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어디에 중독 되느냐에 따라 삶과 죽음이 갈린다

어느 순간 뉴스가 '마약' 기사에 중독 된 양 연일 보도 되고 있다. 없어서 못 먹던, 배를 곯은 시절에는 카페인에만 중독 되어도 큰일나는 줄 알았다. 해열진통제나 소화제 등 일반 의약품을 편의점에 들이기까지도 안전성이다 뭐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은 물론 남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중독성 의약품은 구멍이 술술 뚫린 상태다.

지난 22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만화로 보는 내 투약이력 조회 서비스' 를 제작해 홍보에 나섰다. 홍보 내용에 깜짝 놀랄 만한 통계가 있었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2022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국가승인통계)'를 보면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가 1,946만 명으로 전년 대비 62만 명(3.3%)이 증가했다.

국민 2.6명 중 1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사용한다는 의미이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으로 관련 통계를 수집한 2018년 이후 역대 최다 수치"라는 것이다.

요즘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쫓다 보면 약물과 관련있다. 복용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취하던가(향정신성의약품), 복용해야 할 사람이 멀리하던가(항정신성약물)였다. 사건을 알코올로 합리화 하던  패러다임이 전환 된 건지, 누적된 건지 알 수가 없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오남용시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는 물질로 환각, 각성, 수면, 진정 작용을 하는 의약품이다. '항정신성약물'은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에 나타나는 망상, 환각을 치료하는 약물이다(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청소년들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파는 이들, 사회적 고립으로 항정신약물 치료반경에서 멀어지는 이들. 이런 먹이사슬 구조 사이에서 우리들 정신 마저 혼돈스럽다.

마약류는 질병치료 과정 중 나도 모르게 노출 될 수도 있다. 그들을 무작정 배척해 사회적 고립을 재탕 할 일도 아니다. 중독에 대한 예방과 재발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시급하다. 어느 한 사람의 몫이 아닌 사회 모두가 관심을 모을 때다.    

때마침 마약 관련 신간도서가 나왔다. <펜타닐>과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다. 펜타닐은 말기 암 환자 통증 치료 약물로 유명하다.

<펜타닐>에서는 헤로인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이 제조와 유통이 쉽고 수익도 커서 매년 7만 명이 넘는 미국인의 목숨을 앗아간다고 한다. 디지털 기술에 능통한 10대 청소년들이 마약 웹에서 주문만 하면 집앞까지 배송되는 현실을 조명했다.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책에서는 불법 마약류부터 페치딘, 펜타닐, 졸피뎀, 프로포폴, 펠터민 같은 의학적 사용이 가능한 마약류까지 사회 도처에서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음을 전한다. 그러면서 "2018-2022년 사이에 국내 마약 사범 수는 50% 가까이 증가했고, 대마초 사범 수는 2022년 4배 넘게 급증했다. 19세 이하 마약 사범 수는 2022년 481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2011년 대비 약 1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경종도 울렸다. 

중독 물질은 얼마든지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몸을 움직여 생리적으로 생산하든 웃음과 만족감으로 몸 속 환경을 변화시키든 말이다. 맛집을 찾아 내 몸에 맞는 중독 물질을 발견 하거나 드라마나 영화에 정주행을 해도 좋다(난 요즘 고구마와 단호박 중독에 빠졌다). 우리에게 그런 기회를 주려고 긴긴 추석 연휴도 성큼 다가왔다. 혼자가 안 되면 가족이나 지인 찬스를 쓰라며.

이벤트성이 아닌 실시간으로 죽을 때까지 빠지면 좋을 중독 하나가 더 있다. '나'에게 빠져 보는 것이다. 남이 바라보는 '나' 가 아닌, 내가 바라보는 '나'. 수천, 수만 가지 상황에 따라 바람처럼 스쳐지나가는 '나'를 잠시 붙들어 보는 건 어떨까. 어떤 때에 호감형이고 어떤 때에 비호감인지. 어떤 때에 코웃음이 나고 어떤 때에 미간이 찌푸려지는지.

어린이들이 하는 감각통합놀이는 어른에게도, 나이 들수록 더욱 필요한 놀이다. 추석 민속놀이를 대체할 만한 오감놀이에 푹 빠져보는 건 어떨까. 맛  한번 제대로 보면 어느 순간 '중독' 된 나를 발견한다. "이 사람 은근히 중독성 있네"라는 말을 독백이든, 남이 건네든,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보는 것, 그 자체도 마약이다. 

 

*본 기사는 이지 사례뉴스 필진기자가 쓴 컬럼입니다. 이지 필진기자는 몸 쓰고 글 쓰는 사람, 세상의 메신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허리 역할을 하듯이 건강이 곧 보험이라는 사명으로 나 자신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데 핵심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턴의 미학’ ‘내 몸은 거꾸로 간다’가 있습니다.

ⓒ 사례뉴스는 비즈니스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합니다. 출처를 표기한 다양한 인용과 재배포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