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올해의 고용주’ 요스 드 블록이 말하는 조직 관리의 비결
“관리는 헛소리다.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하도록 내버려두어라”

조직 관리는 기업경영에 있어 최고경영자들의 가장 큰 고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더십의 유형에 따라 생산성이 좌우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기업의 성패가 갈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어떤 유형의 리더십이 필요하며 경영자는 조직원을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 가정건강돌보미 조직 뷔르트조르흐(Buurtzorg)를 설립하고 네덜란드에서 올해의 고용주로 5번이나 선정되기도 하였던 요스 드 블록(Jos de Blok)이 말하는 조직관리의 비법을 살펴보자.

경영학의 일반적인 조직관리 이론들은 관리자들이 조직 구성원들에게 올바른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강조한다.

즉 기업의 경영자는 사원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보너스도 종종 지급해야 하고 정부의 관리들은 무직자들이 다시금 구직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실업수당을 ‘조건부’로 제공해야 하며, 학교의 교사들은 학생들이 더 열심히 학업에 임하도록 F학점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근과 채찍’이라는 인센티브를 통해서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는 사고는 기본적으로 ‘인간은 천성적으로 탐욕스럽다’는 영국의 정치철학가 토마스 홉스의 사상에서 비롯되었으며 근대에 등장한 경영학, 경제학 역시 홉스를 기반하고 있다.

자연상태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보았던 홉스는 인간의 자유를 통제할 수 있는 절대군주 리바이어던(Leviathan)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출처: 나무위키) 
자연상태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보았던 홉스는 인간의 자유를 통제할 수 있는 절대군주 리바이어던(Leviathan)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출처: 나무위키) 

하지만 요스 드 블록은 홉스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경영 교육을 받지도 않고 학위도 없는 드 블록이지만 그는 개인은 ‘자신의 업무가 어떻게 수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내재적 동기를 가지고 있는 전문직이자 전문가’라 믿는다.

드 블록에 따르면 관리 자체를 없애도 업무 수행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으며 심지어 훨씬 더 좋아지기까지 한다. 과거 네덜란드 대형 의료기관에서 이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드 블록은 결국 다니고 있던 직장의 관리직을 포기하였다.

거대한 관료주의적 시스템이 아닌, 소규모의 팀에서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가정건강돌보미 조직 뷔르트조르흐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뷔르트조르흐의 창업자 요스 드 블록(Jos de Blok).  무정부주의자이자 히피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하지만 그는 스티븐 호킹, 프린시스 크릭 등 위대한 혁신가들에게만 수여되는 런던 왕립예술협회 앨버트 메달 수상자이며 네덜란드 올해의 고용주에 5회나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출처: www.josdeblok.com/biography)
뷔르트조르흐의 창업자 요스 드 블록(Jos de Blok).  무정부주의자이자 히피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하지만 그는 스티븐 호킹, 프린시스 크릭 등 위대한 혁신가들에게만 수여되는 런던 왕립예술협회 앨버트 메달 수상자이며 네덜란드 올해의 고용주에 5회나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출처: www.josdeblok.com/biography)

뷔르트조르흐는 네덜란드 동부 변두리의 작은 도시에서 네 명의 간호사로 구성된 팀으로 시작했으나 10년 만에 전국적으로 800개 이상의 팀이 활동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뷔트르조르흐를 차별화하는 것은 해당 조직이 무엇인가가 아닌, 무엇이 아닌가에 있다.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이 기업은 관리자도 콜센터도, 심지어 기획자도 없다. 목표나 보너스가 없는 것은 당연하며, 회의에 소요되는 시간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기업은 12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팀은 엄청난 자율성을 가진다. 각 팀은 스스로 일정으로 계획하고 동료를 고용한다.

본사는 기업의 재정적 측면과 개별 팀들이 난관에 봉착할 경우 간단한 코칭을 제공하는 데에 그 역할이 국한된다.

인사팀이 없는 이 기업은 5회에 걸쳐 네덜란드 ‘최고의 고용주’로 선정되었다. 마케팅 부서조차 없는 이 기업은 ‘돌봄 분야 최고의 마케팅’상을 수상했다.

직원과 고객의 만족도는 매우 높고 매년 수십명의 인재들은 이 기업에 입사하기를 꿈꾼다. 조직의 성장은 멈춤이 없고, 성장할수록 더 많은 자유와 임금을 제공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관리방법이 세분화되고 복잡화되는 일반적 조직과 달리 뷔르트조르흐는 규모가 비대해질수록 관리 자체를 포기한다. 

"내 경험에 따르면 대체로 관리자들은 아이디어가 거의 없다. 그들은 '높은 성과 리더십' 과정을 수강한 뒤 갑자기 자신이 대단한 혁신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요스 드 블록의 철학은 스스로 하고 싶어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보다 더 강력한 것은 없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사진출처: 뷔르트조르흐 홈페이지)
"내 경험에 따르면 대체로 관리자들은 아이디어가 거의 없다. 그들은 '높은 성과 리더십' 과정을 수강한 뒤 갑자기 자신이 대단한 혁신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요스 드 블록의 철학은 스스로 하고 싶어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보다 더 강력한 것은 없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사진출처: 뷔르트조르흐 홈페이지)

‘관리하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관리자’ 드 블록의 철학은 명확하다. 홉스의 철학과 달리, 인간을 긍정하는 사고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드 블록에 따르면 인간은 관리가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조직 관리의 본질은 상사가 사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각 개인이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지에 있다.

이러한 관점은 수익이나 생산성이 아닌 기술과 역량을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은 자연스레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더라도 실제 적용하는 이들은 드물다. 고통스러울 수 있는 사고의 혁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인간 본성에 회의를 가지는 철학 위에 세워진 오늘날의 많은 학문 체계와 세계관은 관리를 포기하라는 외침에 위배된다.

아마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무의식 어딘가에는 인간 본능에 대한 회의가 막연하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과연 통제 받지 않는 인간이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인가? 관리자의 수를 줄이면 오히려 생산성이 하락하지 않을까?

기업 생산성 향상의 비결이 진짜 궁금한가? 알더라도 이를 실천할 용기와 도전정신이 있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고 살아왔던 생각의 구조를 완전히 버려야할지도 모른다.

혁신 기업들의 철학을 앎에도, 서슴없이 실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위험한 모험을 시작할지 말지, 선택은 오로지 당신의 몫이다. 

*본 기사는 뤼트허르 브레흐만 저 『휴먼카인드』(2021, 인플루엔셜)를 부분 발췌하여 작성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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