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함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저는 호기심이 많습니다. "왜 이럴까?"라는 질문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습니다. "컵은 왜 항상 세워 둬야 할까?" "사이다병은 왜 중간이 오목할까?" 이런 호기심이 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창시절엔 친구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고 선생님도 괴짜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엉뚱함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모든 것들을 밝게 보는 힘이 되고, 슬픈 것도 기쁘게 합니다. 어떤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길을 가다가 어떤 사람이 발을 밟으면 보통 아야! 하면서 화를 내지만, 어떤 사람은 발을 밟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결혼에 골인하기도 합니다. 엉뚱함은  창의성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발명, 발견, 인용, 그리고 융합(호기심), 그리고 A와 B의 퓨전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저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 꿈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개그맨이었습니다. 그리고 MBC 공채 2기 개그맨에 도전했습니다. 시원하게 떨어졌습니다.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당시 시험을 보러 가서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긴장되고 떨리고 지금도 여러분 앞에서 서있는 것도 이렇게 떨리는데 당시에 어떻게 도전했나 싶습니다. 이런 태도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지금도 직원들을 대할 때 그리고 직원들이 저를 대할 때 굉장히 편하게 대합니다. 역효과가 나기도 하지만, 직원들과 원활한 소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항상 연공서열이 있습니다. 대학교를 진학해야 합니다. 저도 4년제 대학을 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전문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대로 저는 개그맨이나 연예인이 되고 싶던 사람이었는데, 컴퓨터 바이러스에 미친 적이 있습니다. 전시회 전에 바이러스 때문에 행사자료를 다 날렸다가 복구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에 밤새워 컴퓨터를 붙잡고 복구하고 전시회에 도전하면서 바이러스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에 사로잡혀 컴퓨터 바이러스에 미쳤습니다.

그렇게 바이러스에 미쳐있던 중 정부연구출연기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학원에서 저를 불렀습니다. 알고 보니 학원이 아니라 정부기관이었고 국가적으로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 건데 함께 하자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그들이 제 학교가 서울대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정부연구출연기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컴퓨터 바이러스 분석은 컴퓨터 기계어를 하나하나 분석하여 치료하는 것입니다. 남이 만든 프로그램을 분석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지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재미있어서 분석하다 보면 일주일에 두 개씩 바이러스를 분석해 제출하면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분이 좋아서 당시에 나름 어렵다고 소문이 난 바이러스를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분석하지 않았던 것이었고, 세계 최초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방금도 말씀드렸듯이 한국에는 연공서열이 있습니다. 이 한계를 넘기가 어려웠습니다. 회사 내에서 어떤 연고로 들어왔는지 실력을 의심하고 백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매출 고민도 없고 쉬는 시간도 많다 보니 게을러졌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상사에게 넌 이 회사에 어울리지 않는다 학벌을 뛰어넘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계기로 회사를 나와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창업은 다 지방대 학생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배경도 없고, 자금도 없고, 잘 나가는 선배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했는데, 이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그냥 내가 있는 위치에서부터 시작하면 되었습니다.

여러분 CIH 바이러스 기억하십니까? 1999년 4월 26일에 작동하는 바이러스로 컴퓨터 데이터가 모두 날아가는 바이러스였습니다. 저희가 사전에 이 바이러스를 발견해 컴퓨터 날짜를 바꿔야 한다고 많은 언론에 이야기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4월 26일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많은 곳으로부터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세계 최초로 백신을 개발했습니다. 이것을 산 곳은 피자헛 한 군데였고, 그곳은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주문이 쇄도했습니다. 그런데 오해가 발생했습니다. 백신을 만든 제작자가 바이러스를 만들어 뿌렸다는 오해였습니다. 경찰에서까지 조사가 나왔지만 결국 바이러스 개발은 중국인이라는 발표가 나와 오해가 풀렸습니다.

2001년 말 특이한 형태의 바이러스가 있었습니다. 이것도 해결했더니 세계 최초가 되었고,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왔습니다.

2003년 1월 25일, 인터넷 대란이 발생합니다. 이것도 저희가 복구했습니다. MS에서 저희 기술을 사겠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첫마디가 "너희 얼마니?" 였습니다. 당시 저희 회사가 상장되어 있었고 MS에서 저희 회사를 인수하려고 저를 미국으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기술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엉겁결에 말했는데, 그 뒤 계약이 파기되고 저희 기술을 가진 윈도우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왔습니다.

지인의 사기로 모든 것을 잃게 되고 2005년 3월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심지어 직원들 마저 손가락질하기 시작했습니다. 단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어 학교 그러니까 교도소에 갔습니다. 그리고 잊혔습니다.

대한민국은   실패하면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다시 일어날  없다고 여겨집니다이런 생각을 깨고 싶었습니다.

여러분 혹시 허락받은 해킹에 대해 들어 보셨습니까? 저는 제 실패를 호기심으로 바라보며 "화이트 해커"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했습니다. 해킹을 나쁜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와 비밀 계약을 맺어 보안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고 솔루션을 만들어 주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약사와 의사의 차이를 아십니까약사에게 약을 사러 갑니다. 제가 돈을 갖고 있으니 제가 갑입니다. 약을 사면 갑과 을의 관계는 끝입니다. 의사는 다릅니다. 진단을 받습니다. 진단 후에는 환자가 의사에게 고쳐달라고 말하는 갑, 을의 관계가 역전됩니다. 갑이 항상 갑이 아니라는 말입니다국가 기관도 바이러스 의사에게 돈을 내지만 치료받기 위해서 쩔쩔매게 됩니다.

갑, 을이 백지장 차이인 것처럼 성공과 실패도 백지장 한 장 차이입니다. 다른 방법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컴퓨터 보안의 세계에서는 강력하게 사용되고, 바로 세계 최초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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