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중소기업이 3~5년차, 15~30인 규모에서 성장의 한계를 맞는다.
관계로 움직이던 조직이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이 시점에, 리더는 문화의 균열과 마주한다.
속도보다 정렬, 전략보다 문화. 이 균형을 세우는 순간, 조직은 다시 성장의 리듬을 찾는다.

창업 4년차 A기업은 마케팅·유통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해왔다. 온라인 캠페인과 브랜드 론칭이 연이어 성공했고,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로 늘었다. 그러나 직원이 15명을 넘어선 시점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초창기엔 모두가 한 팀이었다. “우리 같이 해보자”는 말 한마디면 모든 결정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팀장과 팀원 간의 갈등이 늘고, 핵심 인재가 회사를 떠나며 무임승차자까지 등장했다. 대표는 말했다.
“이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같이 뛴다’는 느낌이 안 납니다.”

규모가 커지면서 직급과 역할이 생기고, 그와 함께 가치·채용·보상·위임 등 수많은 과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스타트업의 약 70%가 설립 2~5년 차에 문을 닫는다는 통계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시기는 흔히 ‘조직 성장의 마의 구간’이라 불린다.

리더가 ‘문화·가치·시스템’의 병목을 풀지 못하면, 조직은 관계의 온기를 잃고 일의 리듬이 깨진다.

관계의 시대에서 시스템의 시대로

15명까지는 ‘열정과 관계’로 충분히 돌아간다. 그러나 인원이 그 이상이 되는 순간, 복잡성이 급격히 늘어난다. 리더는 모든 사람을 직접 챙길 수 없고, 이제는 ‘관리’가 아니라 ‘시스템’이 필요해진다.
이 시점에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겪는 공통적인 신호가 있다.

  • 직급과 평가 제도를 도입했지만 구성원은 낯설어한다.

  • 관계 중심의 문화가 약해지고, 책임 회피와 무임승차가 생긴다.

  • 인재는 늘었지만 방향은 흐려지고, “우리가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이 사라진다.

특히 마케팅·유통업처럼 성과가 빠르게 가시화되는 업종일수록, 이런 균열은 더 빨리 드러난다. KPI가 우선되면서 문화가 희미해지고, ‘결과는 좋은데 분위기가 나쁜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시점의 해법은 단순한 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정체성의 재정비’다. 가인지경영은 이를 세 단계로 제시한다.

1. 가치 재정립 & 핵심습관 내재화

많은 스타트업이 초기에 화려한 미션과 슬로건을 내세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슬라이드 속 문장으로만 남는다. 리더는 다시 물어야 한다. “우리가 왜 존재하는가.”

핵심가치를 구체적 행동으로 바꾸는 것이 시작이다. ‘책임’은 “약속한 일정은 반드시 지킨다”, ‘고객 중심’은 “고객의 감정까지 책임진다”처럼 현실의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
예컨대 우아한형제들은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11가지 방법’을 통해 조직의 일하는 원칙을 시각화했고, ‘우수타(우아한 수다타임)’라는 프로그램으로 이를 일상에 녹였다. 가치는 글이 아니라 반복된 행동의 총합일 때 비로소 조직을 움직인다.

2. 채용 브랜딩 & 조직-핏 인재 선정

조직이 커질수록 채용은 단순한 인력 보강이 아니라 ‘문화 설계’의 문제다. 특히 마케팅 조직은 개성과 창의성이 강한 인재가 많기에, 한 명의 불일치가 팀 전체의 리듬을 바꾼다. 따라서 채용 공고, 면접 질문, 온보딩 과정 모두가 조직의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
‘컬처북’을 통해 조직의 가치와 일하는 습관을 공유하고, 입사 초기 3개월은 ‘문화 적응기’로 설계해야 한다. 좋은 사람을 뽑는 것보다, 좋은 문화를 살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3. 제도·시스템 정비 & 리더십 일관성 강화

제도는 필요조건이지만,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리더의 언어다.
보상, 평가, 회의, 보고 등 모든 프로세스가 핵심가치를 연결되어야 한다.
갈등이 생겼을 때 “왜 안 했냐”가 아니라 “우리의 ‘책임’ 가치와 연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묻는 리더십이 신뢰를 복원한다. 리더는 제도의 설계자가 아니라 문화의 전파자여야 한다.

가치가 회복될 때, 조직은 다시 일어선다

필자가 컨설팅한 한 마케팅·유통 스타트업은 팀장 퇴사 이후 핵심 인재가 잇달아 떠나며 흔들렸다. 대표는 문제를 시스템의 부족이 아닌 “가치의 붕괴”로 진단했다. 전사 워크숍을 열어 조직의 존재 이유를 다시 선언하고, 핵심가치를 구체적 행동 기준으로 재정의했다. 신규 입사자에게는 컬처북을 배포하고, 입사 후 3개월 동안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가”를 함께 점검했다.

6개월 뒤 변화는 뚜렷했다. 회의에서 자발적인 제안이 늘고, 성과 공유 미팅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떠났던 직원이 복귀하기도 했다. 

성과보다 신뢰가 먼저 회복되자, 조직은 다시 속도를 냈다.

성장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정렬(Alignment)

15명에서 30명으로 가는 구간은 회사가 ‘조직’으로 변하는 첫 고비다. 이 시점의 리더십은 속도가 아니라 정렬의 문제다.

A기업은 가치 재정립 이후 직원 만족도가 35% 상승했고, 1년 내 퇴사율이 절반으로 줄었다.
반면, 제도만 강화한 경쟁사는 내부 갈등으로 2년 만에 해체됐다. 스타트업의 위기는 시장이 아니라 문화의 균열에서 시작된다.

리더가 전략보다 문화를, 성장보다 정렬을 선택할 때, 3~5년 차의 위기는 ‘성숙의 문턱’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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