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은 업무가 아닌 개인적인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어

본 기사는 김희봉 작가의 기고문에서 발췌했습니다. 김희봉 작가는 교육공학박사로 공주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윤리 교육과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국방대학원 및 한양대학교에서 리더십(M.A)과 교육공학(Ph. D)을 전공했습니다. 

그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HRD 컨설팅, 교육과정 개발, 강의 및 코칭 등을 수행하면서 군(軍), 대학교, 컨설팅사, 대기업 등에 속한 다양한 구성원들의 성장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으며 HRD(Human Resources Development, 인적자원개발)에 대한 매력과 가치를 알고 의미와 재미 그리고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울러 HRD는 이론과 실제가 접목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와 한국인적자원관리학회 편집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학술연구와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휴먼웨어101’ ‘다시 강단에서’ ‘리더스타그램’ ‘HRD연구방법가이드’가 있으며 뉴스레터인 HRD Curator의 발행인이기도 합니다.

틀(frame)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 필요하거나 불필요한 것을 걸러주는 것이 그 예시인데, 이는 나열된 현상들을 의미 있게 구조화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틀을 가지고 있고 또 사용하는지에 따라 같은 내용일지라도 다르게 분석되고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틀은 대개 업무적인 상황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데, 개인적인 측면으로도 적용 가능하다. 필자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진지하게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 왔는데, 거창하게 표현하면 이른바 ‘성찰의 시간’이다.

올해를 복기하면서 최근 3년간 사용했던 틀을 살펴봤다. 2023년에는 결과물, 새로운 인연과 경험, 그리고 아쉬움이라는 틀 속에서 한 해를 돌아봤다. 2022년에는 새로운 습관과 경험, 새로운 시도와 만남으로, 2021년에는 ‘10대 뉴스’라는 틀을 사용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틀을 가지고 왔다. 계속 해왔던 것(continued doing)과 멈춘 것(stop doing)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 것(start doing) 측면이다.

먼저 작년에 이어 계속 해왔던 것(continued doing)의 대표적인 예시는 글쓰기다. 분량과 주제의 차이는 있지만 수 년 동안 평균적으로 월 2회 정도 지속적으로 글을 써왔다. 덕분에 올해 두 권의 책도 출간했는데, <생각하는 리더 행동하는 리더>와 <강의를 시작하는 당신에게>가 그것이다. 이렇게 쓴 글 덕분에 귀한 자리에 초대받는 일도 많아졌다.

다음으로 <HRD Curator> 제작 및 발행이다. 개인적인 관심과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뉴스레터인데, 어느덧 50번째 뉴스레터가 완성됐다. 내용은 리더십과 HRD 분야에서 필자가 봤던 논문, 책, 칼럼, 영상, 그리고 이에 관심을 가져 볼 필요가 있는 사람, 세미나, 컨퍼런스 등으로 구성된다.

한편 이와 연계한 발행인과 만남도 빠짐없이 해왔다. 이것은 <HRD Curator> 구독자들의 자발성에 기반한 오프라인 모임이다. 매번 같은 사람들만 모이지는 않는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조직과 직무, 그리고 직책을 가진 분들이 자율적으로 참석한다. 그래서 이를 통해 관점과 생각의 확장을 경험하는 것은 물로, 새로운 분들과 인연도 쌓아가고 있다.

요구에 기반한 HRD(needs based HRD)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여느 해와 다름없이 교육과정도 개발하고 강의도 한다. 자문이나 멘토링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워 특화형이나 맞춤형으로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십과 HRD 영역에서 개인적인 문의, 상담 요청 등이 예년에 비해 증가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빈번하지는 않았지만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논문을 게재하는 일도 있다. 이를 위해 평소 개별적인 시간을 할애해서 연구해야 했다. 물론 나의 선택사항이다. 하지만 리더십과 HRD는 이론과 실제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하여 느리지만 꾸준히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보면 가족여행도 매년 계속하고 있는 일이다. 여행지와 여행기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온전히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 그 시간이 어느 것과도 대체할 수 없는 추억이 되고 에너지원으로 작용한다. 가족여행은 시간이 나서 가는 게 아닌 시간을 내어 가는 것이다.

헌혈도 있다. 헌혈은 연 5회가 최대치인데, 올해는 5회를 하지 못했다. 10월에 일본을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해외체류로 인해 헌혈이 가능한 주기가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여전히 헌혈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반면 올해를 기점으로 멈춘 것(stop doing)도 있다. 지난 2년간 봉직했던 한국인적자원관리학회 편집위원장직을 마치게 됐다. 이 직무에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학술논문을 읽고 공부할 수 있어서 학문적 측면에서 성장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실제로 감사의 시간을 보냈는데, 지난 학술대회에서 감사패까지 받았다. 과분한 일이다. 돌이켜보니 멈춘 듯 보이지만 완전히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그간 논문을 스스로 찾아 읽는 좋은 습관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올해 새롭게 시작한 것(start doing)은 생각보다 많았는데, 우선 국내에서 수행한 연구를 해외에서 발표하기 시작했다. 공동연구로 진행했고, 사정상 직접 가서 발표하지는 못했지만 AHRD 컨퍼런스에서 공동연구자 중 한 명이 대표로 발표했다. 이 덕분에 내년 발표도 확정되었다. 시작하기 전에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일본에서 시작한 리서치 트립도 마찬가지다. 가볍게 시작했지만 현지에서 많은 일들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가칭 한일 리더십 세미나도 논의되었다. 외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의지와 더 많은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도 생겨났다. 대부분은 내년에 진행될 일들이다.

새로 시작한 것 중 개인적으로 애정 가득한 것이 있는데, 컨퍼런스를 기획하고 개최했다는 것이다. <The Giver>라는 콘셉트로 한 리더십과 HRD 분야의 컨퍼런스였다. 물론 혼자 한 것은 아니고, 자발적 운영진과 발표자 및 참가자와 후원자분들의 도움이 컸다.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리더십과 팔로워십, 그리고 HRD를 책이 아닌 일상에서 접하고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컨퍼런스 개최를 넘어 참가자로만 접했던 컨퍼런스와 세미나에 발표자로 초대받은 것도 여기 포함된다. 이를 계기로 많은 분들과 접점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또 다른 자리에 초대받기도 했다.

청각장애 청년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올해 새롭게 시작했다. HRD Curator Community에서 발의된 내용으로 첫발을 내딛었는데, 봉사활동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모여 청각장애 청년들의 자기계발, 취업 컨설팅 등의 주제로 일종의 교육봉사를 했다. 연계하여 소정의 기부금도 전달하기도 했으며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의 전개도 고민하게 된 시간이었다.

이렇게 세가지 틀을 통해 올 한 해를 돌아보면서 추가적으로 느낀 것으로 먼저 ‘지속성의 힘’이 있다. 돌이켜보니 한 번에 된 것은 많지 않다. 작은 행위들이 반복적으로 수행되고 쌓이면서 이루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더라도 일회성에 그치면 안 된다. 지속되어야 한다. 그래야 성취할 수 있다. 아울러 멈춰야 하는 것들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모든 것을 다 해낼 수는 없다. 그러려면 개인의 가치와 기준에 따른 우선순위도 정해져야 한다.

1년은 돌아보기에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길지도 않다. 반나절 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 그 시간을 갖다 보면 돌아보기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더 공감할 수 있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데 있어서도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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