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뉴스=김호이 필진기자]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서울의 한 카페에선 어린이보다 더 많은 ‘어른이’들이 모여 한 캐릭터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 캐릭터, ‘짱구’다.

이미 K-POP 팬덤 문화로 널리 자리잡은 ‘생일카페(생카)’가 이제는 2D 캐릭터로 확장되고 있다. 아이돌 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생카가 애니메이션, 웹툰 등 다양한 팬덤 문화로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어린이날을 맞아 열렸던 짱구 생일카페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공간…짱구와 팬들의 생일 파티

 카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커다란 짱구 피규어가 기자를 반겨줬다. 실내에는 짱구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었고, 팬들이 직접 그린 포스터와 피규어들이 정성스럽게 전시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짱구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꾸며진 포토존, 직접 제작해 방문한 팬들에게 나눠주는 짱구가 그려진 종이컵과 포토카드, 스티커까지.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닌, 팬들의 정성과 애정으로 꾸며진 일종의 축제 공간이었다. 한 팬은 “짱구와 함께 생일을 보내는 기분이라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짱구는 늘 5살이에요”…성인이 된 팬의 ‘오래된 덕질’

 이번 생일카페를 주최한 김은비 씨는 오랜 짱구의 팬으로 벌써 세 번째 짱구의 생일카페를 열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 책 대여점에서 만화책을 빌려보다가 ‘짱구는 못말려’를 처음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자연스럽게 빠져들었죠.”

 학창시절 짱구를 보며 자란 김 씨는 이제 짱구의 부모보다 나이가 많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짱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짱구는 영원히 다섯 살이에요. 시간이 지나도 똑같은 모습으로 제 옆에 있다는 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는 아이돌 팬들이 생일카페를 여는 것처럼, 좋아하는 캐릭터에게도 같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생일카페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이 행사를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고 말하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생일카페, K-POP 팬덤을 넘어 일상 속 문화로

 ‘생카’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카페를 대관하고, 특정 인물이나 캐릭터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일종의 비공식 이벤트다. 대개 짧게는 하루, 길게는 3일 정도 열리며, 팬들이 만든 굿즈나 사진 전시, 포토존 등이 마련된다.
 이러한 생일카페 문화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K-POP 팬덤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주로 SNS, 특히 **X(구 트위터)**를 통해 정보가 공유되며, 팬들 사이에선 이미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팬들은 이를 통해 한자리에 모여 다함께 감정을 교류하고, 서로의 애정을 확인한다. 때문에 이 공간을 ‘21세기 문화 살롱’이라 부르기도 한다.

김은비 씨의 짱구방
김은비 씨의 짱구방

2D든 3D든, 가상의 인물이든 실존 인물이든,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현실의 문화를 바꾼다.
짱구의 생일카페처럼, 팬들이 만들어가는 작은 축제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열리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캐릭터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면? 이번엔 당신이 생카에 참여해볼 차례다.

ⓒ 사례뉴스는 비즈니스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합니다. 출처를 표기한 다양한 인용과 재배포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