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실수의 이면, 고연차의 진부화에 맞선 기업들의 리텐션 전략

[사례뉴스=오세은 인턴기자] 지난 5월 2일 가인지TV 유튜브에서 ‘김경민의 경영벙커’ 라이브 방송이 진행됐다. 라이브에서 가인지컨설팅그룹 김경민 대표는 고연차 직원의 진부화 문제와 실수 반복의 구조적 원인을 짚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직 운영 전략을 제시했다.

반복되는 실수에는 이유가 있다. 신입사원의 작은 실수와 고연차 직원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실수는 파급력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실수 그 자체보다 더 심각한 건 이를 반복하게 만드는 근본 구조다. 특히 실수의 무게가 조직 문화에 균열을 일으킬 정도로 커질 때, 기업은 리더의 실수를 묵과하지 않는다. 고연차 구성원의 진부화, 조직 내 역할 정체, 그리고 회피되는 책임. 이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반복 실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입사 초기에는 누구나 실수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3년 차를 넘기면 실수는 반복되고, 조직은 이를 능력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첨부 파일 빠뜨리기, 지시와 다른 방향으로 업무 수행하기, 지각, 부정적 태도 등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어떻게 해도 괜찮다’는 무력감의 신호일 수 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체크리스트와 피드백 시스템이 강조되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시점에서 기업은 리텐션 전략을 고민하게 된다. 특히 고연차 직원들의 진부화 문제는 실수보다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SDS·GE·토스, 고연차의 재활성화를 실험하다

삼성SDS는 AI·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역량 저하가 우려되는 고연차 직원을 위해 코세라, 유다시티 등과 협력해 실무 기반 프로젝트, 멘토링을 진행한다. 단순한 재교육을 넘어서 ‘실질적 직무 스킬 전환’에 집중한 것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일찌감치 고연차의 소극성과 매너리즘에 주목했다. 2010년부터 타 부서·타 직무 프로젝트에 고연차 직원을 임시 배치하며 기존 네트워크를 흔들고 새로운 협업 구조를 경험하게 했다. 이른바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는 루키의 시선으로 복귀했고, 일부는 재취업과 함께 퇴사했다. 이는 단지 부서 이동이 아니라, 경력의 리부팅이었다.

토스는 고연차 리더의 실수와 무책임을 방치하지 않는다. ‘TIP(Team Improvement Program)’을 통해 동료의 신고 → 인사팀 조사 → 위원회 심의 → 3개월 집중 교육 → 개선 여부 판단이라는 정교한 절차를 운영한다. 개선되지 않으면 계열사 전환이나 권고사직까지 이어진다. 단순한 퇴출이 아닌 ‘객관적, 합리적 절차’를 강조하는 토스의 방식은 결국 메시지를 명확히 한다. “잘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다.”

중소기업은 어떤 전략을 택하고 있을까

대기업처럼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기업들도 고유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브랜디는 고연차 개발자의 기술 갭을 해소하기 위해 실무 중심 교육과 신규 서비스 기획 참여를 병행했다. AI와 파이썬에 익숙한 신입들과 손발이 맞지 않던 고연차 개발자들이 마케팅 데이터 분석을 실습하면서 재도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기업은 퇴직금 외 3개월치 급여를 더 제공하며, 3개월간 점진적 업무 축소 후 자연스럽게 퇴직하는 ‘명예 퇴장 트랙’을 운영했다. 이는 해고가 아닌, ‘권고에 따른 자발적 사직’이라는 법적·심리적 완충 장치로 작동했다.

실수보다 무서운 건, 말하지 않는 문화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드러나지 않는 문화다. 경영자의 실수가 공개되지 않을 때, 문제는 구조화되고 은폐된다. 한 기업 관계자는 “CTO의 40%가 자신의 실수를 공개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실수를 드러내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는 또 다른 실수를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실수를 빠르게 말하는 사람, 그 ‘전령’을 처벌하지 않는 문화가 중요하다. 실수를 말한 사람을 비난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후 조직적 차원에서 구조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진부화, 피할 수 없다면 설계하라

고연차 직원의 진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그것을 방치하는 것이다. 단순한 재교육, 일방적인 퇴직 권고가 아닌, 경력 리디자인이 필요하다. 허즈버그의 위생 요인 이론에 따르면, 만족의 반대는 불만족이 아니라 ‘만족 없음’이다. 불만족을 제거한다고 만족이 생기지 않듯, 진부화에 채찍만 가한다고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당근도 채찍도 필요하다. 프로젝트 기반 재교육, 부서 이동, 체크리스트, 실수 공유, 코칭형 피드백, 권고사직까지. 기업은 다양한 선택지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들을 공정하게, 그리고 용기 있게 운영할 수 있는가다. 그것이 리텐션의 성패를 가른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가인지캠퍼스 김경민의 경영벙커 ‘연차도 찼는데 아직도 실수하는 직원에게’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 기사는 5월 2일 가인지캠퍼스 ‘연차도 찼는데 아직도 실수하는 직원에게 | 김경민의 경영벙커’ 영상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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