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냄새를 읽다, 후각의 데이터화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보이지 않는 화학 신호를 감지… ‘냄새 없는 마약’도 찾아낸다
"실패조차 자산입니다"…냄새로 미래를 읽는 AI 탐험가, 일리아스 AI

[사례뉴스=이윤섭, 이은희 기자] “우리는 냄새라는 보이지 않는 감각을, AI로 데이터화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시도되지 않은 영역이기에 우리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리아스 AI 고범석 대표는 인터뷰 서두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마다 다르게 인지하고, 수치화하기 어려운 후각을 기술로 구현하는 일은 단순한 센서 개발을 넘어선 도전이다. 고 대표는 이를 “지도 없는 세계에 길을 내는 탐험”이라고 표현했다.

후각을 데이터로… 일리아스 AI 고범석 대표의 기술 소개 [출처: 일리아스AI]
후각을 데이터로… 일리아스 AI 고범석 대표의 기술 소개 [출처: 일리아스AI]

후각이라는 미개척지에 도전하다

그의 도전은 아이러니하게도 얼굴 인식 기술에서 시작됐다. 팬데믹 당시, 출입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던 그는 기술보다 행정 절차와 규제 대응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현실에 좌절했다. “기술을 개발하고 싶었는데,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제도가 먼저 앞에 있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정책이나 제도에 좌우되지 않는 비정형 데이터를 찾아야겠다고요.”

그가 선택한 분야는 후각이었다. “후각은 아직 법적으로 규제된 바가 거의 없고, 라이선스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냄새의 유무를 넘어… 화학 반응까지 추적하는 AI 감지 시스템 [출처: 일리아스AI]
냄새의 유무를 넘어… 화학 반응까지 추적하는 AI 감지 시스템 [출처: 일리아스AI]

복합 센서 어레이와 버추얼 센싱 기술

일리아스 AI는 단일 기능의 전자코 수준을 넘어서 복합 센서 어레이 기술을 활용해 공기 중의 냄새를 포착하고, 이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한다. 총 64개의 센서를 조합한 챔버 시스템에서 전압, 온도, 습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 뒤 CNN과 LSTM 기반의 모델로 학습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대마초 냄새인지 아닌지를 묻는 수준이 아니라, 대마초와 육포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그 정밀도는 실제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고 대표는 “대마초는 99% 이상, 필로폰은 약 90% 수준의 정확도를 기록 중이에요. 특히 필로폰은 냄새가 거의 없어서 탐지견도 어려워하는데, 우리는 그걸 감지할 수 있는 화학적&전자적 반응을 찾아냈죠.”라고 전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멀티모달 센싱 앙상블지능으로 일리아스 AI 고유의 버추얼 센싱 구조다. 이에 고 대표는 “센서 하나가 낼 수 있는 데이터는 한정되어 있지만, 조건을 달리하면 수십만 개의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우리는 실제 측정값에 조건을 조합해서 가상의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그러니까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말은 우리에겐 적용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기존 탐지견을 보완하는 디지털 탐지견 ‘일리’ [출처: 일리아스AI]
기존 탐지견을 보완하는 디지털 탐지견 ‘일리’ [출처: 일리아스AI]

공항과 물류 현장으로 나아가는 기술

현재 일리아스 AI는실제 현장에 적용되기 위한 단계에 와 있다. “지금 관세청이나 인천공항, 미국 쪽 공항 자동화 로봇 회사와도 개념검증을 진행 중입니다. 로봇팔이 캐리어를 눌렀을 때 석션으로 공기를 흡입하고, 그 공기에서 우리가 원하는 반응을 찾는 구조예요.” 그는 특히 기존 탐지견 시스템과의 비교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개는 냄새가 나야 반응하잖아요. 우리는 냄새가 없어도 화학 반응을 추적해냅니다. 이건 완전히 다른 방식이에요.”

냄새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플랫폼 전략

일리아스 AI가 그리는 미래는 단순한 장비 공급이 아니다. 고 대표는 “우리가 하는 일은 후각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된장찌개의 냄새, 비 오는 날 아스팔트 냄새, 겨울의 첫 찬바람 냄새. 이 모든 걸 데이터로 저장하고, 검색하고, 추천하는 세상을 상상해보세요. 우리는 그걸 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일리아스 AI는 SSM(Small Scent Model) & LSM(Large Scent Model)이라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정립하여 후각 데이터 플랫폼 모델을 개발 중이다. “냄새도 언어처럼 구조화할 수 있어요. 지금은 아무도 하지 않으니까, 우리가 먼저 해보자는 거죠.”

그는 후각 AI가 산업 전반에서 응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수 추천, 식품의 신선도 감지, 병원 내 감염 예측, 화학물질 누출 감지, 유독가스 탐지까지… 후각은 아직 기술적으로 사용된 적이 거의 없지만, 사실은 모든 산업의 가장 밑바닥에 깔린 감각이에요.”

일리아스 AI, 한국경제신문사장상 수상 [출처: 일리아스AI]
일리아스 AI, 한국경제신문사장상 수상 [출처: 일리아스AI]

실패를 권하는 기업, 그리고 탐험가 조직

기술 이상으로 그가 강조한 것은 문화였다. “우리 회사는 IR 자료에도 ‘실패를 권하는 기업’이라고 써 있어요. 그만큼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으니까요.” 그는 기존의 경험이 새로운 기술 개발을 방해하는 순간을 여러 번 마주했다고 말한다. “과거의 방식대로 하면 후각 AI는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턴이 프로젝트 리더를 맡기도 하고, 3년 차가 멘토 역할을 하기도 해요. 탐험이니까요.”

그는 마지막으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지금 성공 확률이 10%라고 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그 10%를 줄여나가는 거예요. 저희도 15억 과제가 75% 삭감됐고, 투자 일정도 밀렸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전진하고 있어요. 결국은 버티는 사람이 이깁니다.”

아직 후각 AI는 낯설고, 개척되지 않은 분야다. 그러나 그 낯설음 속에서 일리아스 AI는 가장 먼저, 가장 멀리 걸어가고 있다. 기술과 감각 사이에 놓인 이 빈틈을, 그들은 새로운 언어로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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