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업은 무엇을 먼저 집중해야 할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어려운 문제다. 장사나 사업도 비슷하다. 매출이 먼저냐 마진이 먼저냐는 사업자들에게 늘 숙제다. 처음 사업을 시작해서 마진부터 챙기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업력이 오래된 사업자가 마진도 별로 없이 매출만 올려서는 성장이 안된다. 과연 무엇이 중요할까?

이는 어느 게 중요한가의 '가치'보다는 어느 걸 먼저 집중할지의 '순서'의 문제다.

기업을 상대로 사업을 한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처음 사업자를 내고 영업을 할 때는 모든 게 신기했다. 신기한 정도가 아니라 매사에 감사했다. 작은 부품 하나라도 견적문의를 해오는 고객사 담당자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마진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일단 파는 게 우선이라 팔릴만한 단가를 책정했다. 그러다 보니 창업 후 생각보다 빠르게 목표했던 매출에 도달했다. 왠지 성공이 눈앞에 금세 올 것 같았다.

​얼마 후 직장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게 되자 경영대학원을 들어갔다. 업그레이드된 비즈니스 인맥을 만들고 경영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 대학원 수강으로 인해 근무시간과 퇴근 후 육아를 돕는 일에 지장을 주다 보니 다니기가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업 초반이라 매출이 꾸준히 유지되지 않아서 경제적으로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결국 한 학기 만에 관두게 되었다. 심지어 들쭉날쭉한 매출에 애로가 생기니 직장을 괜히 나왔나 싶기도 했다.

하던 일을 다시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때는 사업 초반이라 먼저 매출을 끌어올린 후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했는데 한두 번의 큰 성과로 바람이 먼저 들었다. 이는 평균이 될 수 없었다. 매출은 업종, 상품, 자본, 근무인원, 거래처 수에 따라 달라진다. 일단 자신이 하는 사업의 적정 매출에 도달해야만 의미 있는 통계가 나온다. 사업은 경기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지만 이와 무관하게 꾸준한 매출을 일으켜야 한다. 따라서 창업 후 일정 기간은 매출 신장이 최우선이다.

매출과 마진은 항시 연동되지만 사업 초반에는 매출을 먼저 키우는 게 1인 기업의 지속적인 생존에 유리하다. 거래처 수가 케어할 수 있는 범위까지는 먼저 늘려놔야 매출이 일정해진다. A가 잘 안되면 B에서 나오고 B가 안되기 시작하면 C에서 보충하는 셈이다. 그러다 다 같이 잘 되는 달에는 기록적인 매출이 나오기도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선 선행돼야 하는 게 '적정 매출 도달'이다.

일단 고객사가 많아야 기회가 온다

대학원을 그만두고선 거래처 확보에 치중했다. 영업을 할 때도 그냥 하지 않고 업종별로 카테고리를 나눠서 전략을 세웠다. 예를 들어 대학을 고객사로 만들고 싶을 땐 대학 구매 관계자들을 집중적으로 만나 나를 통해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설명했다.

한 다리 건너니 웬만한 대학 담당자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학교 단위에서도 구매를 하지만 교수들도 과제 수행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기 시작해서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IT기업을 만날 때는 기존 업체 중 인지도 있는 회사와의 거래실적을 앞세워 동종 업종간의 유사성을 강조했다. IT 장비는 개발자들의 비교의 대상이다.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업체 간 장비 경쟁도 은근히 일어난다.

물리적인 한계도 벗어나야 한다

서울/경기권에 고객사가 몰려있는데 한 번은 강원도의 기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원래 알던 거래처의 담당이 강원도 업체로 이직을 하면서 나를 불렀다. 그 업체의 팀원들과 미팅을 가졌고 서울권 업체와 차이 없이 서포트할 것을 약속했다.

원주 기업도시에 위치했기에 사무실에서 차로 한 시간 조금 넘는 거리였다. 서울, 경기권도 그 이상 걸리는 고객사도 있기에 거리상으론 크게 부담이 안됐다. 하지만 강원도 업체들은 수도권만큼 서포트를 해주는 업체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 점이 유효했다(사실 대부분 택배로 가니 부담도 크지 않다)

​미팅 이후 거래가 늘어나더니 심지어 소개에 소개를 타고 강원도에만 고객사가 4군데로 늘게 되었다. 강원도 소재 기업 구매/전산 담당자들끼리의 모임에서 정보가 공유되어 업체 추천이 된 상황이었다. 소개의 힘은 실로 놀랍다. 강원도라는 다소 낯선 지역의 담당자들에게 영업 없이 추천만으로 거래처가 새롭게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MRO(기업 소모성 자재) 납품도 병행했다

대부분은 앤드유저인 기업체에 직납을 했지만 MRO 사이트에 협력업체로 대기업이나 공기업에도 납품을 하게 되었다. 처음 시작한 K MRO에 납품을 하다 보니 S MRO 담당자가 불렀다. 업계에 우리가 알려져 있으니 자기네 사이트에도 납품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초창기 스타벅스가 한창 매장을 늘릴 때 꽤 많은 지점에 가전을 납품하게 되었다. 그러다 지금은 없어진 H MRO에서도 정책사업의 일환으로 자재 공급을 문의해왔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앤드유저가 아닌 MRO 매출만으로도 바쁘게 되었다. 당시에 일이 급속도로 늘어나다 보니 고객사 직납과 MRO 납품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고민할 정도였다.

사업 초반의 불안한 매출이 '거래처 수'가 확보되면서 비로소 안정이 되었다.

신기하게 매월 사정이 다를 텐데도 평균 매출이 나온다.

이로 인해 드디어 '마진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요식업이나 제조업, 유통, 기술 개발 등 업종마다 적정 마진이란 게 있다. 자신의 카테고리 안에서 인정되는 적정 마진율이 있다. 많이 버는 건 모두의 꿈이지만 독점적인 상품이 아니고 부가가치가 높지 않을 경우 무턱대고 마진을 붙일 수가 없다.

시장은 경쟁구도라 그렇게 장사/사업을 하다간 바로 도태된다. 그래서 시장의 적정 마진을 파악하고 거래처의 성격/상황에 따라 마진율을 달리 책정하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업체마다 10~30%의 마진율 차이를 보인다. 단순 가격의 차이라기보다는 +서포트의 차이다.

A급 거래처- 높은 마진을 인정해 준다.. 주요 거래처로 가장 우선으로 서포트한다

파레토의 법칙

상위 20%가 전체 생산의 80%를 해낸다는 법칙

빠른 납기/요구사항 충족 등으로 단가 저항을 없앤 거래처다. 마진율도 평균보다 높으며 매출 또한 제일 많다.  이런 고객사가 20프로만 돼도 먹고사는 파레토법칙이 적용된다.

사업의 성패는 A급 거래처를 20프로는 최소 가져가는데 달렸다. 물론 고객사도 흥망성쇠가 있고 납품업체 간 경쟁이 생기니 영원히 A급 거래처로 남을 수는 없지만 성장기에 5~10년 정도 만 유지해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모든 에너지는 이런 거래처를 관리하는데 우선적으로 쓰여야 한다. 그래서 시기별로 A급 거래처를 신규 발굴하는 걸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A급 고객사는 성장을 돕는 거래처다.​

B급 거래처- 매출과 마진이 말 그대로 평균인 업체다

이런 고객사가 제일 많지만 매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한 번씩 큰 프로젝트가 있어서 성과를 올리기도 한다. 이런 고객사도 많아야 허리가 튼튼해진다. 미드필더이자 미들맨인 셈이다. 성장과 생존은 다른 문제인데 생존을 위해선 반드시 B급 거래처가 필요하다.

C급 거래처-매출도 마진도 도움이 안 되는 거래처

이런 거래처는 외면하라는 건 아니지만 시간을 잡아먹어도 안된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원칙이 필요하다. 자신이 정한 가이드라인을 따라오는 업체라면 유지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과감한 정리가 필요하다.

 


 

마진이 보장되기 시작하면 여유가 생긴다

이번에 올리지 못한 마진은 다음번에 추가하면 된다. 고객사의 수익을 스스로 컨트롤해서 배분할 수가 있다.

줄 때 주고 받을 때 받는 걸 조정할 수 있다. 담당자가 요구하는 사항도 유연하게 응해 줄 수 있으며 재고운영도 부담이 적어진다. 이는 가장 좋은 조건으로 재고를 가져간 후 높은 마진 구조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된다. 매출만큼 중요한 게 매입이기 때문이다.

노동 수익과 더불어 자본 수익을 가지게 된다

의미 있는 수익이 꾸준히 들어오면 연금이나 저축 등의 노후자금을 적립하거나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전문 투자자는 아니지만 노동 수익과 더불어 자본 수익을 만듦으로써 비로소 수익의 파이프라인을 가지게 된다. 이는 젊었을 때는 모르지만 나이 들어선 절대적인 도움을 주게 된다. 우리는 영원히 현역 일수가 없다.

1인 기업은 최소한의 효율로 최대의 성과를 내야 한다

조직과 자금으로 승부하는 아이템이 아니다. 창업 후 일단은 매출에 전념하고 옥석이 가려지는(A~C급의 거래처) 시기가 오면 (상품 + 유무형의 서비스)를 가지고 마진을 내야 한다.

막연하게 돈 얼마를 벌어야지 보다는 목표한 매출과 마진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플랜을 수치로 보여주어야 한다.

A급 거래처를 20프로 이상 만들고 그곳에 에너지를 80프로를 쓰게 되면 1인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한 생존과 성장이 보장된다.

그 이상의 성장을 원한다면 추가 자본과 인력 투입도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다만 관리 가능한 리스크와 워라벨을 위해서 어디까지 갈 건지는 선택의 몫이다.

일단 베이스가 탄탄해지면 얼마든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매출과 마진

모두가 중요하지만 순서는 지키자

1) 매출 2) 마진 3) 워라벨이다​

 

*본 기사는 사례뉴스 필진기자 이성원 대표가 쓴 컬럼입니다. 이성원 대표는 B2B 창업 20년이 넘은 창조시스템 대표로 브런치와 블로그에서 '글쟁이연어'란 필명으로 활동을 하며 1인 기업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창조시스템 홈페이지 및 전화번호: www.cjmro.com, (02)3453-4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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