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책을 만나다: 가인지경영

이 세상에는 두 가지 가치가 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이 중심이 된 가치관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이 중심인 가치관이다. 오늘날은 소비의 시대이다. 그래서 수많은 비즈니스는 "당신은 소중하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가져라. 당신이 가진 것이 바로 당신이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옷, 집, 차, 휴가, 맞춤 서비스 등 수많은 비즈니스가 "당신의 욕구를 채우라!"고 말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고 외치는 수많은 마케팅적 메시지 중에서 본질적 가치를 생각할 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고 외치는 수많은 마케팅적 메시지 중에서 본질적 가치를 생각할 때이다. [이미지=픽사베이]


1970년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자들은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의 상황을 설정해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실험을 했다. 이동하는 도중 각 학생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연출했다. 학생들이 길을 멈추어 그 사람을 돕는지, 혹은 어떤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기라도 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과연 어떤 학생들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실제로 도움을 주었을까. 결과는 흥미로웠따. 유의미한 차이는 학생들의 신앙생활이나 윤리의식, 혹은 인간관계나 성품이 아니라 다음 수업시간까지의 시간이 핵심 이유였다. 시간이 촉박했던 학생들은 길을 멈추고 다른 누군가를 돕느라 자신의 일을 망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선한 사마리인은 목적을 포기했기 때문에 사랑을 얻었다. [이미지=픽사베이]


성경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은 여행하던 중이었다. 혼자 여행한 것으로 보아 그의 여행은 아마도 비즈니스 여행이었을 것이다. 그는 강도 만난 사람을 돕기 위해서 출장 일정을 변경해야 했고, 고객과의 약속을 어겨야 했을 수도 있다. 오늘날로 치면 출장길에 만난 외국인을 위해 병원 응급실로 찾아가 가진 모든 환전한 현금을 다 주고 그것도 모자라 해외 신용카드까지 현지 병원에 맡겨 두고 급한 일정을 처리하러 간 경영자이다. 그에게는 출장의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목적을 포기했기 때문에 사랑을 얻었다.

릭 워렌의 『목적이 이끄는 삶』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이라는 기네스북에 올랐다. 하지만 목적이 이끄는 삶은 우리 주변의 이웃을 보지 못하게 한다. 목적은 단순한 삶의 고차원적인 의미를 찾게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랑의 필요에 둔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사는 경영자가 아니라 사랑이 이끄는 삶을 사는 경영자들이다. 우리의 삶은 목적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이끌어야 한다. 목적 중심의 조직이 아니라 사랑 중심의 조직이 되어야 한다. 목적 중심의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랑 중심의 비즈니스가 되어야 한다. 목적 중심의 사회가 아니라 사랑 중심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학교, 단체, 모임, 기관, 국가... 우리 주변의 모든 영역에서 목적이 아니라 사랑이 우리를 이끌어야 한다. 조직과 공동체의 유일한 정당성은 사랑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업과 비즈니스 세계에 사랑이 넘치고 그 물결이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게 하는 것이 경영자가 할 일이다. 비즈니스는 원래 그렇게 하려고 시작한 것이다.
 

일상의 속도가 빨라질 때 윤리는 사치가 된다. [이미지=픽사베이]


시장과 고객이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서 기존에 경영 모델들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보다 빠른 대응과 스피드로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힘들어진다. 하지만 일상의 속도가 빨라질 때 윤리는 사치가 된다. 우리 비즈니스의 본질적 목적인 '고객가치'의 정당성을 잃는다면, 중요하지 않은 것을 좇아 가다가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목적과 결과를 뒤바꾸지 말라!

물질적인 가치가 우리에게 행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삶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고 보다 많은 돈, 보다 많은 명예, 보다 많은 권력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일까? 인생 전체를 놓고 보지 않더라도 한 해를 돌아보면서 어떤 목표를 가졌는가 생각해 보라. 올해 목표의 대부분은 '무엇인가를 이루는 결과'에 초점이 맞춰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매출이 얼마가 되고, 수익이 얼마, 직원 수는 몇 명, 거래처는 몇 개 등등 이런 지표들을 정하다 보면 정작 우리가 왜 이런 목표를 가지고 달려가야 하는지 본질적인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아마추어는 열매를 보며 일하지만, 진짜 농부는 뿌리와 토양에 집중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스승이 지극히 '좋은 스승이 되는 것'을 추구하면 좋은 제자를 배출하는 것처럼, 경영자가 '바른 경영자가 되는 것'을 추구하면 당연히 '좋은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좋은 열매는 바른 나무에서 맺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에서 좋은 열매란 간단히 말하면 고객가치가 증가하고 직원이 성장하며 회사의 수익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의 열매가 선순환을 이룰 때 바른 경영이 가능해진다. 우리는 항상 열매에 관심이 있다. 아마추어 농사꾼은 열매를 보며 일한다. 하지만 진심어린 농사꾼은 열매를 보지 않고 뿌리와 토양에 집중한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숫자와 결과에 관심을 두지만, 거기로부터 시선을 돌려 바른 일을 하고 있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경영자로서 나는 바른 일을 하고 있는가? 우리의 영업부는 바른 일을 하고 있는가? 조직 내의 모든 부서와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에 책임자로서 바른 사람이 된다면 바른 열매는 반드시 열리게 되어 있다. 무엇을 이룰 것인가에 목적을 두고 일하는 사람보다 자신의 사명과 존재목적을 분명히 하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맞춘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패션계에 도전장을 내민 플러스 사이즈 전문 숙녀복 브랜드인 빌드Build는 바른 아름다움을 전하는 조직이 되고자 집중한 결과 오프라인 매장의 성공과 로열티 고객 증가라는 결과를 거두었다. 고객이 행복해하고 직원이 행복해하는 기업이 된다는 가치를 분명히 하고 맛에 집중한 (주)한만두식품은 올해 2배 성장의 기쁨을 거두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떤 사람들이 될 것인가이 집중한 결과이다. 어떤 성과를 낼 것인가에 그치지 않고 어떤 조직과 팀이 될 것인가를 질문해 보자.

 

글. 김경민 (가인지캠퍼스 대표)
*이 글은 『가인지경영』 (가인지북스 출판, 김경민 저)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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