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교수,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1977년 미국 하버드 경영학박사 학위 수료→인문사회계 최연소 서울대 경영 대학교수
모두가 다 경쟁자가 되면 피곤하지만 유일하면 싸울 필요가 없다!
혁신은 있는 것을 뒤집는 것이고, 창조는 있는 것을 재구성하는 것
“조직의 리더는 조직을 책임져야 하고 조직의 구성원을 책임져야 한다”
모든 것은 ‘사례’로부터!

12월 7일 산업정책 연구원 이사장이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인 조동성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동성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67학번으로 1971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미국 하버드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땄다.

이후 1978년 29살에 인문사회계 최연소 서울대 경영 대학교수로 임용돼 경영대학장으로 활동했고, 36년간 서울대 경영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15개 해외 대학 초빙·겸임교수, 중국 장강 경영 대학원(CKGSB) 교수로 활동했다.

또한 그는 한국경영학 회장·한국 학술단체 총 연합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 위원회 위원, 2014년에 국가 브랜드 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2016년부터 2020년엔 국립대학 법인 인천대학교 총장으로 혁신을 이끌었다.

그리고 2020년 싱크탱크 산업정책 연구원(IPS) 제5대 이사장에 취임해 현재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사이트를 주고 있다. 조동성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가진 철학, 경영, 리더십, 사례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나만의 독점성을 갖는 게 전략…이 세상에 유일한 사람이 되기!

조동성 교수는 하버드 경영학 박사, 최연소 서울대 교수, 서울대 명예교수,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 위원, 국가 브랜드 진흥원 이사장, 인천대 전 총장, 각종 학회장, 산업정책 연구원 이사장 등 수많은 직함이 따르고 있다. 여러 수많은 직함이 따르고 있지만 조동성 교수는 본인을 소개할 때 “조동성이다”라며 짧고 굵은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저는 경영학 중에서도 경영전략을 전공했다. 전략이 뭔지 한 단어로 압축해 이야기하면 ‘나만의 독점성’을 갖는 게 전략이다. 경쟁에 빠지지 않고 나밖에 없는, 이 세상에 나 하나만 존재하는 그런 영역을 갖는 것이다. 이 세상을 전부 장악할 필요는 없지만 나만의 영역은 있어야 한다”

“독점은 시장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날 때 생산자가 독점하면 소비자가 피곤하니까 경제학 하시는 분들은 독점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독점하고 생산자가 경쟁할 수도 있다. 이건 소비자 시각에서 볼 때 좋은 것이다. 독점과 경쟁은 일률적으로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쁘다고 얘기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조동성 교수는 국립대학 법인 인천대학교 총장 시절 학교 슬로건을 ‘우리는 1등 대학을 추구하지 않고 유일한 대학을 추구한다’로 명시할 만큼 유일함을 강조했다. 

모두가 다 경쟁자가 되면 피곤하지만 유일하면 싸울 필요가 없다. 이 분야에서만큼은 나를 찾아오게 하면 된다. 조동성 교수는 1등과 유일 중 유일함은 그 가치를 한 마디로 평가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편의점에서 파는 생수를 예시로 들었다. 

“생수 한 병에 500원~1,000원 정도 한다. 특별히 디자인을 하거나 브랜드가 있기 전에 생수 한 병에 5천 원을 받는 것은 비싸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이 생수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에 한 병 밖에 없고 부자들이 물이 없어 허덕이다가 이 생수 한 병을 봤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에게 경매를 붙이면 얼마까지 올라가겠나? 이 생수 한 병이 생명을 구한다면 값이 끝도 없이 올라간다. 그래서 유일한 존재가 되는 게 중요하다”라며 유일하게 되는 모든 게 전략이라고 이야기했다.

조동성 교수는 평생 학계에 있으면서 남들과는 다르게 가르치기 위해 늘 연구에 힘쓴다고 전했다. 그는 강의를 할 때도 모든 사람이 똑같이 쓰는 교과서를 놓고 똑같은 내용의 강의를 하지 않고 직접 연구해 만들어 낸 이론만을 강의한다. 

조동성 교수는 “이젠 교육이 없어지고 학습만이 존재한다. 교수가 주체가 돼서 가르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고, 지금은 학생이 주체가 돼서 배우는 시절이다.

Teaching에서 Learning으로 바뀌었다. 교수가 학생과 마주 보는 게 아니라, 학생과 나란히 앉아 미래를 향해 함께 공부해야 하는 시절이 왔다. 교수는 학문에 대한 프레임웍크가 있는 사람이다.

즉, 우물에서 물을 뜰 수 있는 바가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바가지가 있으니까 물을 뜨기가 쉽다. 바가지가 없으면 손으로 물을 받아 마셔야 된다. 그러니까 교수와 학생이 같이 앉아 공부를 하더라도 바가지를 가지고 있는 교수가 학생보다 더 빨리 흡수하고 학생에게 도움을 줄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젠 혁신→창조로…이 세상 모든 창조는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혁신이 화두였는데 이젠 창조가 화두가 됐다. 조동성 교수는 1997년부터 경영학이 이제는 전략, 혁신에서 창조로 넘어가야 한다고 발표도 하고 책도 썼다. 그에 의하면 혁신은 있는 것을 뒤집는 것이고, 창조는 있는 것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가 쓴 책 중에 4FACT(패러다임을 바꾸는 네 가지 창조적 전략)이 있다. 조동성 교수는 “모든 창조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계단 올라가듯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창조는 더 이상 신비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창조를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예측이 가능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면서 “이 세상의 모든 창조 행위는 수학적 공식에 들어있는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로 구성된 사칙연산으로 이루어진다”라고 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보자. E=mc2, 즉 에너지(E)는 질량(m)을 속도(c)의 제곱으로 곱한 결과다. 이 세상의 모든 창조 행위는 수학적 공식이다. 창조는 현재 존재하는 걸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재구성이 곧 창조다”라고 하면서 “혁신에 이어서 창조의 시대가 오고 있다. 창조 능력 없이 혁신에만 매달리면 결국 2등으로 남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혁신적 지도자가 아니라 창조적 지도자였다”라고 언급했다.

“조직의 리더는 조직을 책임져야 하고 조직의 구성원을 책임져야 한다”

조동성 교수는 지난 10월 31일 서울시 유망중소기업 협·단체인 사단법인 하이서울기업 협회(협회장 김진석) 주최 ‘2023 중소기업 ESG 혁신포럼’에서 글로벌선도기업 도약을 위한 중소기업의 ESG 경영이라는 주제로 ‘ESG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기조연설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ESG 경영을 하는데 제일 중요하고 제일 먼저 해야 되는 일은 리더십의 헌신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조직이 아닌 개인에서부터 나오며 그 효과는 CEO가 먼저 할 때 파급 효과가 빠르다. ESG는 실무적으로 탄탄한 조건 위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모든 걸 변화시키는 힘과 책임은 CEO한테 있기 때문이다. 물론 CEO의 의지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실행 조직도 필요하고 조직 분위기도 필요하다. 그러나 조직과 분위기를 만드는 책임은 CEO에게 있다.”

조동성 교수는 “조직의 리더는 그 조직을 책임져야 되고 조직 구성원들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려면 조직을 앞장세우고 성장시켜야 된다. 조직이 성장을 안 하면 구성원들이 발전할 수 없다. 리더는 조직을 계속해서 키워야 한다. ”

“보다 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쟁자가 없는 독점적인 곳으로 가는 것이다. 독점적인 위치로 키우는 역할을 CEO가 해야 한다”라고 했다.

조동성 교수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과거에는 CEO가 기업을 키우기만 하면 된다고 보았다. 오늘날에는 기업이 커지면서 그 기업을 둘러싼 사회와 함께 발전해야 한고, 또 사회가 발전해야 기업이 커진다고 본다. 사회는 그대로 있는데 기업만 발전하면 기업과 사회 간의 균형이 깨진다. 그러려면 기업이 사회에 대한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린 그걸 기업의 사회적 책임, 또는 사회 공헌이라고 이야기한다. 기업이 사회에 대한 봉사를 하면 거기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기회가 나오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 수 있다. 기업에도 도움이 되고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것은 ‘사례’로부터!

조동성 교수가 1970년대에 경험한 하버드대학의 MBA 과정 학생들은 2년 동안 90분짜리 강의를 일주일에 10개 정도 수강한다. 그리고 매 강의에서 사례를 하나씩 다룬다. 일주일에 강의 10개씩, 1년에 30주를 끝내는 동안 경영 사례를 300개 정도 다룬다. 이같이 2년을 공부하면 강의실에서 다룬 경영사례가 600개 정도 쌓이게 된다. 

하버드대학의 MBA 과정은 사례에서 시작하고 사례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사례를 모아 정리해 출판하고 이걸 전 세계 경영 대학이나 기업에게 판매를 하고 또 재가공하는 케이스 담당 기관도 있다. 

하버드대학에 MBA 과정이 생기게 된 역사가 재미있다. 미국에서 1860년대 남북 전쟁이 일어난 다음 남북으로 나뉘어 있던 경제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미국 경제 규모가 빨리 성장하니까 대기업들이 나타났고, 대기업이 생기니까 대기업의 경영자가 필요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영자를 체계적으로 양산할 필요가 있어, 처음에는 하버드 로스쿨에서 그 역할을 했다. 

로스쿨 교수 몇 명이 독립해서 나와 비즈니스 스쿨을 만들었다. 미국의 모든 로스쿨은 판례로 시작해 판례로 끝나는 수업이 많다. 그런데 익숙하던 로스쿨 교수들이 판례 대신에 사례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것이다.

하버드 경영 대학에는 교수가 230명 정도 되는데 교수들이 사례를 가지고 학생들과 토론하는 능력이 없으면 교수가 될 수 없다. 사례 개발은 교수들이 담당한다. 하버드 대학에서 학생 교육을 위해 사례를 모은 것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사례는 원칙적으로 안 작성하지 않는다. 

조동성 교수 역시 1983년 하버드대학에 초빙교수로 가 있던 시기에 사례를 개발했다. 그는 MBA 과정 교육에 쓰기 위한 목적으로 대우그룹, LG전자 등 7개 회사의 사례를 개발했다. 그는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례가 있다. 기업만 사례 대상이 아니라 산업도 사례로 작성할 수 있고, 국가도 사례로 작성할 수 있다. MBA 과정에서 사용하기 위한 교육형 사례가 있고, 새로운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연구형 사례가 있다.”

“하버드에서는 박사과정 학생들이 논문을 쓸 때 실사구시 차원에서 사례 작성을 필수조건으로 삼고 있다. 모델을 만들고 이론을 만든 다음에는 그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서 현실적 가능성을 테스트하게 돼 있다. 테스트를 함으로서 이론과 현실이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본다. 그래서 하버드대학 박사과정 논문에는 대개 사례가 한 편 이상 들어간다”

“교육목적 사례와 연구목적 사례에 이어 세 번째는 컨설팅 용 사례다. 컨설턴트는 한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받으면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현장에서 일을 하는데, 사전에 인터뷰를 통해 회사를 알아야 한다. 회사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체계적으로 알아야 한다. 회사의 역사와, 현 상황을 잘 정리해서 사례화하면 그 회사의 구성원보다 훨씬 빨리 그 회사에 대해 잘 알게 된다”라고 전했다. 

조동성 교수는 aSSIST University라는 영어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서울 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에서 지금도 석·박사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다. 그는 모든 학생들에게 사례 작성을 필수로 요구한다. 그리고 그 사례를 모아서 책을 만든다. 그가 1990년대에 학생들과 함께 쓴 책 ‘재미있는 경영 이야기’ 시리즈는 제1권이 17만 권 정도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 학생들은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어 있고, 기업에서 10-40년 정도 경험을 가지고 있는 고참 경영자, 중역, CEO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회사에서 일어난 직접 경험을 가지고 사례를 쓴다. 이들은 현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경영자로서 겪은 고민이나 고뇌에 찬 이야기들을 쓸 수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사례만 700개 이상 된다. 한마디로 한 과목에 석사과정 학생 50명이 있으면 그 과목에서 사례 50개가 만들어진다”라고 전했다.

조동성 교수는 서울대 경영 대학교수로 있던 2000년 당시 창업의 시대가 왔다고 판단해 수업 때 창업 비즈니스 모델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보통 1년에 4~6과목을 강의하는데, 모든 과목에서 학생들이 창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기말에 발표하도록 했다. 제자들 중에 벤처캐피털 회사 사장과, 실무 책임자들이 많아,  한 명씩 불러서 학생들이 발표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코멘트도 하고 내용이 좋으면 투자도 그 자리에서 진행하도록 했다. 제가 개설한 과목을 통해 창업을 한 학생들이 두 자릿수는 되는 듯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1978년부터 2000년까지는 사례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고 2000년부터는 창업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그러다 2020년 사례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사례 개발을 적극적으로를 다루기 시작했다. 

“2020년 3월 방송통신대학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하면서 이 대학의 동창회장을 만났습니다. 창업을 해서 1.5조 대의 매출액을 올리는 큰 기업을 일궈낸 이 분이 제 손을 꼭 잡고 얘기하더군요. “제가 창업을 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분이 바로 조동성 교수입니다. 제가 군대를 나와서 방황을 할 때 우연히 조교수가 저술한 “재미있는 경영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기업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깼습니다.”

“저는 TV 드라마에 나오는 기업들이 온갖 사기와 술수를 쓰고 잘못된 대정부 관행을 일삼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기업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그 책을 보니 젊은이들이 피와 땀을 흘려가며 황무지에 공장을 세우고, 밤을 새워가며 세상에 없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업이 국가 경제의 근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기업에 취업했고, 그 경험을 살려 창업까지 했습니다.” 저는 이 분의 얘기를 들으면서, 지난 20년 동안 다소 소홀했던 사례개발에 다시 한번 집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끝으로 조동성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사례를 만든다. 학생들에게서 새로운 이론이 나온다. 이론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있어야 경영자들이 이론을 믿는다. 사례의 힘은 설득력에 있고, 따라서 사례는 이론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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