼈는데 나비얌 서비스를 통해서 마라탕을 먹어 봤대요. 친동생이랑 같이 먹었는데 동생한테 너는 어디 가서 마라탕 먹어봤다고 말해라고 이야기했다는 내용을 후기로 상세하게 적어준 거예요. 저희도 너무 보람찼지만 배민 임직원분들도 캠페인에서 큰 감동을 받으셨다고 말씀해 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배달의 민족 브랜딩 캠페인[출처:나눔비타민]
배달의 민족 브랜딩 캠페인[출처:나눔비타민]

김 기자: 기부자와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았던 시스템이 궁금합니다.

김 대표: 기부자의 경우에는 내가 했던 기부나 나눔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것 같아요. 기부하면 디지털 식권 기프티콘이 전달되고, 이용자가 식당에서 이용했을 때 알림톡을 받을 수 있는데, 기부의 흐름을 직관적이고 투명하게 알 수 있다고 만족스러워하셨어요

카톡 선물하기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쿠팡 같은 커머스가 가격 측면에서 더 저렴하지만, 선물할 때 카톡 선물하기를 많이 이용하잖아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편지를 쓸 수 있고, 주소나 개인정보를 물어보지 않아도 이미 자산화가 돼 있으니까요.

감사 카드를 서로 주고받는 기능을 통해서 기부자분들도 기부할 때 메시지를 담아서 보낼 수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기부자는 맛있게 먹고 기분 좋은 하루 보내!’ 이런 메시지를 담을 수 있고 이용자도 감사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거죠.

나눔비타민 '얌이' 인형[출처:나눔비타민]
나눔비타민 '얌이' 인형[출처:나눔비타민]

메뉴 선택권을 준다는 것에 대한 고객 반응이 좋았어요. 이용자들은 정해진 메뉴가 아니라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이 많았고,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감사카드 작성에도 반영되다 보니 기부자분들도 더 뿌듯해하시더라고요.

김 기자: 대표님께서 기부 플랫폼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김 대표: 저희가 2년째 가고 있는 ‘관악구 스시모도리’라는 스시집 오프라인 행사가 있어요. 사장님이 원래 일요일 휴무인데 3개월에 한 번씩 보육원 아이들한테 스시를 무료로 제공해 주시는 거예요. 한 번 행사하면 40명 정도의 아이들이 오는데, 나눔비타민이 서빙도 하고, 아이들 인솔도 하면서 항상 같이 봉사하고 있어요.

2주 전에 봉사를 갔을 때 일이 기억나는데요. 무한으로 먹어도 된다고 하니까 아이들이 초밥 접시 쌓기 경쟁을 했는데, 제일 많이 먹은 친구가 30접시를 먹고 먹은 것을 게워 냈어요. 상황을 정리하고 대화를 나눴는데, 학교 급식에도 스시가 안 나와서 여기가 아니면 스시를 못 먹는다면서 여기서 스시 먹는 날이 너무 기대된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런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저희가 일하는 이유를 깨닫는 것 같아요.

3개월에 한 번씩 보육원 아이들에게 스시를 제공하는 행사 현장[출처:나눔비타민]
3개월에 한 번씩 보육원 아이들에게 스시를 제공하는 행사 현장[출처:나눔비타민]

□ 연결의 가치를 믿는 리더, 함께 성장하는 조직 만든다

김 기자: 창업 초기 4명으로 시작한 나눔비타민이 어느덧 11명이 함께하는 조직으로 성장했습니다. 법인 설립 2주년을 맞은 지금, 더 많은 선택과 판단이 필요할 텐데요. 대표님께서는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십니까?

김 대표: ‘최고의 리더십은 최고의 팔로우십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제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어요. 

역사의 위대한 리더의 옆에는 항상 최고의 조력자가 옆에 있었다는 거예요. 제가 실무를 많이 맡고 있지 않다 보니 각자 10%씩 담당해야 하는 거죠.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 팀원들이 각자가 맡고 있는 10분의 1씩의 그 분야에 있어서 최고의 리더 역할을 해 나가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거죠.

대표로서 제 역할은 함께하고 있는 최고 리더들에게 최고의 서포터가 되어 주는 거예요. 해결해야 할 이슈가 생겼거나 신속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면 최고의 팔로워가 돼야겠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고, DRI를 얘기하긴 했지만 ‘본질적인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마음으로 나눔 비타민을 운영하는 것 같아요.

[출처:나눔비타민]
[출처:나눔비타민]

조직이 커지면서 저한테 기대되는 역할도 계속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는 기업 규모가 커지는 걸 ‘가족이 늘어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게 자식 같은 나비얌 서비스를 아이 키우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조직이 커지면서 항상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누적 3만 명의 취약계층에게 6만 건 이상의 나눔을 전달했는데요. 나비얌 앱 이용자분들, 그리고 우리를 믿고 기꺼이 사회 공헌 사업에 함께해 주신 협업사들과 전국 6만 곳의 식당 사장님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커질수록 자연스럽게 책임감도 커지죠.

그러다 보니까 점점 더 많은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데,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머리가 복잡해지더라고요. 명확한 기준을 위한 세 가지 키워드는 ‘편리·투명·확장’이에요. 이용자와 기부자 모두가 편리하고, 투명할 것이며, 확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거죠.

CES2025에 참여한 나눔비타민[출처:나눔비타민]
CES2025에 참여한 나눔비타민[출처:나눔비타민]

결국에 기부는 연결이고, 나눔비타민은 연결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세 가지 기준을 통해서 연결감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기부를 통해 마음, 물품, 지원이 연결되는 것처럼 저희가 세운 기준에 따라야 명확한 의사결정, 그리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결정이 되는 것 같아요.

김 기자: 사례뉴스와의 이전 인터뷰에서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조직’을 지향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후 조직이 성장하면서 그 문화에도 변화나 확장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나눔비타민은 어떤 방식으로 팀원들과 소통하며, 어떤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고 계십니까?

김 대표: 최근에 3주 동안 논의한 십계명이 확정됐어요. 1번 규칙은 ‘회사는 도서관이 아니다.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도 경쟁력이다’예요. 이 규칙과 관련해서 3개월에 한 번씩 저와 모든 팀원이 1o1(One on One) 시간을 가지면서 소통을 최대한 많이 하고 있어요. 누군가는 부담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희 팀원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많이 요청해 주셔서 최소한 3개월에 한 번씩 진행하면서 업무, 커리어, 일상적인 부분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할 수 있게끔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나눔비타민 십계명[출처:나눔비타민]
나눔비타민 십계명[출처:나눔비타민]

두 번째는 동료 간 티타임 문화가 있어요. 점심 먹고 나서 카페에 가서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10년 뒤에 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 같아?’, ‘로또 당첨되면 뭐 할 거야’, ‘한 달의 여유 시간이 생긴다면 뭐 하고 싶어?’ 등의 주제에 대해 대화 나누면서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끔 돕고 있어요.

[출처:나눔비타민]
[출처:나눔비타민]

세 번째로 문화의 달 행사를 운영해요. 문화의 달 안에 문화의 날이 있는데, 3시에 조기 퇴근하고 같이 문화생활을 하도록 하는데요. 영화를 보기도 하고, 놀이공원이나 전시회에 가거나 피크닉을 가기도 하고, 1년에 1~2회 정도의 워크샵을 가고 있어요.

4월 13~14일에 다녀온 워크샵의 주제는 ‘On the same page’였어요.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향이 다를 수 있는데, 팀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얼라인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나눔비타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나눔비타민 워크샵 현장[출처:나눔비타민]
나눔비타민 워크샵 현장[출처:나눔비타민]

□ 모두가 나누는 세상을 꿈꾸다

김 기자: 앞으로 나눔비타민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김 대표: 제 키가 176cm이고, 하는 일이 키다리 아저씨 책 내용과 비슷하다 보니 ‘키다리 언니’라는 별명이 생겼어요. 앞으로는 누구나 쉽게 키다리 언니나 오빠가 될 수 있도록, 그런 나눔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구조적인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사업을 효율적으로 최적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는 것이 더 본질적인 목표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지금 우리가 가진 한계들을 명확히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물고기를 단순히 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 그런데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물고기 산업 자체를 바꿔야 한다’라는 한 노벨상 수상자의 말을 좋아해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기부나 복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데, 핵심은 ‘분배’예요. 자원의 양극화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간극의 차이를 국가에서 다 메울 수는 없거든요. 공공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민간에서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고민이 계속 필요할 것 같아요.

김하연 대표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출처:나눔비타민]
김하연 대표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출처:나눔비타민]

단발적인 지원이 아니라 외부 유입 없이도 지속적으로 굴러갈 수 있는 게 나오려면 ‘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 기업, NGO 혹은 개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을 계속 고민해 나갈 계획이에요. 모든 해결책을 지금 다 답할 수는 없지만 모두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는 조직이 나눔비타민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김 기자: 마지막으로 비즈니스와 일터에서 일하는 경영자와 리더분들을 위해 격려나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김 대표: 햇병아리 창업자인 제가 생각하기에 창업의 과정은 ‘세계관을 만들어 나가는 여정’인 것 같아요. 나의 세계관을 담을 수 있는 판을 만드는 ‘일종의 게임’인 거죠. 각자 이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부분이 있으셔서 사업이나 일을 하고 계시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세상을 멋지게 만들어 주심에 감사해요. 그런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탁월하게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손’처럼 각자의 세상을 잘 만들어 가실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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