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지구식단’ 통해 지속가능성 철학을 전사적으로 실천
기술·조직·KPI까지 바꾼 실행 중심 전략과 브랜드 운영 구조
식물성 식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제품·마케팅 전환 시도

[사례뉴스=이은희 기자] 

"풀무원 지구식단 브랜드는 여러 브랜드 중 하나가 아닙니다. 이는 풀무원의 향후 40년을 이끌어갈 핵심 가치체계의 실천입니다."

풀무원 지구식단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박종희 상무는 지구식단이 단순한 제품 라인이 아닌 기업의 미래 방향성을 담은 전략적 결정임을 강조했다. 2021년부터 풀무원은 가치체계의 변화를 선언하며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 'No.1 지속가능식품 기업'이라는 지향점을 설정했다.

박 상무에 따르면, 지구식단은 기존의 '나와 내 이웃을 위한 바른먹거리'라는 풀무원의 가치를 지구 전체로 확장한 개념이다. "지구 전체의 지속가능성 없이는 우리의 미래도 없다는 성찰에서 나온 가치체계가 지속가능성이었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네 개의 전략적 기둥이 식물성 지향, 동물복지, 건강한 경험, 그리고 친환경 케어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브랜드가 중간 관리자의 단기적 전략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창업주와 이효율 의장(전 총괄 CEO)의 전략적 방향과 의지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이런 배경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조직을 구성하는 과정은 수월했지만, 실적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박 상무는 털어놨다.

식물성 식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제품·마케팅 전환 시도[출처: 가인지캠퍼스]
식물성 식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제품·마케팅 전환 시도[출처: 가인지캠퍼스]

조직부터 KPI까지,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긴 지속가능식품

지구식단 브랜드의 출범과 함께 풀무원 내부에서는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마케팅 조직에 지구식단 BM(Brand Management) 조직이 신설되어 제품 카테고리 중심이었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브랜드 중심의 제품 개발 체계를 구축했다. 연구소에서도 대체육 연구 사업부를 별도로 구성해 다양한 소재와 공정 개발을 통한 지속가능식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말로만 선언적으로 지속가능식품을 육성하는 게 아니라, 조직구성, 제품개발원칙, 브랜드 적용 원칙뿐만 아니라 대표나 본부장의 KPI에도 지속가능 식품의 매출 비중을 일정 비율로 반영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브랜딩의 통합, 끊임없는 소통이 만든 결실

'결두부'와 같은 기술력 기반 제품을 브랜드의 핵심 자산으로 연결한 풀무원의 전략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비결로 박 상무는 "끊임없는 토론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차별화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꼽았다.

지구식단 브랜드명을 정하는 데만 6개월 이상 걸릴 정도로 내외부 논의를 거쳤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소비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검증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끊임없는 토론과 커뮤니케이션, 혁신 및 차별화에 대한 내재화된 그리고 깊이 있는 고민을 하다 보면, 본질적으로 우리 제품과 브랜드를 특출나게, 혹은 다른 브랜드와는 다르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고 결합하는 과정들을 거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기술 따로 브랜딩 따로가 아니라, 이 모든 게 어우러진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기술·조직·KPI까지 바꾼 실행 중심 전략과 브랜드 운영 구조 [출처: 가인지캠퍼스]
기술·조직·KPI까지 바꾼 실행 중심 전략과 브랜드 운영 구조 [출처: 가인지캠퍼스]

젊은 소비자를 위한 과감한 마케팅 변화

풀무원이 기존에 시도하지 않던 연예인 모델 기용, 팝업스토어, 웹 예능, Z세대 타깃 캠페인까지 다양한 마케팅 시도를 한 배경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풀무원은 빅모델에 기대는 전략을 쓰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4-5년 사이에 풀무원의 주요 소비층이 풀무원과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지표들과 외부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지구식단의 주요 타깃층은 후기 밀레니얼로, 풀무원의 핵심 고객층보다 젊은 연령대이다. 이들에게 빠르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식물성 지향 식문화를 대중화하기 위해 과감한 마케팅 변화가 필요했다. 또한 지구식단을 통해 풀무원 브랜드 전체에 혁신성과 트렌디함, 젊은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이 목표였다.

'맛없는 비건'이라는 편견 극복하기

지구식단이 마주한 가장 큰 장애물은 '식물성 재료만으로 소비자의 맛에 대한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과제였다. 여기에 풀무원의 클린레이블 정책(사용하지 않는 첨가물 리스트 관리)까지 충족시켜야 했기에 기술적, 공정적, 원가적 한계가 존재했다.

"식물성은 맛이 없을 것 같다는 소비자 편견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실제로 지구식단 제품을 맛보고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팝업스토어나 각종 전시회에서 샘플 푸드를 제공하고, 유통업체나 QSR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통해 지구식단 제품을 사용한 메뉴를 만들고 알리는 활동들이 그 일환입니다."

'맛없는 비건'이라는 편견 극복하기 [출처: 풀무원]
'맛없는 비건'이라는 편견 극복하기 [출처: 풀무원]

최근 풀무원은 '식물성 본연의, 자연에서 유래한 고유의 진한 맛과 향'을 지구식단의 맛으로 정의하는 데 합의했다. 초기에는 '고기 없이도 고기맛'을 내는 방향으로 개발했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육류 대체 개념에 대한 수용도가 아직 낮고 미세한 식감 차이를 구분하기 때문에, 육류를 흉내 내는 방향보다는 식물성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예를 들어, 함박스테이크 제품이라면 예전에는 진짜 고기로 만든 함박스테이크의 질감과 육즙을 구현하기 위한 방향으로 개발했다면, 지금은 각종 버섯을 블렌딩하고 버섯 균사체도 원료로 사용하면서 버섯으로 만든 함박스테이크의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지구식단의 카테고리 확장 전략

지구식단 브랜드는 크게 세 가지 하위 카테고리로 구성된다. 동물성 원료를 대체하는 '동물성 대체식품'(식물성 햄, 함박스테이크 등), 기존 식물성 원료에 공정이나 원료 혁신을 통해 새로운 TPO(Time, Place, Occasion)를 부여하는 '식물성 영양식품'(두유면, 곤약떡볶이 등), 그리고 이런 원료를 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물성 FRM(Fresh Ready Meal) 카테고리'다.

제품 혁신은 주로 동물성 대체식품과 식물성 영양식품의 소재 개발에서 시작된다. 특허받은 결두부 소재를 개발해 치킨 대신 먹거나 소스 형태로 만들어 쌈밥 형태로 먹는 방식을 제안하는 식이다. 또는 버섯과 콩에 대나무 섬유질로 탄성을 주어 만든 식물성 소시지와 같은 혁신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핫도그나 피자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확장한다.

박종희 상무 "풀무원의 지속가능식품 전환은 그 자체로 큰 도전" [사진: 박성온 기자]
박종희 상무 "풀무원의 지속가능식품 전환은 그 자체로 큰 도전" [사진: 박성온 기자]

변화를 이끄는 리더십 - 방향에 대한 확신과 지속적인 소통

박종희 상무는 변화의 과정을 이끌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방향에 대한 확신"과 "지속적인 소통"을 꼽았다. 특히 지속가능식품처럼 아직 시장도, 조직도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서는 그 의미와 필요성을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하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풀무원의 지속가능식품 전환은 그 자체로 큰 도전이었고, 저는 이 방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며 지구식단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략과 실행을 연결해왔습니다. 조직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리더는 방향성을 명확히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상무는 앞으로도 진정성 있는 태도로 전략을 설계하고, 꾸준한 소통을 통해 지속가능한 변화가 풀무원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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