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실험실' 시대를 여는 스타트업
에이블랩스가 그리는 자율형 실험실의 미래

[사례뉴스=정해주 인턴기자] "왜 여전히 사람이 일일이 실험을 해야 할까?" 생명과학 분야의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실험 현장, 재현성과 품질 관리의 어려움 속에서 에이블랩스는 한 가지 답을 내놨다. 그것은 다름아닌 사람 대신 실험을 수행하는 로봇이다. 액체 핸들링 로봇 '노터블(Notable)'을 개발한 에이블랩스는 지금, 국내 바이오 연구실의 자동화를 넘어 자율화된 실험실의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개방형 API 기반 실험실 로봇 '노터블'과 함께, 진단·합성생물학·오가노이드 등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의 디지털 기반 실험실 구축을 이끌고 있는 에이블랩스의 전략과 비전을 들어봤다.

Q. 에이블랩스를 창업하게 된 계기나 배경은 무엇입니까?

저는 수작업으로 반복되는 생명과학 실험의 비효율과 오류의 문제를 실험실에서 직접 경험했습니다. 복잡하고 정밀한 실험일수록 사람의 손에 의존하면 재현성과 품질 확보가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연구개발 생산성은 크게 떨어집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람 대신 실험을 수행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에이블랩스를 창업했습니다. 자동화와 디지털 기술로 실험실을 혁신시키자는 목표가 에이블랩스의 출발점이었습니다.

Q. 주력 제품인 '노터블(Notable)' 액체 핸들링 로봇은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데 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노터블’은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시약이나 샘플을 정밀하게 분주해주는 액체 핸들링 로봇입니다. 이는 생명과학 실험의 기본인 ‘피펫팅’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장비로, 대표적인 기능은 코로나 바이러스 PCR 검사를 위한 전처리 과정 자동화입니다. 기존에는 사람이 수작업으로 하던 반복 작업을 로봇이 대체함으로써 특히 대량의 샘플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진단, 제약, 식품 등의 분야에서 생산성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킵니다. 

Q. 기존 외산 제품 대비 에이블랩스의 로봇이 어떤 경쟁력을 갖췄고,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에이블랩스의 로봇은 기존 외산 장비들과 달리 개방형 API 기반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외산 자동화 장비는 임베디드 중심의 폐쇄형 구조로 되어 있어 유연한 연동이나 통합이 어렵고, 디지털 실험 환경을 구성하기 위한 연결성이 떨어집니다.

반면 에이블랩스는 로봇 제어부터 실험 스케줄링, 데이터 로깅까지 모든 기능이 클라우드 및 서버 연동이 가능한 API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실험실의 다른 장비나 소프트웨어와 쉽게 연결되고 통합 운영이 가능하죠. 이는 장기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실험 설계, AI 분석, 프로토콜 최적화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빠른 기능 업데이트, 원격 유지 보수, 사용자 맞춤형 자동화 프로토콜 작성 등에서도 높은 유연성과 확장성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차원에서도 실험실 자동화를 재정의 했다는 점이 저희의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Q. 바이오 실험 자동화 분야의 기술적 난제는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계십니까?

대표적인 난제는 액체를 정확하게 취급하면서도 다양한 샘플 특성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점도, 표면장력, 오염 위험 등 물리적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단순한 로봇 기술만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저희는 정밀 하드웨어 설계, 센서 기반의 피드백 제어, 그리고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최적화를 통해 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실험 자동화는 기계만이 아니라 하드웨어-소프트웨어-바이오 이해의 융합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Q. 최근 에이블랩스가 집중하고 있는 주요 타깃 시장이나 고객층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현재 에이블랩스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오가노이드 기반 연구, 그리고 진단 프로세스 자동화라는 세 가지 핵심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합성생물학 분야에서는 유전자 조작, 클로닝, 라이브러리 구축 등 반복적이고 정밀한 분주 작업이 필수적인데, 에이블랩스의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실험 재현성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설계-실험-학습 사이클 구축에 적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 주목받고 있어요. 오가노이드 영역에서는 3차원 세포 배양 기반의 약물 효능 평가 및 질병 모델링을 자동화하는 기술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에이블랩스는 정밀한 액체 핸들링과 균일한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오가노이드 배양 및 처리의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진단 분야에서는 특히 진단 키트 및 시약 생산 자동화, 진단 프로세스 자동화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진단 키트 생산 과정에서 정밀한 소량 분주와 균일한 품질 확보가 중요한데, 에이블랩스는 이를 시간당 수만 개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고속 생산성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 세 분야 모두에서 정밀 자동화와 디지털 제어 기반 실험 프로세스가 핵심 경쟁력이 되며, 에이블랩스는 이를 기반으로 고객의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고자 합니다.

Q.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서 에이블랩스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에이블랩스는 국내 유일의 액체 핸들링 로봇 상용화 기업으로서,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바이오 실험 자동화의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합성생물학, 오가노이드, 진단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핵심 분야에서, 각 기술의 특성과 실험 흐름에 최적화된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여 업계를 선도할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에이블랩스의 책무이자 정체성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실험 정밀도와 효율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수준의 재현성과 품질을 갖춘 연구·생산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적 기반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가 되려 합니다.

Q. 바이오 실험 자동화 분야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앞으로의 실험실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자율화(Self-Driving Lab)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사람이 조건을 설정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실험을 수행하고 AI가 분석하며 다음 실험 조건을 추천하는 순환형 자동화 구조가 구현될 것이라는 뜻이죠. 저희는 이런 미래를 대비해 실험실 하드웨어뿐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구조화 기술까지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Q. 에이블랩스의 향후 비전, 사업 확장 계획 등 현재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희의 장기적인 목표는 바이오 실험실의 표준 인프라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하드웨어 제품뿐 아니라, 실험 프로토콜, 실험 데이터 관리, AI 연계 설계까지 포함하는 실험실 OS(운영체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현재는 국내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미국, 싱가포르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 또한 준비 중입니다.

Q. 비즈니스와 일터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 경영자와 리더분들을 위해 격려나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그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 기회가 보입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은 늘 존재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직면하고 그 원인을 구조적으로 파악하면 결국 길이 생깁니다. 때로는 정면 돌파보다 방향 전환이 더 현명할 수 있고, 혼자보다 팀이 함께 고민할 때 더 좋은 해법이 나옵니다. 고군분투하는 모든 리더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결국 이겨내는 힘은 ‘지속하는 용기’인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저희는 로봇을 만드는 회사지만, 결국 사람의 가치를 더 잘 실현하기 위한 도구를 만들고자 합니다. 반복적이고 고된 작업은 기계가 대신하고, 사람은 더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 것이 에이블랩스가 지향하는 기술의 방향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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