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초기투자 생태계와 미중의 성공 사례로 본 초기투자

필자가 몸담고 있는 스타트업 초기투자 시장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2023년 기준, 글로벌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4450억 달러(약 587조 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이 중 초기 단계 투자가 약 23%를 차지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전체 투자액의 약 50%를 차지하며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습니다. 특히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기술 스타트업 투자, 중국은 심천과 북경의 딥테크 및 인터넷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출처: CB Insights, "Global Venture Capital Report 2023"; Crunchbase, "China and US Investment Trends 2023")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부의 주도적인 정책 지원과 민간 투자사의 성장으로 점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시장의 규모와 자금 흐름에서 여전히 도약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사례는 기술 혁신과 민간 투자 활성화가 초기투자 시장을 어떻게 선도할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따라서 한국은 이를 벤치마킹하여 보다 과감한 투자 전략과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을 통해 초기투자 생태계를 주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가 2023년 12월 UAE경제부장관 간담회에 참석해 초기투자 생태계와 회사의 400개 포트폴리오를 소개한 현장의 사진. 오른쪽 테이블 여성(아산나눔재단 정남이 이사) 오른편이 필자이다.)
(필자가 2023년 12월 UAE경제부장관 간담회에 참석해 초기투자 생태계와 회사의 400개 포트폴리오를 소개한 현장의 사진. 오른쪽 테이블 여성(아산나눔재단 정남이 이사) 오른편이 필자이다.)

"한국과 글로벌 초기투자 시장 구조는 어떻게 다른가?"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는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중요한 시기로, 이를 지원하는 초기투자 시장의 구조는 국가마다 큰 차이를 보입니다.

국내 시장은 정부 주도와 민간 투자자의 협업이 강력한 특징을 보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KVIC)는 다양한 펀드와 매칭 프로그램을 통해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기 창업 패키지와 TIPS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민간 부문에서는 씨엔티테크(CNT Tech), 스파크랩, 프라이머, 와 같은 엑셀러레이터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초기 자금의 주요 원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벤처투자(KVIC)는 국내 벤처 생태계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정부 출자 기관입니다. 민간 벤처캐피털과 협력하여 펀드 조성을 지원하며, 모태펀드를 통해 초기 스타트업에 자금을 제공합니다. 이외에도 글로벌 진출을 위한 K-스타트업 지원 펀드 및 성장 단계 기업들을 위한 스케일업 펀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TIPS 프로그램은 민간 투자사(보통 엑셀러레이터/VC도 포함)가 추천한 유망 스타트업을 정부가 선정하여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선정된 스타트업은 최대 5억 원의 R&D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며, 상용화 단계에서는 추가로 2억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평균 3년 동안 진행되며, 특히 딥테크 분야에서 기술 집약적 스타트업의 지원에 중점을 둡니다.

딥테크 TIPS 프로그램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의 핵심 일환으로, 10대 신산업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평균 3~5년의 기간 동안 운영되며, 선정된 스타트업에 최대 17억 원의 지원금을 제공합니다. 이 중 연구개발(R&D)비로 최대 15억 원, 사업화 및 해외 마케팅을 위한 자금으로 2억 원이 책정됩니다.

"초기투자 생태계에 집중된 글로벌 시장"

글로벌 시장에서는 벤처 캐피털(VC)과 엔젤 투자자 네트워크의 역할이 두드러집니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Y Combinator, 500 Startups 같은 엑셀러레이터들이 초기 투자 생태계를 주도하며, AngelList와 같은 플랫폼은 전 세계 엔젤 투자자들을 연결합니다.

유럽의 경우, 정부의 간접적인 보조금과 함께 민간 VC 펀드가 강력히 작용하며, 아시아는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과 텐센트가 주도하는 대규모 펀드들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초기투자 생태계의 성공은 개별 스타트업의 성장을 통해 입증됩니다. 사례를 통해 이를 자세히 살펴면 아래와 같습니다. 

● 한국 사례

1. 리디(Ridibooks): 전자책 시장의 혁신
   전자책 플랫폼 리디는 초기 투자 단계에서 본엔젤스와 IMM인베스트먼트의 지원을 받아 모바일 독서 문화를 선도하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초기 투자 라운드에서 지털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이후 시리즈 B에서 150억 원(약 1200만 달러)을 추가 유치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2. 직방 (Zigbang): 부동산 중개 플랫폼의 새 지평
   직방은 초기 단계에서 케이큐브벤처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로부터 초기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후 플랫폼 사용성을 강화하며 부동산 거래 경험을 혁신했고, 추가 라운드에서 300억 원(약 25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하며 국내 최대 부동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3. 마켓컬리 (Market Kurly): 신선식품 유통의 혁신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도하며 초기 단계에서 세콰이어 캐피털과 DST 글로벌로부터 약 200억 원(약 1600만 달러)을 유치했습니다. 이후 추가 투자 라운드에서 2000억 원(약 1억 6000만 달러)을 확보하며 국내 유통 시장의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4. 당근마켓 (Karrot): 지역기반 중고거래의 성공
   당근마켓은 초기 단계에서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초기투자금을 유치했으며, 이후 시리즈 C 단계에서 2000억 원(약 1억 6000만 달러)을 추가 유치하며 지역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의 성공을 입증했습니다.

● 미국 사례

1. Airbnb: 혁신적인 숙박 공유 플랫폼
   Airbnb는 Y Combinator로부터 초기 투자로 약 2만 달러(약 2600만 원)를 유치하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세콰이어 캐피털과 안드레센 호로위츠 등으로부터 시리즈 A와 B 라운드에서 약 6천만 달러(약 780억 원)를 유치하며 글로벌 플랫폼으로 확장했습니다.

2. Dropbox: 클라우드 스토리지 선도 기업
   Dropbox는 초기 Y Combinator로부터 약 2만 달러(약 2600만 원)의 지원을 받았으며, 이후 세콰이어 캐피털의 리드 투자를 유치하며 클라우드 스토리지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3. Zoom: 원격 화상회의의 혁신
   Zoom Video Communications의 초기 투자사는 Qualcomm Ventures, Yahoo! 창업자인 Jerry Yang의 AME Cloud Ventures, Subrah Iyar 등입니다. 2013년 9월, Zoom은 시리즈 A 라운드에서 600만 달러(약 70억)를 유치하였고, 2014년 2월에는 시리즈 B 라운드에서 650만 달러(약 76억)를 추가로 확보하였습니다.  이후 팬데믹 동안 수요가 급증하며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4. Uber: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Uber는 초기 단계에서 퍼스트라운드 캐피털로부터 약 200만 달러(약 26억 원)를 유치했으며, 이후 시리즈 B 단계에서 구글 벤처스의 주도로 약 1억 2000만 달러(약 1560억 원)를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5. Stripe: 결제 플랫폼의 선두주자
   Stripe는 초기 단계에서 엔드리센 호로위츠로를 포함한 투자사로부터 약 2000만 달러(약 260억 원)를 유치했으며, 이후 시리즈 C 라운드에서 1억 5000만 달러(약 1950억 원)를 추가 유치하며 글로벌 결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중국 사례

1. Bytedance: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선도 기업
Bytedance는 Susquehanna International Group(SIG)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했으며, 진르터우탸오(Toutiao)의 알고리즘 기반 뉴스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 수를 빠르게 늘리고, 이후 글로벌 확장을 위한 틱톡(TikTok)을 출시하면서 성공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 Xiaomi: 가성비 스마트폰의 혁신 기업.
샤오미는 IDG 캐피털과 퀄컴 벤처스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아 MIU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가성비 높은 스마트폰을 출시해 중국 내 소비자 기반을 확장하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3. Meitu: 사진 편집 앱의 선두주자
Meitu는 IDG 캐피털로부터 약 300만 달러(약 39억 원)의 초기 투자를 유치하고, 미투(Xiu Xiu)라는 사진 편집 앱을 통해 젊은 사용자층을 확보하며 광고 수익 모델 도입으로 성장을 가속화했습니다.

4. DiDi Chuxing: 중국 모빌리티 플랫폼 리더
DiDi Chuxing은 GGV Capital과 Matrix Partners China로부터 약 300만 달러(약 39억 원)의 초기 투자를 받아 중국 대도시에서 지역 기반 승차 공유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성장했습니다.

"한국 금융그룹들이 초기투자에 집중해야 하는 때"

초기 투자 생태계는 스타트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구조입니다. 국내와 글로벌 시장의 구조와 주요 플레이어들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초기 투자 성공의 핵심입니다. 성공적인 초기 투자 사례들은 이 생태계가 단순히 자금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의 상생을 이루는 선순환 구조임을 보여줍니다.

특히, 우리나라 5대 금융지주(신한, KB, 하나, 우리, NH)뿐만 아니라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도 초기투자 생태계에 더 많은 관심과 자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 금융지주들이 보유한 증권사의 신기술금융사업본부는 스타트업 초기 단계의 리스크를 감내하며 유망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금융지주들이 보유한 벤처캐피털(VC)도 초기 투자에 특화된 인력과 자원을 적극적으로 배치해 국내 초기투자 시장의 규모를 확대하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노력은 단순히 개별 금융기관의 수익 창출을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구조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한국의 금융권이 초기 투자 생태계에서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본 기사는 사례뉴스 조현승 필진기자가 작성했습니다.  조현승 필진 기자는  미국 리버럴 아츠(Liberal Arts)의 한국형 혁신 교육으로 유명한 한동대학교 학사 졸업 후, 중국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이자 중국 국가주석을 배출한 상하이자오퉁대학교(SJTU) 안타이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ScBA) 취득 및 KAIST 경영대학원 Executive Education Program에서 수료했습니다.

2017년 중국 상하이에서 Edu-Tech 기업인 JOBCO를 창업했었으며, 귀국 후 200년 역사를 가진 영국계 자산운용사 슈로더투자신탁운용(schroders investment management) 해외투자팀 RA를 시작으로, NHN페이코에서 금융사업, M&A업무를 경험했습니다. 현재 투자전문가가 되기 위해 국내 2020-2024년 5년 연속 투자건수 1위를 차지한 리딩 초기투자사이자 Startup Accelerator(AC)인 씨엔티테크(주)에서 글로벌 AC팀 팀장으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 : 마리나체인, 트립소다, 포어텔마이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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