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그냥 번화가도 안된다. "힙한" 곳에서 놀아야 잘 놀았다고 소문이 난다!
2020년대 들어 힙하다고 사람들이 형용하는 장소의 공통점을 모아 정리해봤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을 것이다. 2020년대를 대변하는 키워드는 비대면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만난다 하더라도 온라인을 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언제까지 집에만 머물고 있을 수는 없는 법. 빈도는 줄이되 최소한의 사회활동은 유지해야 한다.

그럼 만날 장소를 정해야 한다. 놀고 할 거리가 많은 장소를 택해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많아야 한다. SNS의 대중화로 인해 자신의 모습을 이쁘고 멋있게 보이게 하려는 욕망이 증가한다.

이는 사진 찍기 좋은 배경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곧 “힙한” 장소들의 도래로 이어진다. 단순히 재밌게 노는 걸 넘어서 장소에 고유한 분위기와 감성이 깃들어야 한다. 특별함과 차별화가 국내 요식업, 관광 산업 등에 있어 중요한 속성으로 자리매김했다.

대충 이런 느낌을 힙하다고 말하는 듯 하다. (사진출처: 레드벨벳 슬기 공식 인스타그램)
대충 이런 느낌을 힙하다고 말하는 듯 하다. (사진출처: 레드벨벳 슬기 공식 인스타그램)

특정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각 번화가에 대한 수요 조사를 통해 현 경향의 추세를 알아낼 수 있다. 이는 여러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과장을 보태자면 개인과 기업의 부동산 투자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다.

힙한 장소들이 모여 있는 동네들이 존재한다. 당장 몇 군데 생각날 것이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검색 결과 50만개 이상의 게시글이 존재하는 서울 내 구역들을 다음과 같이 선정해 보았다. 오래 전부터 유동인구가 많거나 부촌으로 인식된 홍대, 혜화, 명동, 건대, 여의도, 강남, 압구정, 잠실, 삼성동 등은 제외했다.

서울 지도. 서울은 좁고 갈 곳은 많다.
서울 지도. 서울은 좁고 갈 곳은 많다.

합정동, 상수동, 망원동, 연남동, 삼청동, 익선동, 서촌, 을지로, 해방촌, 이태원, 한남동, 성수동, 서울숲.

모두 ‘’힙한 동네’’ 하면 당연하게 생각나는 곳들이다. 이들을 분석하여 공통적인 특징을 도출했고, 나름대로의 힙한 동네가 만들어지는 규칙을 정리해봤다.

규칙을 설명하기에 앞서 맨 먼저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나열한 순서대로 언급했을 때 합정동~연남동, 삼청동~을지로, 해방촌~한남동, 성수동~서울숲은 서로 비슷한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이들을 각각 마포권역, 종로권역(을지로는 중구 소재지이나 이에 포함), 용산권역, 성동권역으로 통칭한다.

1. 근처에 대학이 여럿 있다.

제일 쉽게 보이는 특징이다. 근처에 대학이 많다. 마포권역은 말할 것도 없다. 제일 유명한 대학가다.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홍익대, 명지대 등 대표적인 대학촌이다. 종로권역은 서울대(연건캠퍼스), 성균관대, 한성대, 덕성여대, 용산권역은 동국대, 숙명여대, 숭의여대, 성동권역은 한양대, 건국대, 세종대 등이 있다.

대학 근처 사업장은 예전부터 인기가 많았다. 당연하다. 20대의 시선을 끌기 쉽기 때문이다. 일단 제일 활동적인 연령층이다. 놀기 좋아하는 대학생들이 제일 먼저 택하는 곳은 익숙한 대학가일 것이다. 디지털화된 사회에 적응도 가장 빨라 전파성도 크다. 입소문을 통해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등극하기 쉽다는 뜻이다.

마포권역 대학가의 상징 중 하나인 일명 "신촌 빨잠".
마포권역 대학가의 상징 중 하나인 일명 "신촌 빨잠".

2. 접근성이 좋다.

도로 사정과 대중교통 환경 모두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다. 도로 체계부터 살펴보면 네 권역 모두 강변북로와 인접해 있다. 그나마 먼 종로권역도 차로 10분 거리이다. 한강 이남에서도 부담 없이 방문하기 좋다. 마포권역과 성동권역은 외곽으로 조금만 진출하면 각각 인천ㆍ부천, 구리ㆍ남양주를 바라볼 수 있다. 영향권이 매우 넓다.

삼국 시대부터 괜히 한강에 집착하던 게 아니다.
삼국 시대부터 괜히 한강에 집착하던 게 아니다.

대중교통 환경은 말할 것도 없다. 모든 권역이 2호선과 직ㆍ간접적으로 붙어 있다. 이외에도 마포, 용산권역은 6호선, 종로권역은 1ㆍ3ㆍ5호선, 성동권역은 분당선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즉 20대를 제외한 타 연령층의 관심을 끌기도 용이하다. 이들은 주로 20대와 같이 SNS의 영향을 받거나 입소문을 듣고 가족 혹은 지인 단위로 방문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접근하기 어려우면 왠지 모르게 가기 싫어진다. 아무리 멋있고 힙하고 별의별 수식어를 다 붙여도 가기 귀찮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3. 아기자기하다.

아기자기하다는 건 2가지 속성을 의미한다. 먼저 높지 않다. 고층의 건물과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증권가나 신도시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야경이 아름다울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멋진 경관을 만들어낸다고 말하는 이는 찾기 드물다. 상술한 지역들은 10층 이상의 건물 분포가 거의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매우 적어 오히려 차별점을 만들어 주는 모습이다.

그리고 포커스를 분산한다. 쉽게 말하면 만남과 나들이, 식사 등 여러 일정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복합 문화센터가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놀면서까지 고생하기 싫어한다. 가능하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주말마다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 등에 사람이 모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힙한 동네들은 이게 없다. 가 볼만한 장소들은 골목 안에 숨어 있다. 직접 찾아서 와야 한다. 인터넷 덕분에 더 이상 오프라인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되면 가시성이 떨어져 나만 알고 싶어하는 힙스터들의 바램을 충족한다. 또한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공원을 제외하면 마땅히 없다. 이용자들의 시선을 여러 군데로 분산하여 전체적인 상생을 도모한다. 모두에게 있어 장기적으로 좋은 현상이다.

약 1년 전 개장한 더현대서울. 이런 곳을 두고 다른 장소를 찾기는 힘들다.
약 1년 전 개장한 더현대서울. 이런 곳을 두고 다른 장소를 찾기는 힘들다.

4. 확실한 정체성이 있다.

차별화와 관련되어 있다. 서울의 웬만한 번화가는 이제 너무 커다랗다. 전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평범함에 이미 질렸다. 이미 서론에 언급했지만, 같은 음식을 팔아도 인테리어나 주변 경관이 달라야 하고 특유의 감성이 있어야 한다. 감성, 정의하기는 힘든데 요즘에는 정말 중요하다.

네 권역들은 모두 자신만의 뚜렷한 스토리와 성장동기를 가지고 있다. 마포권역은 2000년대 초반부터 홍대를 위시로 하여 반문화 성장의 중심지로 자리잡는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락, 그 이후에는 힙합 음악 등 예술적 색채가 강하여 아직까지도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가 교통 여건의 나아짐과 더불어 합정동, 상수동 등의 타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현재의 마포권역이 만들어진다.

종로권역은 수백 년 전부터 인파가 끊이지 않았다. 문화재, 구시가지 등이 모두 위치한다. 그래서인지 이전까지는 올드하다, 직장인들 밖에 없다는 평이 많았다. 올드함을 젊은 층들의 입맛과 결합하여 새로운 볼 거리를 표상한다.

용산권역은 용산 미군 기지와 관련 있다. 근처에 미군 기지가 있는 탓에 우리나라 보다는 서양의 분위기를 풍겼다. 2000년대 까지는 외국인들이 노는 곳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었는데, 2010년대 초ㆍ중반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새 국면을 맞이한다. 근처의 한남동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곳이다. 이태원의 이국적인 면모와 한남동의 부유한 분위기가 합쳐져 차별화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용산권역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용산공원. 그들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대변한다. 공원이기 때문에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용산권역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용산공원. 그들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대변한다. 공원이기 때문에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마지막 성동권역은 제일 최근에 성장한 사례다. 원래 여기는 공장촌이었다. 생활 수준도 평균 이하였다. 2010년대 중반부터 여러 벤처기업의 입주와 함께 문화 공간이 조성된다.

다른 점은 이전 공장단지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개조해 분위기를 유지한다. 성동권역은 80~90년대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레트로라는 현 트렌드와 합쳐져 더 큰 시너지를 낸다. 최근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된 기존 번화가에서 벗어나 많은 자영업자들이 이 쪽으로 진출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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