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바디샵, '3가지 조건+선착순 채용'으로 일자리 간절한 사람 뽑아
그레이스톤 베이커리, 직원 70%를 신상정보, 전과기록도 묻지 않고 채용
마약 판매, 징역 4년 전과의 직원, 입사 3년만에 '수석 오퍼레이터'로

더 바디샵은 채용절차를 간단화시킨 비용을 직원 교육과 복지에 투자한다.

더바디샵의 3가지 채용 질문

더바디샵은 화장품, 메이크업 제품을 포함한 1,200가지 정도의 제품을 가진 영국의 브랜드다. 65개국 이상에 3,000개 이상의 매장이 있으며, 1980년대 후반부터 사회, 환경에 관한 캠페인을 더 바디샵의 홍보 방법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더바디샵은 동물실험 금지에 앞장서고 원료 대부분을 공정 무역으로 조달하는 등 ‘착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직원 채용까지 ‘착하게’ 바꾸고 있다. 이 회사는 2019년 9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물류센터 직원 200명을 뽑으면서 새로운 실험을 했다. 엄격한 내부 기준에 따라 선발하던 것을 단 세 개의 질문으로 전부 대체했다. 

미국에서 일하는데 법적인 문제가 없는가? 
하루 8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는가? 
23킬로그램의 무게를 들 수 있나? 

 이 세 가지의 질문으로 별도의 기준 없이 사실상 선착순 채용을 한 셈이다.

회사는 이렇게 뽑은 결과에 크게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원래 물류센터는 이직률이 높은데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직률이 2018년 11~12월 38~43퍼센트였던 반면 2019년 11~12월에는 14~16퍼센트, 선착순 채용 덕분에 일자리가 가장 간절한 사람 위주로 뽑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0년 여름부터는 일반 매장 800~1,000명도 이런 방식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력서 검토와 면접, 신원 조회 등에 들던 비용은 교육과 복지에 쓸 예정이다. 미국 더 바디샵 총괄매니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직장을 구하기 힘들었고 이곳에서 잡은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에게 말했어요. 간절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면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보답합니다.”

더 바디샵은 그레이스톤 베이커리를 롤모델 삼아 채용시스템을 적립했다.

그레이스톤 베이커리의 이직률이 12%에 불과한 이유

‘더 바디샵’이 인사팀을 파견해 채용의 롤모델로 삼은 회사가 있다. 직원 190여 명의 브라우니 제조회사 그레이스톤 베이커리다. 이 회사는 미국의 유명 아이스크림 벤앤제리에 33년째 납품하고 있는데, 최고 인기 상품인 ‘초콜릿 퍼지 브라우니’에 이곳 브라우니가 들어간다. 2012년부터는 홀푸드마켓에도 납품한다. 

그레이스톤 베이커리 본사가 있는 곳은 미 전역에서 노숙자 비율이 가장 높았던 뉴욕주 용커스시로, 전과자 비율도 높았다. 창업자 버지글래스만은 1982년 이곳에 브라우니 공장을 세우고 직원의 70퍼센트를 신상정보나 전과기록조차 묻지 않고 일하겠다는 사람들을 채용했다. 그러자 마치 맛집에서 대기줄을 서듯 채용이 이뤄졌다. 회사로 와서 지원 명단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기고 가면 자리가 날 때마다 순서대로 일하게 하는 방식이다. 어떨 때는 6개월~1년을 기다려야 자리가 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런 채용 방식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노숙자와 전과자까지 포함해 선착순으로 뽑아서는 공장이 운영되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이 회사는 지금 매출 2,000만 달러(237억 원)의 흑자 회사다.

그레스톤 베이커리의 핵심 채용과정은 '교육'이다.
그레이스톤 베이커리 채용과정의 핵심은 '교육'이다.

그레이스톤 베이커리는 선착순으로 채용하는 대신 제대로 교육했다. 채용한 뒤 6~10개월 유급 수습기간을 둔다. 이 기간 굽는 기술, 식품안전, 문제 해결력, 협업 기술까지 모두 교육한다. 그런 뒤 교육을 실무에 얼마나 잘 적용하는지, 근태 기록 등을 보고 최종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합격률은 40퍼센트 정도이며 60퍼센트는 다음 대기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직원들은 어렵게 얻은 일자리라서 더 열심히 일했다. 이 회사 직원의 절반 이상이 전과기록이 있다. 취직 기회가 제한적이다 보니 이들은 어렵게 얻은 일자리에 최선을 다한다. 일단 정규직이 되면 이직률이 12퍼센트(미국 제조업체 이직률 30~70퍼센트)에 불과하다. 처우 역시 처음에는 최저임금을 받지만, 능력에 따라 최대 6만~7만 달러(약 7,200만~8,400만 원)까지 받는다. 

디온 드류라는 직원은 2009년 시급 7.15달러(약 8,600원) 수습으로 시작해 지금은 시급 25달러(약 3만 원)를 받는 관리자로 승진했다. 용커스 출신인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15살부터 마약 판매에 가담했다가 4년 징역을 살았다. 입사 3년 만에 수석 오퍼레이터가 된 직원도 있었다.

“이곳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기회가 오고 직원들은 그것을 잡기만하면 된다. 나는 6개월의 수습을 거쳐 정직원이 되었다. 물류창고에서 벤앤제리로 보낼 제품박스 쌓는 일을 1년간 했다. 그때 회사에서 수석 오퍼레이터를 내부 선발했고 나는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6개월 교육기간을 거쳐 승진했다.”

선착순 채용으로 그레이스톤 베리는 일자리가 간절한 사람들을 뽑으면서 동시에 가장 열심히 일할 사람들을 채용할 수 있었고 전형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 성과가 알려지면서 문의를 해오는 기업이 많아지자 이 회사는 2018년 ‘열린채용센터’를 열고 인사 담당자들에게 교육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딱 1명’이라도 일단 시도해보라고 조언한다.

“많은 기업들이 일하려는 사람들을 자기들만의 기준으로 걸러내고 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으로든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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