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모든 활동이 집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늘어난 자율성… '의지박약'은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야
'돈으로 의지를 사세요' 함께 참여금을 걸고 건강한 루틴을 도전하는 어플 '챌린저스', 출시 1년 반만에 60만 다운로드, 챌린지 100만 건 등록 달성

이제 자신의 일상을 스스로 설계해야 하는 시대다. 학창 시절에 야간 자율학습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요즘 우리 사회 전반의 자율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난 후 거의 모든 학생들이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교실에 남아 공부해야 했던 야간 자율학습은 참으로 '자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제도였다.

하지만 교과과정이 바뀌면서 이런 강압적인 자율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요즘 학생들은 오후 3~4시만 되면 교문을 나선다. 그 이후에는 학원을 가든 독서실을 가든 각자의 계획을 따른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자율성이 높아지는 추세에 박차를 가했다. 집에서 비대면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학기 중과 방학을 구분하기 어렵다. 온라인 웹사이트에 업로드된 '녹강(녹화된 강의)'을 주어진 기간 내에 듣기만 하면 될 뿐, 꼭 몇 시 몇 분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재택근무하는 직장인들 역시 평일과 주말의 차이를 실감하지 못한다. 그날그날 해야하는 업무량만 채울 수 있으면, 9시에 출근을 하든 10시에 출근하든 크게 상관없다. 이러한 환경은 생활의 자유도를 높였다. 스스로 모든 것을 계획하고 그 안에서 성과를 보이기만 하면 된다. 정해진 시간에 등교하고 하교하고, 출근하고 퇴근하는 등의 규칙적인 패턴이 불필요해진 것이다.

외부에서 주어진 타율적 계획표가 아닌, 스스로 세운 자율적 계획표에 따라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에게 '의지박약'은 더 이상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공동의 문제가 됐다. 이제 현대인들은 갑작스레 찾아온 자유 앞에서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일과를 지켜나가야 한다. 

평범한 일상을 바람직한 행동으로 채워나가는 루틴이로의 변신은 누구나 희망하는 일이지만, 매일 꾸준히 루틴을 실천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관건은 "어떻게 하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나갈 것인가?"다.

바른생활 루틴이들의 목표는 거창하고 거시적인 것이 아닌, 매일매일 '오늘의 작은 목표 하나'를 달성해내는 것이다. 출처: The JoongAng
바른생활 루틴이들의 목표는 거창하고 거시적인 것이 아닌, 매일매일 '오늘의 작은 목표 하나'를 달성해내는 것이다. 출처: The JoongAng

루틴이들이 바른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을 
① 목표에 나를 꽁꽁 묶어 루틴을 실천할 수밖에 없도록 배수의 진을 치는 '자기 묶기'
② 일상 속 루틴 실천을 독려하며 나와 함께 뛰어주는 페이스메이커를 찾는 '도장 받기'
③ 루틴의 결과를 성과로 평가하기 보다는 루틴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되돌아보기'
로 나누어 살펴보자.

1. 목표에 나를 꽁꽁 묶어라, '자기 묶기'

루틴을 일상화하기 위해 바른생활 루틴이들이 사용하는 첫 번째 방법은 스스로 루틴을 실천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처하도록 강제하는 자기 구속 전략, '셀프바인딩self-binding' 혹은 '자기 묶기'다. 셀프 바인딩은 보통 특정 행동에 중독되어 있을 때, 나와 중독 행동 사이에 장애물을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을 구속하는 전략을 뜻한다. 부정적 행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다. 긍정적인 행동을 독려하는 루틴이들은 이러한 '자기 묶기'를 역으로 적용한다. 루틴을 실천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제하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다.

자기 묶기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매개체는 바로 '돈'이다. 돈을 미끼로 일상 루틴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돈money기부여' 전략이라 부를 수 있다. 돈기부여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챌린저스'라는 어플이 있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참가비를 지불하고 정해진 기간 함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인증하는 어플이다.

'챌린저스' 어플을 만든 화이트큐브의 최혁준 대표. 어플 출시 1년 반만에 6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어플출처: 카카오TV
'챌린저스' 어플을 만든 화이트큐브의 최혁준 대표. 어플 출시 1년 반만에 6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어플출처: 카카오TV

예를 들어 '주3회, 하루에 30분 이상 걷거나 뛰기'라는 목표를 가진 방에 들어갔다 치자. 참가자는 처음 시작할 때 일정 참가비를 지불한다. 참가 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러닝 어플 캡쳐 등 정해진 방법으로 자신이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을 인증한다. 목표 100% 달성시 참가비와 보상을, 85% 이상 달성시 참가비를 돌려받는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운동, 공부 외에도 '하루 한 번 하늘 보기', ;주 1회 부모님에 전화 드리기' 등 다양한 주제의 챌린지가 있다. 어플 안에서 챌린지에 이미 참여한 사람들의 리뷰를 볼 수도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작은 동기부여를 발판 삼아 조금 더 나은 삶, 더 규칙적인 삶을 살 수 있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 일상에도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해, '도장 받기'

바른생활 루틴이들이 사용하는 두 번째 방법은 바로 조력자를 찾는 것이다. 선생님이 감시할 땐 왠지 공부에 집중이 잘 되고, 부장님이 옆에서 지켜볼 때 보고서를 쓰는 척이라도 하는 것처럼 타인이 나의 루틴을 지켜보며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는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 이를 '도장 받기stamping' 혹은 '타인스탬프他人stamp'라고 부를 수 있다.

매일 루틴을 실행할 의지를 다지기 위한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하다. 출처: 영화 '페이스메이커'
매일 루틴을 실행할 의지를 다지기 위한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하다. 출처: 영화 '페이스메이커'

원격수업 환경 아래 자기주도적 학습을 수행해야하는 학생들은 온라인의 특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공부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서로의 모습이 보이는 영상통화를 켜두고 화면 속 친구의 열공하는 모습을 보며 감시 아닌 감시를 수행하는 일종의 '스터디 위드 미'study with me' 전략이다.

2021년 8월, 부산서중학교는 재학생 중 총 58명의 희망자를 받아 여름방학 기간 동안 독특한 자기주도학습을 수행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참여 학생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총 5교시 동안 자율적인 학습 계획을 세운다. 학생들이 집에서 각자의 시간표대로 공부하는 동안, 학교 교실에서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본인이 담당한 7~8명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노트북이나 태블릿PC 화면으로 지켜본다. 한 팀을 이룬 다른 친구들의 열공 모습은 물론, 나를 지켜보는 대학생의 눈이 학생들로 하여금 공부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실시간 영상 통화 어플을 사용하여 공부하는 상황을 공유하는 모습
실시간 영상 통화 어플을 사용하여 공부하는 상황을 공유하는 모습

익명의 타인들과 서로의 성취를 자극하도록 지원하는 앱도 인기다. '열품타(열정을 품은 타이머)' 앱은 코로나19로 독서실, 도서관 등 외부 시설을 이요하지 못하고 집에서 혼자 공부해야 하는 '혼공족'을 타깃으로 한 가상 독서실이다.

열품타에서는 특정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그룹방을 만들 수 있다. 성균관대, 고려대, 중앙대 등 각 대학교 재학생들이 만든 스터디 그룹부터, CPA, 행정고시 등 각종 고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부하는 그룹까지 다양하다. 같은 그룹에 속하면, 어떤 이용자가 현재 공부 중인지, 휴식 중인지, 오늘 하루 누적 몇 시간 째 공부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룹은 최대 50명까지 참여할 수 있는데, 자리만 차지한 채 일주일동안 10시간 이상 공부하지 않거나 3일 연속 출석하지 않으면 '강퇴(강제 퇴장)' 시키는 등 그룹마다 규칙을 정할 수도 있다. 같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끼리 실시간 랭킹을 보며 순위 경쟁을 할 수도 있어 혼공족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
 
3.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라, '되돌아보기'

바른생활 루틴이가 되기 위한 마지막 전략은 나의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는 '되돌아보기'다. 루틴의 결과를 성공과 실패로 재단하지 않는 것이다. 매번 운동 루틴을 수행할 때마다 이 루틴으로 '살을 몇 킬로그램 빼야지'라거나 '점수를 몇 점 올려야지'라며 스스로를 압박한다면 이는 스트레스로 연결되어 종국에는 그 루틴 자체에 대한 열의가 식어버릴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운동하는 순간이 얼마나 재미있고 신나는가"이다. 운동하는 순간을 즐긴다면 좋은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별것 아닌 일상에서 의미를 찾고 자신을 칭찬해주는 '셀프 토닥임'도 되돌아보기의 핵심 가치다.

SK텔레콤은 사내 앱 'IM HAPPY'를 통해 사내 직원들 중 30대 여성의 행복수준이 가장 낮다는 것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했다. 출처: SK텔레콤
SK텔레콤은 사내 앱 'IM HAPPY'를 통해 사내 직원들 중 30대 여성의 행복수준이 가장 낮다는 것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했다. 출처: SK텔레콤

일상을 중시하는 되돌아보기를 응용해 직원 복지를 향상시키고자 노력하는 기업도 있다. SK텔레콤은 직원 스스로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고 자신의 일상을 점검하는 사내 앱 'IM HAPPY'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오늘 하루 기분은 어땠는지를 짧은 텍스트나 스티커 등으로 간단히 표시하고 순간의 행복을 점수로 기록한다. 이 점수를 토대로 나의 평균 기분과 행복 수준 등을 분석한 '행복 리포트'도 매월 받아볼 수 있다. 수집된 행복 데이터는 직원들이 행복한 기업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활용된다.

20202년 8월, 앱 출시 이후 약 네 달 간 구성원들이 입력한 10만여 개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0대 여성'의 행복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SK텔레콤은 그 이유가 일과 가정의 양립에서 오는 어려움 때문이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안했다. 워킹맘, 워킹대디를 대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육아 전문가로도 유명한 오은영 박사의 온라인 강연을 진행하는가 하면, 매달 셋째 주 금요일에 전 구성원이 휴식을 취하는 'Happy Friday' 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바른생활 루틴이 트렌드의 인사·조직 관리 적용

기업의 입장에서 임직원은 내부의 고객이다. 따라서 바른생활 루틴이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인사/조직 관리에도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OKR 평가방식 역시기존의  KPI보다 자율적인 루틴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OKR은 인텔에서 시작되어 구글을 거쳐 실리콘밸리 전체로 확대된 성과 관리 기법으로, 조직적 차원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결과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한다. 특이한 점은 목표를 설정할 때 양적 기준과 질적 기준을 함께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마케터는 "SNS 팔로워 1만 명 늘리기"만을 목표로 삼는 게 아니라 "화장품 업계의 변종이 되자"처럼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정성적 목표도 설정한다. 직원들의 업무를 객관적 수치로만 평가하기보다는 그 자체로도 유의미한 성과로 인정하는 것이다.

↓ ↓ 사례뉴스 OKR 관련 기사 ↓ ↓

https://bit.ly/3qrU8mZ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사람들은 늘어난 자유 속에서 무작정 방종하지 않는다. 스스로 루틴을 만들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타인의 개입을 불러들임으로써 자기 자신을 관리해나가고 있다. "삶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다"라는 말처럼, 갑자기 주어진 자율적 삶에 대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고자하는 개인, 기업이 다음 시대의 방향키를 쥘 수 있다.

 

 

출처: 2022 트렌드 코리아

가인지컨설팅그룹, 제6회 경영전략 컨퍼런스 12월 3일 개최

https://bit.ly/3qrU8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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