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 전화번호부책마저도 재미있는 이유? '칼리굴라 효과'
'칼리굴라 효과' 영화 칼리굴라에서 유래,,,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이유
에덴동산, 판도라 상자, 에쉬모어 실험 등 수많은 사례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인게 더 당기는 이유

케이블TV를 보노라면 '15금'이라는 표시가 나온다. 청소년이 보기에는 적절치 않으니 15세 이하는 시청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15세 이하 중 이 표시가 있다고 해서 실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아이가 있을까? 내가 보기엔 오히려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광고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학창 시절 시험 때를 떠올려보자.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와 공부해야 할 것이 산더미 같다. 그런데 꼭 그럴 때면 그렇게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치우지 않던 책상을 청소하고 싶어지고, 평소 '저런 것을 누가 보나'라고 생각했던 씨름 중계나 바둑 프로그램도 재미있게 느껴지고, 평소엔 책과 담을 쌓고 살았으면서 전화번호부책조차 재미있게 느껴진다. 다른 것은 일체 하지 말고 공부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 때문이다.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현상 '칼리굴라 효과'

이처럼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현상을 '칼리굴라 효과'라고 한다. 칼리굴라는 고대 로마의 제3대 황제로 역사적으로 유명한 폭군 중 한 명으로 회자되는 인물이다.

즉위 초에는 선정을 베풀어 원로원과 군대, 민중 모두에게 환영받았으나 중병을 앓고 난 뒤에는 잔혹한 억압과 독재정치를 강행하고 재정이 파탄 날 정도로 낭비를 일삼았다고 한다. 그는 결국 근위대장에게 암살당하여 생을 마감한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이 폭군을 다룬 영화 <칼리굴라>가 상영되었는데, 사회도덕에 대한 기강이 매우 엄격한 도시였던 보스턴 시에서는 지나치게 잔인하고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상영을 금지했다.

그런데 상영 금지 소식이 전해지자 오히려 사람들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일부러 다른 도시까지 가서 영화를 보기도 했다고 한다. '금지된 것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 때문이다. 여기서 칼리굴라 효과라는 말이 생겨났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이 폭군을 다룬 영화 <칼리굴라>가 상영되었는데, 사회도덕에 대한 기강이 매우 엄격한 도시였던 보스턴 시에서는 지나치게 잔인하고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상영을 금지했다. 출처: 구글

미국의 애쉬모어란 사람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실험 대상들에게 어떤 것을 금지하고 못 하게 하자 오히려 그것을 가치 있게 여기거나 왕성한 호기심을 보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또다른 실험이 있다.

아이들에게 장난감 5개를 주고, 좋아하는 순서대로 순위를 매기게 했다. 그러고는 5위를 차지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못하게 했다. 얼마 뒤 다시 장난감의 순위를 매기게 했더니 처음 5위를 차지했던 장난감이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심리는 특히 아이들에게 더 많은 듯하다. 하지 말라는 일만 골라서 하는 청개구리처럼 말이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이유는 '공부 좀 해'라는 부모의 잔소리 때문이라는 말도 웃어넘길 것만은 아니다.

공부만이 아니다. 내가 청소년일 때는 미성년자의 당구장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지금은 건전한 스포츠로 자리 잡았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출입을 금한다는 점 때문에 들어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 연유로 오히려 당구장은 불량 청소년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도 대학생보다 고등학생이 더 많다고 한다.

담배를 피워도 되는 대학생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지만, 피우면 안 되는 중, 고등학생들은 피우고 싶어 더 안달이다. 하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니 더 하고 싶은 것이다. 학창 시절 청소년의 출입이 금지된 동시상영 영화관을 기웃거린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금지된 것에 대한 갈망' 을 노려라

'금지된 것에 대한 갈망'의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에덴동산의 선악과 사건일 것이다. 창조주는 아담에게 분명히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결국 뱀의 꼬임에 넘어간 하와의 유혹에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써 죄가 이 세상에 들어오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는 판도라라는 여자 인간을 만든다. 제우스는 판도라의 탄생을 축하하며 상자를 주었다.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판도라는 에피메테우스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러자 상자 안에 있던 욕심, 질투, 시기, 각종 질병 등 온갖 나쁜 것들이 상자에서 빠져나갔고, 평화로웠던 세상은 험악해지고 말았다. 결국 악한 것은 다 빠져나가고 희망만이 그 속에 남아 있다는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다. 

‘금지된 것에 대한 갈망’은 성경과 그리스 신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랜, 인간의 본능적 속성인 듯하다. 당장 머릿속에 ‘자동차’라는 것을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해보라. 아마 다짐하는 그 순간부터 온통 자동차만 생각날 것이다.

위장병 때문에 커피를 멀리하라고 하면 왜 더 마시고 싶어지고, 건강에 안 좋으니 라면은 피하라고 하면 왜 더 먹고 싶어지는지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하도 ‘아침형 인간’을 강조하니 반발심에 더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족 생활을 하게 되고, 선거철 SNS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배려 없이 하도 난리들을 치길래 오히려 반대편 후보를 찍은 적이 있는 나도 이 효과의 사례로 소개할 만하다.

칼리굴라 효과에 따르면 정말 뺀질거리고 게으른 부하 직원들에게 아예 ‘일하지 마’라고 하거나, 공부하기 싫어하는 자녀에게 ‘공부하기 싫으면 그냥 놀아’라고 하면 의외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인간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이용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아진다.

글. 이주형 (후성그룹 HR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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