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다이어리를 통해 "시작이 반이다"라는 메세지 전달
"하프타임" 스포츠 용어, 한달 단위로 호흡을 고르는 시간
문구 브랜드의 커뮤니티 '하프캠프'는 브랜드 제품 실현의 '촉매제 역할'
중앙일보, 틱톡, 씨네21, 메타코리아, 닥터자르트와의 협업! 비결은?
앞으로의 목표, "자기주도적으로 사는 것을 돕는 브랜드"가 되길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 소소문구"

2013년에 시작되어 올해 11년 차가 되는 문구 브랜드 소소문구는 주요 제품인 하프다이어리를 비롯해 아임디깅, 소작 프로젝트, 하프 캠프 같은 캠페인 및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소비자와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편집 디자인을 주 전공한 유지현 대표는 4학년 여름방학 때 동기 친구들과 작은 노트를 만들어 독립서점, 잡화점에 직접 입고를 하게 되면서 소소문구를 시작했다. 소소문구의 브랜드 스토리를 더 자세히 듣기 위해 대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유지현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소소문구 유지현 대표 [출처:소소문구]
소소문구 유지현 대표 [출처:소소문구]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소소문구를 운영하고 있고 제품 디자인도 하고 있는 유지현이라고 합니다. 사무실 안에서는 실장님이고, 외부에서는 대표님 또는 사장님, 실장님, 디자이너님 등 다양한 직함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Q. 소소문구의 첫 시작이 궁금합니다.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동기 친구들 4명이랑 작업실에서 지내면서 방학 때 간간이 알바도 하고 인턴도 하면서 지내다 마지막 학기 마지막 여름방학 때 "우리 조금 더 생산적인 일을 하자”라는 게 시작이 됐습니다. 우리가 학부에서 3년 넘게 학교에서 배운 기술이 있으니까 그 기술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해서 노트를 만들었어요

시각디자인 전공생이라면, 책 한 권 만드는 것은 필수였습니다. 아트북, 편집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 디자인 이런 기술을 배웠거든요. 우리는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콘텐츠를 채울 수 있는 노트를 만들자고 해서 만들게 됐어요.

당시 학교 앞에 유어마인드, 1984 스토어, 오브젝트 그리고 북촌 인근엔 가가린과 같은 독립 서점, 작은 편집 샵, 잡화점들이 많았어요. 이런 곳은 기본 서적이 있고 서브로 연필, 메모지, 배지, 가방과 같은 디자인 제품들을 많이 판매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노트 각자 한 권씩 만들어서 4권을 팔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노트를 수작업으로 만들게 됐어요.

재봉틀을 구해서 직접 미싱을 하고 노트를 각자 4~5권 만들어 작은 서점이나 편집샵에 들고 갔어요. 보따리 장사하는 것처럼 직접 입고를 시키고 월마다 정산이 되는 경험을 하고 우리가 만든 게 판매됐다는 사실 자체가 큰 자극이 됐어요.

그래서 ‘우리 다음에도 하자’고 해서 4명 중 둘은 취직하고 둘은 남아서 소소문구 사업자를 내게 됐고, 대형 리테일샵들에게 제안서를 쓰고 물건도 더 만들다 보니 어느새 11년 차가 됐습니다.(웃음)

소소문구 유지현 대표 [출처: 소소문구]
소소문구 유지현 대표 [출처: 소소문구]

Q. 디자이너가 아니라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로 사업을 하시는데 어려움은 없으셨을까요?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들끼리 만들었기 때문에 마케팅, 세일즈, 비즈니스, 매니지먼트 이런 개념은 없었어요. 조금은 무모하게 시작을 했죠. 사업 운영, 경영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 건 한 5, 6년 차 지나면서 어려워지더라고요.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소소시장 같은 마켓을 주말마다 나갔어요. 거기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중에 ‘나 이거 유어마인드에서 봤어’ ‘나 이거 어디서 봤어’라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이런 것들이 촉매제가 돼서 저 사람들이 또 다른 곳에서 우리 제품을 보게 됐을 때 그때는 샀으면 좋겠는 것들이 점처럼 찍혀서 선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게 됐고, 장사에 대한 어젠다가 굉장히 커지게 됐어요.

Q. 어떻게 그 어려움들을 극복해 가고 계십니까?

저희는 자체 플랫폼보다는 텐바이텐이나 29cm 같은 대형 리테일에서 보이는 우리 제품이 어떻게 높여지고, 어떻게 그 현장에서 커뮤니케이션 되는가가 차지하고 있는 월 매출 비중이 양적으로 더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 매장과 온라인 샵에서의 브랜드력을, 브랜드 전달성을 잘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MD를 채용하게 됐어요.

만약 저희가 자체적인 플랫폼과 자체 매장이 저희 매출 비중에서 컸다면 마케터를 채용했을 텐데, 리테일에 더 의지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떻게 리테일에 우리 물건이 더 잘 보일 수 있을까 하는 역할인 MD가 필요했어요. 현재는 브랜드 매니저님과 MD 이렇게 두 분이 브랜딩, 세일즈, 마케팅 즉 브랜드 전략을 맡고 계시고 저는 더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어요.

소소문구 하프다이어리 내지 [출처:소소문구]
소소문구 하프다이어리 내지 [출처:소소문구]

근데 완전히 디자인만 할 수는 없더라고요. 어쨌든 제가 대표이기 때문에 인사적인 부분, 조직화에 대한 부분도 대표가 해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디자인팀이랑 인사랑 브랜드 전략팀에 깊이 개입되어서 방향성을 같이 보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게 아니라 매년 매 시즌마다 새로운 스케일의 문제들이 터지더라고요. 한 8년 차가 되니까 이 스케일을 감당할 수 있는 경영의 전문성을 넘어서게 되어서 이제는 경영지원 에이전시와 함께하고 있어요. 회계랑 경리부서는 에이전시에서 담당해 주고 계시고 이제 함께 한 지 3년 차가 됐습니다.

Q.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를 만든다는 소소문구는 어떤 브랜드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문구라는 제품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시작되거나, 그 생각이 성장하거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그게 현실화되는 것이 노트북, 모바일, 여러 가지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저희는 종이 제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문제로 생각하는 것, 갈증을 느끼는 것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해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일이 잘 안된다', '아이디어가 떨어졌다'와 같은 것을 문구 제품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다이어리를 만들고,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모닝 페이지를 쓸 수 있는 모닝북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수집할 수 있는 디깅 수첩을 만들고, 하나의 취미나 취향 그리고 관심사를 집중해서 모을 수 있는 디깅 노트도 기획했습니다.

하프다이어리 제품 이미지 [출처:소소문구]
하프다이어리 제품 이미지 [출처:소소문구]

Q. 소소문구에는 '하프 다이어리'라는 제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하프타임’이라고 매월 마지막 날, 한 달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달을 준비할 수 있게 하는 파트가 있던데, 다이어리 제품에 대표님의 많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하프 다이어리를 제작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을 들였고, 세부적으로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하프다이어리는 소소문구 시그니처 소재, ‘비건레더’로 다이어리 커버로 만들었습니다. 이 소재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 다이어리라고 판단했고, 상단과 하단이 반반 나뉜 다이어리를 기획하고 와디즈에서 처음 소개를 했습니다.

당시 3천만 원 정도 펀딩에 성공했고, 이 원단으로 만든 ‘하프 다이어리’라는 개념을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일정 관리와 다이어리 쓰기에 관심도 높고, 이것으로 일도 잘하고 일정을 잘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고객들에게 받은 후기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보완해 보편적인 내지의 하프다이어리를 만들었습니다. 기존 상하가 나눠져 있는 디자인은 제작 난이도가 높고, 고객들에게 사용 허들이 높아서, 실용성이 아쉬웠거든요. 내지를 보편적인 디자인으로 변경해 제작 난이도도 낮췄고 “하프타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일정 관리를 잘 하기 위해선, 주기적으로 쉬어야 한다"는 제품 메세지를 강조했습니다.  

하프타임이라는 개념은 스포츠에서 사용하는 용어인데, 쉽게 말하면 쉬는 시간이에요. 마라토너가 숨을 고르고 다음 레이스를 잘 달릴 수 있는 시간인데, 이 개념을 다이어리에 월마다 넣었어요. 한 달 단위로 호흡을 고르는 시간을 사용자한테 주는 거죠.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강제성이 있어야 움직인다고 하잖아요. 하프타임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스티커도 넣어서 '무조건 한 달에 한 번은 숨 골라야 해'라는 메시지가 있는 거죠. 내지 안에도 그라데이션을 넣어서 지금 하프타임이 왔다는 것을 사람들한테 인지시켜주는 장치를 넣었어요.

하프다이어리가 사상 최초로 오탈자가 나면서 2023년 말이 참 힘들었습니다. 이 제품에 대한 기획과 제작 공정이 2019년도부터 계속 디벨롭된 상태였기에 스스로 방심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스티커, 인쇄물, SNS 공지 게시글을 통해 여전히 접수를 받고 있는 상태에요.

아이디어를 수집할 수 있는 디깅 수첩 [출처: 소소문구]
아이디어를 수집할 수 있는 디깅 수첩 [출처: 소소문구]

Q. 사상 최초로 오탈자가 발생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추후 대안을 찾고 해결해 가는 과정이 쉽지 않으셨겠습니다.

사실 해당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벌써 문구 브랜드를 운영한 지 10년 차가 되었는데, 오탈자가 난 거죠. 나의 10년이 이렇게 뭔가 이런 식으로 나를 혼내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만두고 싶고 도망가고 싶은 느낌이 딱 반나절, 6시간 정도 있었어요.

19년부터 하프 다이어리를 기획, 디벨롭 과정에만 참여를 하고, 디자인 작업을 위해 내지 파일을 열어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어요. 담당 디자이너 2명이 팀으로 마무리하던 작업을 올해 제가 처음 인수인계를 받았어요. 그런데 제가 바톤을 잘 받았어야 하는데, 잘못 받은 거죠.  인쇄물, 스티커, 거래처들한테 해당 내용 공유, 수습해야 했습니다. 하프캠프 라는 브랜드 캠페인이 연쇄적으로 스케줄링 되어 있던 터라,  문제를 발견한 당일 대안을 찾아야 했어요. 이 큰 사고 때문에 이 제품과 저 사이의 일종에 심리적 거리감이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고객분들에게는 스티커를 붙여야하는 번거로움 드려 무척 송구하고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지만 동시에 값진 경험이에요. 고객분들의 따듯한 이해 덕분에요. 거래처 사장님께서도 “이번 오탈자 사고는 브랜드 측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빨리 대응하면 고객들이 이해한다.” 말씀해주셔서, 나약한 생각에서 금방 벗어날 수 있었어요. 

Q. 소소문구는 단순히 문구류만 판매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록의 방식을 제안하고, 미리 사용해 본 제품의 기록을 나누고, 함께 기록하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라고 할까요, ‘하프캠프’를 진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하프캠프는 하프다이어리를 잘 판매하기 위한 브랜드 행사입니다. 원모어백과 팝업스토어 기획을 마치고, 이승희 마케터님을 모셨어요. ‘인플루엔서 마케팅’이죠. 소소문구에게 ‘인플루엔서’는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이승희 마케터님은 손으로 ‘쓰는 사람’이자, ‘영감’과 ‘성장’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활동을 하시고 계세요. 이승희님이 9개월동안 쓴 하프다이어리 원본을 가지고 행사의 중심이 되는 콘텐츠와 소소문구의 메세지를 전달합니다. 중간에 멈춰도 되고, 비어도 되는데, 그냥 한번 시작해보자. 그냥 써보자는거죠. 그리고, 하프다이어리엔 “시작이 반이다 (Well begun is half done)”이라는 메세지가 각인되어 있습니다.

이승희 마케터님은 이승희의 영감 노트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으세요. 그런데 회사 생활을 하며 긴 공백이 생겼던 차였지요. 그런데, 2022년 1월부터 하프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하며, 업로드를 재개하셨어요. 영상 업로드 주기가 생기고, 동시에 이승희님의 하프다이어리엔 유튜브 영상 콘텐츠 기획, 스케줄링, 회고 등이 담기게 됩니다. 

‘일’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 무언가 시작하고 싶은 사람, 재밌게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승희 마케터의 콘텐츠에 관심이 있어요. 하프다이어리는 이 관심이 무형의 어떤 것으로 그치지 않고, 각자 삶에 유형화 될수 있도록 하는 매개로서 작동한다 생각해요.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하프다이어리가 각자의 고유성을 찾도록 돕는, 일종의 필터 역할도 했으면 좋겠어요.   

서울 모닝단 프로젝트 모습 [출처:소소문구]
서울 모닝단 프로젝트 모습 [출처:소소문구]

나는 뭘 잘하지, 뭘 좋아하지, 뭐 할 때 행복하지? 라고 생각하거나, 누군가에게 말하거나. 보통 거기서 끝납니다. 이 생각을 유의미하게 확장시킬 때, ‘쓰기’가 빛을 봅니다. 종이 위에 연필로  생각을 쓰거나 그리며 연결이 되거든요. (참고로, 저는 요즘 화이트 보드에 하고 있어요.)

소소문구는 제품을 통해 생각의 확장을 실현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나는 1부터 10까지 계획을 다 할 거야.’가 아니라 ‘1부터 10을 쓸 수 있는 시작’을 도우면서요. 

‘캠프’ 개념을 넣은 이유는, 이 시작을 혼자하기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3년 12월 한 달간 진행된, <하프캠프 오픈채팅방 with 이승희> 는 하프다이어리 주머니에 있는 큐알 코드를 통해 입장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각자의 하프다이어리 사진을 매일 공유하며 “함께 하면, 쓸 수 있다.”를 경험했지요. 

Q. 문구 브랜드 소소문구는 미술관, 영화 제작사, 언론사, 교육 기관, 뷰티 브랜드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어떤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2023년 함께 한 곳은 틱톡 코리아, 중앙일보, 씨네21, 메타 코리아, 손에 잡히는 경제, 닥터자르트, 한독약품, 강원대학교 대학원 등이 있습니다. 

중앙일보 같은 경우는 계열사 임직원분들 사내 다이어리를 진행합니다. 기존 하프다이어리에서 중앙일보가 갖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극대화하는 게 우리 일이에요.

손에 잡히는 경제는 채널을 알리는 홍보 판촉물로, 핸드폰 크기만 한 수첩에 슬로건을 각인해서 4가지 종류로 납품을 했습니다.

틱톡 코리아는 선정된 특정 틱톡커분들께 나눠드리는 굿즈 세트입니다. 디깅노트, 디깅수첩, 틱톡 아이덴티티 스티커, 화일, 연필, 파우치, 증명서 가 포함되어 있어요. 

메타 코리아는 작년에 스몰 브랜드 계정을 운영하는 인플루언서들을이 콘텐츠 기획과 스케줄링을 할 수 있는 하프다이어리를 진행했고, 올해는 사내 직원용 하프다이어리를 납품했습니다.

B2B 콜라보 제품 [출처: 소소문구]
B2B 콜라보 제품 [출처: 소소문구]

Q. 이렇게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할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

기업(고객) 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어필합니다. 각 기업과 단체들 모두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 그리고 겪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 메세지를 우리가 이해하고 있고, 문제는 프로젝트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또한, 기업이 소소문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중요해요. 

프로젝트가 끝나면, 인스타그램과 웹사이트에 협업 프로젝트를 리뷰하고 있어요.  기업에 대한 소개, 프로젝트 배경, 간단한 소소문구의 생각 등 피드 성격에 맞게 편집하지요. 예를 들어, 닥터자르트를 소개할 때 그냥 “화장품 브랜드”가 아닌, 닥터 자르트만이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인 “약국 코스메틱” 키워드를 가장 상단에서 강조하고, 관련 이모지도 추가합니다. 소소문구의 생각을 함께 덧붙일 때도 있습니다.

이 때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기업의 흥미로운 이야기도 하려해요. 마지막 문단에는 객관적인 정보(제품, 커스텀 내용, 진행시기, 문의 메일 등)도 함께 작성합니다. 그럼 다른 기업 담당자님들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되고요. 

브랜드 초반에는 제작비만 받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적도 있어요. 브랜드 포트폴리오로 쓰기 위해서요. 큰 돈이 남진 않았지만, 브랜드의 포트폴리오가 남았고, 그 포트폴리오를 보고 지금 규모의 제안이 들어온다 생각합니다. 

Q. 소소문구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4.1만입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각종 캠페인과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에 #잘달렸다2023 이라는 이벤트도 진행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브랜드를 노출하고, 고객들과 소통하시는 소소문구만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잘달렸다2023 이벤트가 있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입니다. 

첫번째는 브랜드의 일관된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서 입니다. 연말 연시에 단순히 ‘장사’하는 태도가 아닌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사용한 1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왔고, 이에 따라오는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제스쳐입니다. 

다이어리는 잠깐 쓰고 버리는 제품이 아니라, 1년동안 쓰는 제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제품에 쏟는 관심과 관여도가 큽니다. 고객의 반응이 지속될 수 있도록 만든 연례 이벤트입니다. 

소소문구의 사무실 일상, 제작 일지, 제작업체 현장 사진 등 생생한 주제의 콘텐츠에 많은 반응을 주세요. (좋아요, 하트 양이 다른 게시글에 비해 많아요.) 저는 을지로라는 지역 문화와 인쇄 산업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도록 힘쓰고 싶어요. 그래서 거래처들의 업장명을 공개하고 짧은 코멘트도 남깁니다. 저희 팔로워 분들도 쉽게 연락하실 수 있도록이요. 이 콘텐츠가 지난 10년동안 쌓여 소소문구의 정체성의 일부가 된 것 같습니다.  

 

2023 아임디깅 전시 [출처:소소문구]
2023 아임디깅 전시 [출처:소소문구]

댓글, 리뷰글 등에 브랜드는 최대한 반응해야 합니다. 그 내용이 불만이더라도요. “옳지 못한 것이 있으면, 고치겠다, 회의를 통해 반영하겠다.” 는 것을 표현해야 브랜드가 지속된다 생각해요. 너무 바쁘다 보면 못보거나, 잊어버리기 쉽죠. 그런데, 이런 흔적들이 브랜드의 다음을 설계할 때 힌트가 되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를 아는 사람이, 우리의 물건을 돈주고 사주는 사람이 시간을 들여 해주는 말이니까요. 

Q. 소소문구만의 인재상이 궁금합니다.

논리와 관점이 있는 사람이 좋아요. 가령 소소문구에서 신제품을 만들 때 3가지의 색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럼 왜 이 3 가지를 썼는지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냥”이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기획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설정한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찾았고, 어떤 대안이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더불어, ‘직접’ 경험의 양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기 논리를 연결할 수 있는 ‘점 dot’ 들이 많은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며 그 점들이 서로 연결되고, 그 사람만의 흥미로운 길이 만들어 집니다. 저는 그 길을 만드는 걸 돕는 역할을 한다 생각합니다.

Q. 소소문구만이 가진 기업문화가 있을까요?

’인정’해주는 말과 행동을 자주하는 문화입니다. 무작정 “잘했다. (Good Job.)” 가 아니라 “알겠다. (I see.)”로 시작하는 것이요.

‘인정’해주는 말과 행동을 조직이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약간 어색함도 있고요. 구성원들 각자 고유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서로 캐릭터를 인정하고, 그 세계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고 난 후, 실무에서 퍼포먼스도 나온다 생각합니다. 

이 환경을 만드는 게 제 역할입니다. 1 대 1로 면담을 통해 요즘 무엇에 관심이 있고, 뭐가 좋고, 어렵고, 우리가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 의식적으로 계속 묻습니다. 

Q. 소소문구의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입니까?

오프라인 매장 만드는 게 장기적이고 거대한 목표입니다.

그리고 고객의 자기 주도적인 삶을 도와드리고 싶어요. 제품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캡션, 제품에 붙은 라벨 스티커, 상세페이지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이 메세지는 계속 전하고 있어요.

저 대신 제품이 365일 매일 고객 옆에 있어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더불어, SNS, 오픈 채팅방, 소소문구의 세컨계정 '프롬 소소문구'도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활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고, 비즈니스를 하고 계시는 경영자 및 리더분들께 격려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너무 날 것의 답이긴 한데, 경영자라는 것은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있고 따라오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전제잖아요. 최근의 느낀 일종의 성찰인데, 입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동료 한 명에게라도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다고 비전을 옆에서 계속 말해주고, 상기시켜줘야 합니다. 

리더라는 캐릭터를 갖기고 결심을 하셨다면, 리더의 퍼포먼스 (연기)를 잘 수행하셔야 해요. 어떤 스타일의 리더가 될건지는 개인의 몫이겠지만,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 가져야하는 필수적인 기술을 잘 익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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