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뉴스=김호이 필진기자] 일상을 기록하는 일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한 장의 노트, 한 줄의 메모가 삶의 결을 만들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주는 힘이 된다. 소소문구’는 이러한 기록의 가치를 믿고,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를 기획하고 만들어온 브랜드다.
2012년 여름, 네 명의 친구가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는 이제 쓰는 사람들의 삶을 깊이 파고드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문하며, 창업자 유지현 대표는 삶과 사람, 문구를 잇는 브랜딩의 본질을 고민해왔다. 소소문구는 단순한 문구 제품을 넘어서, 사용자와의 감정적 연결을 통해 ‘쓰는 생활’이 삶의 태도이자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디깅노트’, ‘아임디깅’ 전시, ‘쓰는 친구’ 커뮤니티 등 다양한 브랜드 활동은 문구가 단지 사물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품은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쓰는 사람의 맥락과 감정을 존중하며,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어떻게 마음의 파동이 되는지를 기록하고 전하는 것이 바로 소소문구가 존재하는 이유다.
유지현 대표와 윤혜원 콘텐츠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인터뷰는 문구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통해 브랜드가 자라나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창업, 디자인, 운영, 그리고 무엇보다 ‘쓰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사유가 녹아든 이 이야기를 통해, 소소문구가 전하고자 하는 ‘정갈한 울림’에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
Q1. 소소문구와 대표님 소개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소소문구를 운영하고 있는 유지현입니다. 소소문구는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쓰는 사람은 스스로 선택한 터인 지면紙面을 늘 곁에 두고 쓰는 삶을 지속하는 사람입니다. 쓰는 사람의 터에는, 사소한 끄적임부터 구체적인 설계까지 다양한 생각의 씨앗이 심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 열매가 자라나도록, 소소문구와 쓰는 사람은 함께 연구합니다.
Q2. 소소문구라는 브랜드명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2012년 학부 마지막 여름 방학, 동기 친구들과 넷이서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하트타임’, ‘회색노트’, ‘여름방학 프로젝트’ 등 후보가 있었어요. 브랜딩, 메세지, 스토리텔링 등을 담은 네이밍이 아니라, 친구들끼리 작당모임 하듯이 만들죠. 소소문구라는 이름으로 최종 결정한 이유는 저희 넷의 공통된 취향이 ‘일상적이고,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소소한 것들을 좋아하는 것 때문이었어요. 네명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이름이었지요.
Q3. 문구라는 아이템에 특별히 끌리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공동창업자 였던 방지민 디자이너의 꿈이 문구 디자이너였어요. 반면 제겐 꿈보다는 문구를 쓸 줄만 아는 덕후에 가까웠고요. 저는 특히 ‘노트’를 좋아했는데요. 교환일기도 3년을 썼고요, 중학교 때는 ‘생각노트’라고 매주 제출해야하는 수필 숙제가 있었어요. 일종의 리추얼이었던 그 두활동을 위한 ‘노트’를 고르는 일이 무척이나 중요했습니다. 크기, 줄간격, 가격, 두께, 종이 색깔 등 12살부터 16살까지 쭉 이어진 노트 고르는 일 덕분에 공부도 되었고, 많은 레퍼런스를 접하며 제 청소년기때 중요한 정체성중 하나가 되었던 것 같아요.
Q4. 창업 당시 가장 두려웠던 점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위에서 답변드린 것 처럼 ‘사는 것 buy’만 알지, 세일즈, 마케팅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습니다. 세일즈, 마케팅 체계안에서 이 제품들을 ‘어디에서 팔까?’라는 전문적인 접근은 하지 않았어요. 지식이 없으니까요. 사전 전략, 계획없이 무작정 ‘어디에서 팔까?’라는 질문 하나만 있었고, 매주마다 입점처를 늘렸지요. 주말에는 플리마켓에 나가고요.
Q5. 창업 초기의 소소문구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대학 동아리 같았습니다. 당시 사용했던 사무실 임대료는 50만원이었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보니, 당장 생활비가 급하지 않았어요. 수익을 내고, 고객을 확장하는 것 보다는 내가 디자인한 노트를 예쁘게 소개하고,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기획, 세일즈, 마케팅, 브랜딩 등 비즈니스 전략이 없었습니다. ‘디자인’만 덩그러니 있었어요.
Q6. 소소문구의 제품 기획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직전 시즌에 반응이 좋았던 제품들을 고객 니즈에 맞게 더 보완, 디테일을 추가합니다. 가까운 고객들 (소소문구 브랜드 커뮤니티, 쓰는 친구)에게 여쭤보고, 의견을 듣습니다. 기존에 사용하시던 소소문구 제품들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요. 예를 들면, 2020년도에 처음 ‘디깅노트’를 만들었을 때엔 a5사이즈 노트가 ‘크다’라는 내부 의견도, 고객 의견도 없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의 가방 사이즈가 작아지고, 휴대성이 중요해지면서, 노트 크기를 축소했습니다. 그래서 나온게 디깅 수첩과, 디깅노트 호라이즌(a6) 입니다.
Q7. ‘소소하지만 확실한 감성’을 디자인에 어떻게 담고 계신가요?
제품을 하나의 캔버스라고 생각하고, 제품 속 ‘주인공’이 가장 잘 보이도록 디자인합니다. 이번에 저희 대표 제품중 하나인, ‘더 베리띵’ 제품군 디자인을 리뉴얼했는데요. 원래 노트 커버에 ‘The Very Thing’ 제품의 이름과 고무줄이 둘러져 있었죠. 리뉴얼 하면서 고무줄만 남겼어요. 대신 The Very Thing 의 배열을 가운데 정렬로 바꾸고, 면지* 가운데로 위치를 옮겼어요. (면지: 책의 겉표지와 속 내용(본문) 사이에 붙어 있는 깨끗한 종이) 각 요소들이 서로 방해하지 않고, 주목받을 수 있도록이요. 이렇게 주인공을 더 주인공답게 디자인하다보니, 심플하다는 조금은 진부한 표현에서 나아가 ‘정갈’하고, ‘차분’하다라는 리뷰도 자주 들어요.
Q8.지금까지 만든 제품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파운데이션 노트입니다.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제품은 아니고, 전에 계시던 백온유 디자이너님이 만드셨는데요. 굉장히 많은 현실적인 조건들에 부딪혀 사양과 수량등을 타협했던 제품입니다. 넘김과 탱탱함이 다른 내지부터 포장 방식까지 눈을 크게 뜨고 오래 봐야 전해지는 사양들로 만들었지만 ‘현실의 벽’인 ‘소비자가’를 만나 원래 쓰던 종이, 원래 하던 포장 방식으로 타협했어요. 그런데 워낙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정교하게 디자인해서 였을까요. 중요 사양들이 바뀌었지만 디자이너에 처음 의도한 ‘기초가 되는 노트’의 정체성을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자유로운 아이데이션 과정이나 미팅에 자주 들고 가요.
Q9. 트렌드보다는 브랜드의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트렌드를 완전히 배제하진 않습니다. 트렌드의 요소 중 소소문구가 고객들에게 전하는 메세지에 혼란을 주지 않고, 어울리게 편집하는 일이 브랜딩의 한 과정 같기도합니다. A라는 트렌드에 대해 팀원들의 의견을 정확히 묻고, 팀원에게는 그리고 소소문구라는 브랜드에게 적용시킬때 자연스러운지 고민하지요. 가령, 성수동에서 팝업하는 것이 트렌드라면, 성수동이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소소문구가 어울릴 수 있는 지점이 있는지를요. 플랫폼(장소)이나 기술 (릴스, 숏폼)등 트렌디한 방법론은 오히려 감성을 유지하는데에 영향은 덜하지만, 디자인 요소, 사람(인플루엔서), 굿즈, 도서 등 물성이 있는 트렌드는 까다롭게 검토합니다.
Q10. 소소문구 고객층의 특징은 어떤가요?
소소문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자신의 내면에 가닿는 이야기가 되는 문구를 좋아하세요. 맥락, 관계성, 영감, 창작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MBTI-N성향의 분들이요) 그래서 제품 캡션, 상세페이지 등을 기획할 때 직접적인 제품 묘사보다는 비유가 있고 콘셉트가 담겨있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하려해요. 디깅노트 세계관 에서는 ‘땅 ground’이라는 파생 개념이 중요합니다. 여러장의 종이가 엮어진 노트라는 원개념을 너머, 디깅노트는 쓰는 사람의 관심사, 커리어, 복잡한 생각까지 를 심는 ‘땅’의 역할을 해요. “관심사를 적는 연보라색 노트” 가 아닌 “내 관심사를 깊게 파는 땅, 제비꽃밭”이라는 이름이 붙는 이유입니다.
Q11. 고객과의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지난 4월 <인벤타리오: 2025 문구페어>에 참여했었어요. 당일 제 현장 근무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기 전 소소문구의 오랜 고객이신 '달따러가자'님과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죠. 달따러가자님은 지난 11주년 기념 인터뷰 <쓰는 사람을 만났습니다>의 인터뷰이로, 쓰는 친구 2기, 모닝단 활동 등 소소문구의 여러 활동에 참여해주고 계신 고객님이세요. 그동안의 소소문구 히스토리를 잘 알고 계신 고객님이기에 식사 시간동안 할 이야기가 많았어요.
달따러가자님이 제게 먼저 여쭤봐주셨어요. ‘언제 쉬세요?’ 그 질문을 받고 ‘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일하지 않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일을 하지 않고 있어도 충전되거나, 기운이 돌아오지 않는 것 같아 건강이 염려되던 차였거든요. 소소문구라는 브랜드, 우리의 제품을 주제로 한 대화는 아니었지만, 이 회사를 작동하게 하는 제 쉼에 대해 여쭤봐주셔서 감사했어요. 가족, 친구, 동료가 같은 질문을 제게 했다면 적당히 둘러댔을 거예요. 직접적인 영향이나 걱정을 끼칠테니까요. 그런데 달따러가자님께는 솔직하게 말했어요. 쉬지 못하고 있다고요. 달따러가자님은 어떻게 알고 제게 쉼을 여쭤봐 주셨을지 궁금해요.
Q12. 문구 제품을 넘어, 소소문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쓰는 생활’이 삶을 주도적으로 운영하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요. 나는 어떠한 쓰는 사람이고, 무엇을 쓰는 사람인지 알아가는 데에도요.
Q13. 소소문구를 만드는 과정 중 ‘울컥’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아임디깅 2025 전시 후기를 읽고 울컥했습니다. “쓰는 걸 좋아하지만 가끔 벽에 사로 잡힐 때가 있어요. 이제 지금 맞는 방법인가?” 하고요. 기록에 맞는 방법도 정답도 없는 건데 말이에요. 그래서 소소문구의 아임디깅 전시가 열릴 때마다 꼭 참가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오름, 솔숲, 사계해변, 제비꽃밭에서 열심히 파먹은 문장들 덕에 답답했던 저를 환기 시킬 수 있었어요. 다음 디깅 전시도 기다릴게요~ 소소문구 파이팅!”
Q14. 타인의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제품들도 있던데요. 그 감정의 원천은 어디인가요?
[지현 코멘트] 아임디깅 전시 경험 뜻하시는 것 같아서, 질문을 <아임디깅 전시 같이, 타인의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브랜드 경험도 있던데요, 그 감정의 원천은 어디인가요?> 로 바꿔서 답할게요!
이젠 온라인 세상에서 알게된 사람도 ‘친구’라고 부르죠. ‘인친’이라고요. 만난 적은 없지만 화면 속 그 친구의 일상, 글, 생각의 일부를 닮고 싶거나 혹은 인생에 참고하고, 인용하고 싶어 팔로우한다고 생각해요. 그 친구의 일기장엔 무엇이 있을까요. 아임디깅 후기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중 ‘내밀한’, ‘속마음’, ‘솔직함’ 등이 있어요. 그 내밀하고 솔직한 속마음을 읽고, 직접 만져보는 경험이 무척 인간적이라 생각합니다. 저, 팀원들 그리고 고객들의 ‘인간적 경험에 대한 갈증’이 이 아임디깅 브랜드 캠페인을 계속해 나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Q15. 문구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하루를 바꾼다'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를 의미한다면, 문구는 즉각적인 변화엔 거리가 있습니다. 단 하루 문구를 사용한다고 해서 우리의 일상이 A에서 B가 되는 건 아니라서요. 문구는 오랜 시간 꾸준히 써 내려가야 비로소 그 깊은 변화를 선사하는 도구입니다. 가령, 옷이나 향수가 오늘 내 몸에 스며들어 즉각적인 기분 전환을 돕는 소비재라면, 문구는 사용자에게 더 많은 참여와 노동을 요구해요. 연필을 쥐고 종이 위에 생각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주말 전시 티켓을 모아 꼭 맞는 파일에 정성껏 담는 것처럼 말이죠. 이러한 과정은 옷처럼 눈에 띄게 드러나거나 향수처럼 순간적인 변화를 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그 변화의 감각은 단 하루 만에 찾아오지 않는 법이죠.
Q16. 문구 시장이 점점 디지털화되는 환경에서 소소문구만의 경쟁력은 뭔가요?
아임디깅 2025 전시장에 쓰는 사람으로 참여하신, 코코하 김정아 대표님 그리고 가족분들이 방문해주셨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코코하의 이인욱 이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주셨어요. ‘소소문구는 커뮤니티가 있네요,’ 사람들이 모여 브랜드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발견하신 것 같아요. 2020년부터 지금까지 5회의 아임디깅, 5회의 모닝단, 2회의 쓰는 친구 활동이 차곡 차곡 모여 소소문구의 정체성을 만들어주었죠. 그렇기때문에 저희의 경쟁력은 쓰는 사람과 그들이 모여 만드는 이야기의 연속성이라 생각해요.
Q17. 소규모 브랜드로서 겪는 어려움과, 그만의 운영 전략은 무엇인가요?
브랜드는 비즈니스의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소규모 브랜드로서 겪는 어려움’은 ‘소규모 사업의 모습(얼굴)을 유지할 때의 어려움’이라고 해석할 수 있죠. 아래 세가지의 요소를 갖추는 것이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기본 고정비’를 관리할 수 있는 재무 관리 능력입니다. 인건비, 임대료 등 이미 시장에 기본적으로 셋팅되어 있는 비용을 지출해야 하잖아요. 사업 규모를 키워 재정적 여유를 확보하기까지는 철저한 재무 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이며, 이는 정확한 장부 기록, 재무제표 작성, 그리고 세무 보고를 포함합니다.
둘째, 창립자의 핵심 역량을 발휘입니다. 비즈니스의 엔진 역할을 합니다. 규모가 작을 수록 창립자(운영자)의 존재감이 조직에 강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창립자 스스로가 본인의 재능과 강/약점을 우선 파악하고 활용 줄 알아야 해요. (메타인지..?) 이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여전히 저도 고군분투중입니다.
셋째, 세상의 흐름에 맞출 줄 아는 유연한 대응입니다. 특히 매체의 변화인데요. 발터 벤야민은 매체를"인간의 지각 방식과 존재 방식을 변화시키고, 예술의 본질과 사회적 기능을 재정의하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오늘날 주요 매체인 '쇼츠'나 '릴스'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소비자가 제품을 인지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데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불과 10년 전만 해도 노트가 내는 '종이 넘김 소리'가 중요한 콘텐츠의 재료로 활용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고, 채워진 노트를 촬영하여 디지털 콘텐츠나 자산(예: NFT)으로 활용하는 일 또한 상상하기 어려웠으니까요.
Q18. 직원 또는 협업 파트너와의 팀워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뭔가요?
각자의 목표를 공유하고, 자주하는 소통하는 것입니다. 질문하기, 답하기, 의견 정리, 표정, 체스쳐 등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어요. 아주 짧은 한 마디도 일의 힌트가 되기도 하고요. ‘표정을 읽을줄 아는 능력’과 같은 뜻이 아니고요. 상대방의 표정이나 리액션에 대해 물어보고, 이유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쏟아내고 있는 말들이 우리가 설정한 목표를 향하는 데에 실효성이 있는지 자주 확인해야 합니다. ‘인사’와 같은 상대방의 존재를 존중하는 예의는 기본이고요.
Q19. 문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제품을 더 잘 쓰기 위한 조언이 있다면 말씀부탁드립니다.
저는 노트를 많이 만드니까 ‘노트’만 말씀드릴게요. 마지막 장까지 써보시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환경을 아끼고, 끝까지 해냈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어요.
Q20. 소소문구가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었으면 하나요?
인간적인 사고의 여정을 함께하는 브랜드로 기억되기를 바래요.
Q21.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과 문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나는 지금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입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때로는 직원들의 급여를 책임지기 위해서라는 답을 찾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이유가 계속해서 변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이유가 변한 것이 아니라, 제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대상의 스펙트럼이 '친구 > 직원 > 고객' 순으로 확장되면서 저 자신이 변화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직원과 고객 모두가 중요합니다.
이제는 제 스펙트럼을 어떤 방향으로 더 확장해야 할까요?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매년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그 스펙트럼이 이끄는 방향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 윤혜원 콘텐츠 매니저 답변]
Q22. ‘창작’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내 안에 가득한 것과 밖에서부터 들어와 내 안에 자리 잡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대화, 글, 그림, 사진 등을 통해 얻은 깨달음 속에서 꼭 말하고 싶은 것을 꺼내어 만들어내는 일이라 생각해요. 항간에 떠도는 말을 따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를 또렷이 알고,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일이기도 하죠.
Q23.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루틴이나 영감의 순간이 있으신가요?
운동화 끈을 질끈 메고 나서는 산책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산책은 걸음에 맞춰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해주기도 하고, 계속 맴돌던 생각을 정리해주기도 하거든요. 걸음과 생각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생각을 따라 걷다 보면, 반드시 나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건져내고 말죠.
Q24. 창작의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비워두는 걸 선택해요. 드라마, 영화, 유튜브, 인스타그램, 책, 누군가와의 만남처럼 바깥의 것을 내 안으로 가져오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들더라고요. 슬럼프가 오는 이유도 결국 체력이 부족해서 오는 것이라 생각해요. 잠시 무언가를 새로 받아들이는 걸 멈추고, 내 안에 자리한 어지러운 감정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려고 하죠. 그러다 보면 그럼에도 괜찮은 이유, 슬픈 이유, 망설이는 이유, 행복한 이유가 하나 둘 떠오르고, 이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서서히 알아차리게 돼요. 그런 순간의 반가움은 절대 놓쳐선 안 된다고 믿어요.
Q25. 앞으로 소소문구가 도전해보고 싶은 콘텐츠나 확장 분야는?
소소문구 사람들이 문구를 쓸 때 떠오른 생각이나 마음을 콘텐츠로 풀어내보고 싶어요. 함께 일하며 노트에 무언가를 쓰고 그리며 그 안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누는 시간을 자주 가지거든요. 쓰는 생활이 만들어내는 각자만의 이야기를 다듬어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것이죠. 그 과정 속에서 이 다음에 무엇을 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았고요. 앞으로, 쓰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영상과 사진 그리고 글로 담아 콘텐츠로 전하고 싶습니다.
Q26. ‘아임디깅(I’m Digging)’이라는 이름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지금의 ‘나’를 파고드는 일! 이것이 스스로 재미를 찾는 일이라는 의미를 담고자 했어요. 파고드는 일 너머 자기 회복, 표현을 위한 사유가 될 수 있죠. 스스로 던진 질문을 붙들고 곱씹는 일이 될 수도 있고, 활동하며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계속해서 알아가는 일이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Q27.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 또는 순간이 있었나요?
그동안의 아임디깅을 되짚고 해석하면서 디깅의 의미를 더 넓히고 싶었어요. 안팎에서 일어난 혼잣말, 인사이트, 감정의 찌꺼기 같은 것들을 손으로 쓰며 정리하여야만, 비로소 내 생각을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단 걸 제안하고 싶었죠. 아임디깅 2025는 ‘생각 정리를 쓰는 생활로 이루어보자!’라는 것에서 시작되었어요.
Q28. 이번 전시에서 “파고든” 것은 무엇인가요? 감정인가요, 물성인가요, 사람인가요?
디깅노트라는 물성과, 그 노트를 쓰는 사람을 파고들었어요. 관심을 관점으로 이끄는 소소문구의 디깅노트는 종류마다 각기 다른 디깅의 방식을 제안하는데요. 그 방식이 모든 사람들의 디깅에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 고민이 고스란히 내지 디자인에 담겨있어요. 생각을 정리해 자신만의 문장을 써 내려갈 수 있도록, 왼쪽 지면과 오른쪽 지면의 구성을 달리하였죠. 노트를 어떻게 써야 할지 안내함으로써, 한 권의 노트가 가진 힘을 계속해서 쌓고 싶었어요.
이번 아임디깅 2025와 함께한 쓰는 사람들의 기록을 읽으며, 자연스레 그들을 더 알아가고 싶었어요.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생각을 했을까?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지녔기에 이런 문장을 썼을까? 하고요. 기록은 기록한 사람의 단편이니까요. 왜 이런 기록을 하게 되었는지, 이 기록을 통해 무엇을 발견하려 했는지 생각해보며 ‘쓰는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일에 집중했고, 이를 통해 이번 전시의 핵심 주제인 ‘디깅과 정화’를 좀 더 세세히 전하고자 했어요.
Q29. ‘전시’라는 매체를 통해 꼭 전달하고 싶었던 한 가지는 뭔가요?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갖는 일은 곧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깊이 파고드는 일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어요. 새로운 디깅의 방식을 제안하는 디깅노트: 호라이즌과 아임디깅 2025는 이전과 다른 디깅의 방식을 제안하는 작업이었지만, 그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가닿을 단 한 문장으로 꺼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고초를 겪으며, 오히려 기록과 사람에 대해 더욱 깊이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Q30. ‘아임디깅’을 단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뭔가요?
‘지금의 나를 파고 드는 일’이요. 뭉툭하던 생각과 날카롭던 의심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결국 나를 마주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내가 디깅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파고 들며, 삶을 조금 더 재미있고 단단하게 가꿔보자는 긍정을 전하고 싶어요.
Q31. 관람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한 문장, 혹은 하나의 표정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생각을 걸러내고 있나요?” 아임디깅 2025에서 함께한 쓰는 사람들의 기록을 보고, 언저리에 머물던 생각들을 끄집어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전하고 싶어요. 두서 없는 생각이라도 괜찮죠. 결국 쓰다보면 혼탁했던 마음이 서서히 맑아오는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