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인사이트, ’17년~’24년 국내외 여행 지표 추이 비교
여행계획·지출의향 등 국내는 하락, 해외는 상승세
국내여행 초긴축하면서 7배 더 드는 해외여행 선호
올해 상반기 관광수지 적자 65억 달러로 급증
해외여행이 덜 든다는 ‘미신’ 사라져야 적자 줄어
국내여행은 감소, 해외여행은 증가하는 여행 수요의 불균형이 예상된다. 해외여행 비용이 국내여행의 7배가 넘고, 해외 1일 비용이 국내 2박3일보다 더 드는데도 해외여행을 선호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더 싸다’는 괴담과 소비자의 확증편향이 관광수지 적자의 주된 원인이다.
해외여행 추가 상승 가능성 높아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현재의 여행계획률과 경험률을 보면 국내여행은 감소, 해외는 증가세가 뚜렷하다. 국내여행은 ’22년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하고 있고, 해외여행은 ’21년 기록한 최저점에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올해 국내여행 계획률과 경험률은 코로나 직전(’19년) 대비 98%와 96%(TCI 각각 98, 96)로 더 낮아진 반면, 해외여행은 급증하고 있음에도 아직 84%, 8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추세를 보면 국내여행은 추가 감소, 해외여행은 추가 증가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TCI는 여행 행태의 코로나 전후 변화를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컨슈머인사이트가 개발한 지수로, 비교 시점의 결과값을 ’19년 결과값으로 나눈 백분율[(비교 시점/’19년 결과값)x100]이다. TCI가 100보다 작으면 ’19년 동기보다 감소했고 크면 그만큼 증가했음을 뜻한다.

여행비 지출동향(지난 1년간 전년 대비 ‘더 썼다’ 비율) TCI는 ’21년 26으로 바닥을 찍은 후 폭발적으로 증가해 2년만인 ’23년 108로 폭등했으나 올해는 110으로 미세한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 전보다는 아직 높지만 지출 축소 의지가 엿보인다.
주목할 점은 여행비 지출의향(앞으로 1년간 전년보다 ‘더 쓸 것’ 비율)의 급랭이다. ’22년 국내여행비 지출의향 TCI는 135로 앤데믹 후 치솟았으나 이후 2년 연속 가라앉아 올해는 103에 머물렀다.
해외여행 TCI는 한 해 늦은 작년 최고치(121)를 찍었다가 올해는 104로 내려앉았다. 중요한 것은 올해 들어 국내외 모두 지출의향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점이다. 이는 다수의 소비자가 여행을 포기하거나 초긴축여행에 나서게 될 것임을 예상케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국내여행 감소, 해외여행 증가가 예상되나 비용면에서는 둘 다 감축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초긴축 방향으로 전환이 확실시된다. 일부 여유층은 이와 무관하게 국내외 여행을 즐길 것이나 대다수는 여행의 빈도와 규모, 지출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지출의향 늘었지만 물가 상승 감안하면 ‘초긴축’
엔데믹 이후 보복소비 등 과소비 우려도 있었으나 오래 가지 않았다. 실제 2박3일 일정의 국내여행에서 지출한 비용은 ’22년 26만원, ’23년 23만7000원, ’24년(1월~8월) 23만1000원으로 매년 감소해 왔다. 이는 최소한 국내여행의 경우 과소비 경향은 없었음을 뜻한다.
오히려 코로나 전 ’19년과 비교한 ’24년 소비자 물가 지수(통계청)가 114에 달했음을 고려하면, 물가 상승에도 여행비는 계속 줄이는 초긴축 추세가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행자는 국내보다 해외여행에서 더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올해 1회 여행 당 총비용은 해외여행이 평균 176만5000원으로 국내여행 평균(23만1000원)의 7.6배에 달했다.
1일당 경비로 환산하면 평균 26만6000원으로 국내여행 2박3일보다 더 들었다. 같은 3박4일로 환산한 실제 여행비에서 제주도(52만8000원)보다 일본(113만6000원)이 2.2배 많았음에도 해외로 몰려가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관광수지 적자, 2년 연속 코로나 전보다 늘어
현재 한국 관광산업은 내우외환 상태다. 국내관광은 고물가와 초긴축여행에 따른 ‘저비용-저만족’의 악순환으로 활기를 잃고 있다. 많은 사람이 국내여행 계획을 접거나 맹목적으로 해외여행을 선망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24년 상반기 관광수지 적자는 65억 달러로 2년 연속 코로나 전 수준(’19년 56억6000만 달러)을 넘어섰다. K컬처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여행수지 적자 폭은 커지고 있다.
그 이면에는 여행비용에 대한 ‘터무니없는 인식’이 있다. 실제 일본여행에 제주도의 2.2배(일본 113만6000원, 제주도 52만8000원)가 드는데도, 88%가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고 하고, 83%는 ‘실제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70%는 ‘그런 말에 공감한다(일본 가는 것이 낫다)’고 답했다. 국내여행을 부당하게 폄하하고 해외여행은 터무니없이 치켜세우는 미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관광수지 적자는 줄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