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최근 부쩍 많이 들었다. 귀에 못이 배겨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회사, 집, 길, 식당, 할 것 없이 자주 등장 했다. 어느 분은 자신이 쓴 보고서에 상사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통에 자존심 상한다고 했다. 한 어르신은 버스 안에서 코앞에 자리가 났는데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잽싸게 앉아 자존심 상한다고 했다. 길에서 다투는 연인들은 왜 나만 연락하느냐, 왜 내게 소홀하느냐며 자존심 타령을 했다.

필자도 자존심을 부린다. 자존심은 유일무이한 신이 아닌 상황에 나타났다. 아이를 2박3일에 걸쳐 자연분만 할 때였다. 남들 다 잘도 낳는데 나라고 못할 쏘냐, 라는 자존심이 들었다. 직장에서 승진시험을 준비할 때였다. 시험에 합격해 버젓이 내 위에서 일하고 있는데 '나'라고 안 되는 법 있나, 라는 자존심이 들었다. 자존심은 나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다른 길로도 안내 했다. 

스포츠지도사(보디빌딩), 필라테스, 소매틱요가, 플라잉요가, 폴댄스 지도자가 된 것이다. 이들 시험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론을 알아야 하고 그에 따른 동작을 펼쳐야 하며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나 혼자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시험은 필기, 실기, 구술 세가지로 이루어진다. 이 땅에, 이 시험에 합격해, 이 일을 하는 자들이, 이토록 많은데 '나'라고 못 될 이유는 뭔가. 역시나 자존심 기전은 적중 했다. 헬리곱터 자격증을 딴 ‘레버리지’ 저자 롭무어와 비슷한 부류가 된 자존감마저 들었다.

운동 뿐 아니라 그 어떤 새로운 분야도 단계를 뛰어 넘어야 할 한계를 만난다. 힘에 부칠 땐 자존심을 떠올려 보자. 세상은 자존심 보다는 한끗 차이인 자존감을 더 강조한다. 자존심은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다(네이버 사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위인이나 소위 성공 가도를 달린다는 사람이나 '나'와 같은 인간이다. 스스로 존중받아 마땅한 각자의 사람이다.

사람 마음에는 '방어기제'가 있다. 방어기제란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여,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 의식이나 행위'를 말한다(네이버 백과). 불안이나 스트레스 느낄 때 승화나 합리화 등 방어기제를 쓴다는 것이다. 불안도 적당히 쓰면 성장으로 가는 약이 된다. 과하면 '공황'으로 빠지는 병이 된다. 자존심도 적당히 쓰면 한계를 넘는 도구가 된다. 

단,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사용해야 한다. 남이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자존심 상할 일이 없다. 내가 나를 인정하게 된다. 자존심을 부릴 때 부려야 한다. 자존심이 밥 먹여 주느냐고 누가 묻거든 세이예스로 답하고 싶다. 적어도 필자 밥벌이에는 한 몫 하고 있으니.

*본 기사는 이지 사례뉴스 필진기자가 쓴 컬럼입니다. 이지 필진기자는 몸 쓰고 글 쓰는 사람, 세상의 메신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허리 역할을 하듯이 건강이 곧 보험이라는 사명으로 나 자신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데 핵심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턴의 미학’ ‘내 몸은 거꾸로 간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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