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성과의 핵심은 ‘경험의 지식화'
직장생활을 바꾸는 첫 번째 원칙, ‘성장(Growth)’
‘AAR(After Action Review)’ 업무 경험을 지식으로 만드는 방법
[우아한 회사생활]은 직장인과 경영자를 위한 5가지 일의 원칙을 소개하는 칼럼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는 매주 화요일, 사례뉴스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사례뉴스=조유민 필진기자] 같은 팀에 민수와 지혜가 있다. 두 사람 모두 비슷한 업무를 맡아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민수는 성공한 경험이 기뻤지만 그 성과를 어떻게 냈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반면 지혜는 프로젝트가 끝난 뒤 자신이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몇 개월 후 비슷한 업무가 주어졌을 때 민수는 다시 처음부터 고민해야 했지만, 지혜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지식을 토대로 빠르게 업무를 진행했다. "결과는 당연히 달랐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같은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밤을 새워가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주변에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자 다시 똑같은 고민이 밀려온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지난번에 어떻게 했었지?' 성공 경험은 있었지만, 돌아보니 정리된 건 하나도 없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사실 진짜 성장은 한 번의 성공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여기서 핵심은 경험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지식'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업무에서 얻은 경험을 지식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건 경험에 대한 피드백이다. 업무를 통해 배우려면 경험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피드백 방법은 많지만, 특히 추천하는 방법은 AAR(After Action Review)이다. AAR은 단순히 '좋았다', '나빴다'로 끝내지 않고 경험을 명확하게 정리해 지식으로 바꿔준다. 이 과정을 통해 경험은 구체적인 지식이 되어 유사한 상황이 다시 왔을 때 더 나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업무가 끝날 때마다 스스로 다음 5가지의 질문을 던져보자.
1. 이번 업무를 통해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2.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3. 얻고자 한 것과 실제로 일어난 일의 차이와 그러한 차이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가?
4. 다음에 같은 업무를 하게 된다면 무엇을 동일하게 할 것인가?
5. 다음에 같은 업무를 하게 된다면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가?
질문을 통해 명확하게 정리된 경험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강력한 지식이 된다.
한 출판사의 마케팅 팀에서 일하는 민정의 사례를 보자. 민정은 신간 도서 출간 기념으로 온라인 서점과 연계한 ‘SNS 서평단 이벤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독자 100명을 모집해 책을 무료로 제공하고, 인스타그램에 서평을 남기면 추첨을 통해 추가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였다.
이벤트가 끝난 후 민정은 매번 하던 것처럼 AAR을 작성했다. 처음엔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간단한 질문 몇 개만 답하면 되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민정이 작성한 AAR은 다음과 같았다.
1. 이번 업무를 통해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신간 도서의 온라인 인지도 향상 및 SNS 서평 콘텐츠 100개 확보."
2.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서평단 신청은 예상보다 많아 100명 정원을 초과했지만, 실제 서평 작성은 60건에 그쳤다."
3. 얻고자 한 것과 실제로 일어난 일의 차이와 그러한 차이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가?
"서평 콘텐츠 목표 대비 40% 부족했으며, 참여자들이 서평 작성 방법과 마감일에 대한 안내를 충분히 받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4. 다음에 같은 업무를 하게 된다면 무엇을 동일하게 할 것인가?
"서평단 모집 방식(SNS 및 온라인 서점 제휴)은 그대로 유지한다."
5. 다음에 같은 업무를 하게 된다면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가?
"이벤트 공지에 서평 작성 예시와 방법을 명확히 제시하고, 마감일 전에 추가 리마인드 메시지를 발송한다."
몇 개월 뒤, 또 다른 신간이 나왔을 때 민정은 다시 비슷한 서평단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 그때 민정은 지난번 AAR을 꺼내 보고 빠르게 액션을 취했다. 이번엔 이벤트 페이지에 서평 예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서평 작성 마감 전에 친절한 리마인드 메시지를 발송했다. 그 결과 목표로 했던 서평 콘텐츠를 무려 120건 확보했고, 신간은 SNS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민정에게 AAR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성과를 만들어주는 ‘성장의 무기’가 되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단 한 번의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장은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내는 것이고, 이는 업무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반복 가능한 지식'으로 바꿀 때 가능해진다.
나는 고객사를 방문해 컨설팅을 마친 날에는 항상 간단한 피드백 일지를 쓴다. 오늘 한 일이 기대했던 대로 잘 되었는지, 아니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는지 돌아본다.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서는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오늘의 행동이 고객과 약속한 장기 목표에 잘 맞았는지도 확인한다.
오늘부터 당장 해보면 어떨까? 퇴근 전에 단 5분이라도 좋다. 오늘의 경험을 내일 다시 쓸 수 있는 ‘지식’으로 만드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보자. 피드백이 습관이 되면,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다음 주 화요일, 3편 'Growth(성장)-3’이 연재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